09.05.14

[JES] 최근 마케팅팀(SK)으로부터 이런 내용의 문서를 전해 받았다. 15일 단장회의에 대한 안건인데 월요일 경기 폐지 여부에 대해 찬반을 묻는 내용이다. 월요일 경기를 존속시킬 것인가, 혹은 바로 폐지시킬 것인가에 대해 예스 또는 노의 의견을 표명해 달라는 설명이었다.

둘 다 고개를 가로 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동안 뭔가 둔기에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다. 이게 한국 프로야구고, 이게 KBO 행정인가 싶었다.

월요일 경기는 존속해서도 안되고, 또 폐지해서도 안되다는게 내 입장이다. 얼핏 모순된 내용이나 이에 대한 설명을 하겠다. 첫째, 현장의 감독들은 이미 시즌 시작 전에도 월요일 경기 일정이 다소 무리하다고 의견을 낸 바 있다. 감독자 회의에서 나온 내용이다. 그러나 KBO와 단장회의에선 팀 당 133게임으로 늘어난 경기 일정을 맞춘다며 이런 결정을 내렸다.

133게임으로의 경기 수 증가는 어떻게 내려진 결정인가. 이 역시 감독들이 원하고, 그라운드에서 뛰는 현장 선수들이 원해서 된 것인가. 역시 일방적인 결정 아니었는가. ▶133게임으로 늘어난다 ▶그러면 이에 대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월요경기를 해야한다는 논리인데 이 모두 근거 없이 진행된, 일방적인 행정 절차다. 현장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던, 일방통행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시즌중에 폐지돼서는 안되는가. 이건 KBO가 스스로 전혀 앞을 바라보지 못하고,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게 일을 결정함을 스스로 증명하는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감독 포함, 현장에선 일간스포츠를 비롯한 여러 스포츠 미디어 채널을 통해 월요경기가 문제 있음을 지적해온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적과 문제 제기가 앞서 밝힌, '근거'가 되어 폐지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돼야 하는가.

행정기구인 KBO가 어떤 결정을 내렸을때 감독과 현장의 반응은 수년간 되풀이 돼 왔다. 그리고 그러한 지적은 오랜 시간 동안 좀 더 연구하고,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즉흥적인 판단에 의해 제도가 시행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제기가 시즌중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여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도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엇보다 결정된 룰은 존중되어야 하고, 그 룰에 따라 경기가 치러지며 우리는 이 결과에 대해 승복하는 것이다. 야구를 왜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는가. 정해진 룰에 따라 살고, 싸우고 경쟁하고 그 결과를 모든 구성원들이 납득하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내가 '강짜'를 부려, 또는 몇 몇 감독의 동의를 얻어내 2009년 승부결정제인 무승부=패배 계산을 원상태로 돌리자고 하는건 어떤가. 이 의견이 그럴듯하고 다수결로 5명 이상 감독이 찬성하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릴 것인가.

지금까지의 순위가 모두 헝클어지기 때문이라고 만약 누가 이의를 제기한다면 이것이야말로 프로야구팬을 모독해도 한참 모독하는 일이다. 2009프로야구는 주말 우천으로 경기가 순연될때 월요일에 게임을 치르자는 약속을 팬들과 했다. 그 약속을 개막한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스스로 어기는 조직인데 하물며 승부결정제가 조금 바뀌어도 상관없겠다.

현장의 의견과 전혀 상관없는 일방통행의 이유도 조금 이해는 간다. 룰을 어긴 탓에 수년전 한국야구위원회를 떠난 사람이 사무총장으로 복귀해도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는 조직이 바로 KBO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김성근 SK 감독

Posted by 개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