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17


2010 정규 시즌 1위 SK. 정규 시즌 1위가 확정된 뒤 김성근 감독(사진 좌로부터)과 김재현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사진=SK)


SK의 굳히기와 삼성의 대역전극 사이에서 야구팬들은 서로 다른 예상을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 SK가 2연승을 거두며 일단은 ‘굳히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3, 4차전이 대구구장에서 벌어지는 만큼 삼성의 ‘역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

SK 김성근 감독은 “SK에게 2010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은 2007, 2008시즌 우승 때보다 더 값진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삼성의 추격을 봉쇄해 반드시 ‘V3'를 이루겠다”고 다짐한다.

그렇다면 SK에게 과연 한국시리즈 우승은 어떤 의미일까. 또 만약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면 한국프로야구엔 어떤 영향을 줄까.

해태 이후 최강팀이 되려는 SK


SK는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폭발적인 홈관중 증가'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2000년 창단 당시만 해도 문학구장 평균 관중은 1천281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10년엔 1만4천907명으로 10배이상 증가했다. 10년 만에 관중수가 10배 이상 증가한 팀은 SK가 유일하다(사진=SK)


1980~1990년대 최강의 팀은 해태(KIA의 전신)였다. 한국시리즈에서 무려 9번이나 우승했다. 그렇다면 2000년대 최강팀은 어디일까.

후보는 많다. 그 가운데 1순위는 단연 SK다. 올 시즌 정규 시즌 1위에 오르며 SK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프로야구 사상 둘뿐인 팀이 됐다. 이전까진 1986년부터 1989년까지 한국 시리즈에 진출한 해태가 유일했다.

2007, 2008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SK가 올 시즌에도 챔피언이 된다면 우승 3회로 삼성과 함께 2000년대 가장 많은 우승컵을 손에 쥔 팀이 된다.

만약 준우승에 그친다면?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우승의 영광과 2년 연속 준우승의 좌절을 차례로 경험한 전무후무한 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후자가 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많은 야구전문가는 “SK가 삼성을 꺾고 3번째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오른다면 과거 해태처럼 ‘V9’도 가능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는다.

모 야구해설가의 말을 들어보자.

“야구전문가 다수가 한국시리즈에서 SK와 상대해 이길 팀은 그나마 삼성이 유일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막상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자 ‘삼성도 역부족’이란 의식이 퍼졌다. SK는 다른 팀과 달리 한두 명의 스타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김상현, 윤석민 등 특정 선수에게 의존한 KIA가 지난해 우승하고도 올해 4위 안에 들지 못한 게 좋은 예다.

SK는 모두가 주연이자 조연이다. 한국시리즈에서 보라. 희생번트가 필요한 순간엔 중심타자 박정권도 예외 없이 번트에 성공한다. 타격감이 나쁜 타자라도 외야플라이가 나와야 할 순간에는 어김없이 외야플라이를 친다.

투수진은 더하다. 지난해 김광현이 빠지고, 주축투수들이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한국시리즈에서 7차전까지 갔다. 올해도 시즌 전까지는 부상 투수들이 많아 ‘4강도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현재 우승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팀이 됐다.

만약 SK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다면, 지금의 전력에서 매우 큰 변동이 없는 한 앞으로 5년 동안 최강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주전 선수 몇 명이 빠져도 큰 변화가 없는 건 SK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는 팀이 아니라, 새로운 이를 만드는 팀이기 때문이다.”

슈퍼 마무리의 탄생


송은범은 과연 '슈퍼 마무리'가 될 수 있을까(사진=SK)


올 시즌 이승호(SK)는 마무리로 변신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20세이브를 따냈다. 손승락(넥센)과 이용찬(두산)에 이어 세이브 부문 3위에 올랐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 SK의 뒷문은 다른 선수가 맡았다. 송은범이다.

올 시즌 송은범은 선발로 등판했을 때 6승5패 평균자책 3.22를 기록했다. 그러나 8월 말부터 마무리를 맡으면서는 2승2패 4홀드 8세이브를 거뒀다. 이 기간 평균자책은 ‘0’이었다.

지난해 마무리 부재로 곤욕을 치렀던 김성근 감독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송은범을 마무리로 변신시켰다.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한국시리즈 1, 2차전 모두 송은범은 완벽한 투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국시리즈에서 SK가 우승한다면, 야구팬은 송은범이 마지막 이닝에서 포수와 하이파이브하는 장면을 몇 년은 더 봐야 할 것이다. 송은범이라면 오승환(삼성) 이후 국내프로야구 최고의 ‘슈퍼 마무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야구계의 공통된 평가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송은범의 ‘슈퍼 마무리’ 가능성을 크게 본다. “송은범은 웬만한 위기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는다. 침착한 자세로 자신의 투구를 펼친다. 선발로 다시 돌아가도 성공하겠지만, 마무리로서도 국내 최고가 될 자질과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한다면, SK의 수호신으로 오랜 기간 세이브를 기록할 것이다.”

이 위원은 송은범이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도약하려면 “지금 같은 담대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발에서 마무리로 전환하며 대성공을 거뒀던 전 LG 투수 김용수 중앙대 감독은 ‘담대함’의 상징이다. 현역 시절 김 감독은 블론세이브를 기록해도 동료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되레 “네가 9회까지 0점으로 막았으면 내가 등판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책임을 선발투수에게 돌리곤 했다. 이유가 있었다.

“나라고 왜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면 동료에게 미안하지 않겠나. 그러나 마무리는 자신감이 생명이다. ‘미안하다’는 말이 입에 배면 투수는 자신감을 상실하고, 동료도 ‘쟤가 잘 막을 수 있을까’하고 불안해한다. 속으로 미안해도, 겉으론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야 위기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송은범이 리그를 압도하는 마무리가 되려면 담대함뿐만 아니라 “마무리에 맞는 확실한 변화구를 장착하고, 제구가 완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송은범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한다면 SK는 지금보다 더 강력한 팀이 될 것이다.

금이 가지 않는 SK의 철통수비


SK는 '수비야구'로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몇몇 팀이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수비야구'에 무딘 팀도 있다(사진=SK)


삼성 선동열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엄포를 놨다. “수비가 되지 않는 선수는 타격을 아무리 잘해도 주전으로 쓰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선 감독이 SK 사령탑이었다면 그런 엄포는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SK 수비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프로야구 몇몇 팀은 정근우, 나주환, 최정 등 SK 내야수를 미래의 스카우트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올 시즌 SK의 팀 실책은 81개였다. 한화의 80개에 이어 최소실책이었다. 그러나 한화와 SK의 수비를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한 야구인은 “‘한화 수비수들은 실수를 두려워하는 소극적인 플레이로 실책은 적을지 몰라도, 호수비는 그만큼 적다”며 “그러나 SK는 적극적인 수비를 펼치면서도 실책이 적은 세련된 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시리즈에서 SK는 ‘수비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송구와 포구는 물론이려니와 타구 방향에 대한 정확한 예상과 측정으로 안타조차 평범한 플라이로 만들었다. 만약 한국시리즈에서 SK가 우승한다면 ‘수비 야구’가 부정할 수 없는 프로야구의 대세가 될 것이다.

‘강한 훈련’이 전사를 만든다.


SK 좌익수 박재상(사진 가운데)이 나주환(왼쪽)과 최정(오른쪽)과 함께 훈련 도중 파안대소를 짓고 있다(사진=SK)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SK에게 휴식은 없었다. 표면적으론 ‘3일 훈련, 1일 휴식’이지만, 실제론 휴식일에도 연습하는 선수가 꽤 많았다.

SK의 훈련스케줄을 보면 이 팀이 과연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팀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먼저 훈련 시작시간이 오전 7시 30분으로 매우 일렀다. 다른 팀 선수 같으면 잠자리에 있을 시간이었다. 훈련 종료시간도 오후 6시 30분으로 꽤 늦었다. 하루 11시간을 훈련에만 매달린 셈이었다.

당시 SK 선수들은 “이렇게 훈련했는데도 한국시리즈에서 지면 억울할 것”이라며 “훈련한 게 억울해서라도 반드시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K가 2007, 2008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자 몇몇 팀은 SK를 롤모델 삼아 ‘강한 훈련’을 화두로 삼았다. 지난해 KIA가 그랬다. 그러나 ‘강훈’은 땀만 많이 흘린다고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 스스로 ‘왜 이 훈련을 해야 하는지, 어째서 이 훈련이 실전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방법으로 훈련해야 하는지’ 깨달을 때만 효과가 있다.

SK가 ‘V3'를 달성하면 한국프로야구는 또다시 'SK 식의 강훈’이 화두로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왜’라는 답을 선수 스스로 찾지 않고, 그 답을 주려고 지도자가 노력하지 않는 이상 “SK는 되고 우리는 안 된다‘라는 자조 섞인 한숨만 흘러나올 것이다.

떠날 때보다 빨리 떠난 이의 아름다움


올 시즌을 끝으로 김재현은 은퇴한다(사진=SK)


‘캐논 히터’ 김재현이 은퇴한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서다. 35살의 나이를 고려하면 현역에서 한창 뛸 나이다. 하지만, 김재현은 은퇴를 반복할 뜻이 없다.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이가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강한 까닭이다.

이번 한국시리즈가 은퇴 무대가 될 김재현의 각오는 남다르다. “반드시 V3에 성공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다짐이다.

SK의 실질적인 리더인 김재현의 각오가 동료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정근우는 “선배의 마지막 무대가 축포 속에서 끝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며 “전체 선수들이 ‘꼭 우승하자’라며 똘똘 뭉쳐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만약 김재현이 한국시리즈를 마지막으로 현역생활에 종지부를 찍는다면 '떠나야 할 때보다 이르게 떠나고도 축복받은 선수‘로 기억될 것이다.

‘현미경 야구’로 무장한 SK 전력분석




“현미경 아래에 놓여 있는 곤충이 된 기분이다.”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은 SK에게 먼저 2연승을 하고도 4연패 하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당시 모 두산 투수는 SK 타자들을 상대하느라 무진 애를 먹었다. 던지는 족족 안타를 맞거나, 회심의 결정구를 던져도 SK 타자들이 꿈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이 투수는 SK 타자들이 자신이 어떤 공을 던질지 이미 예상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니까 자신의 미세한 투구습관이 SK 타자들에게 걸렸다는 뜻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전적으로 SK 전력분석팀의 힘이었다.

SK 전력분석팀의 양축인 김정준, 노석기 코치는 8개 구단 전력분석원 가운데 가장 경험이 많다. 1990년대 초반 한국에 처음 ‘전력분석’의 필요성이 대두했을 때, 이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이들이 두 코치였다. 현재 SK는 삼성과 함께 전력분석이 가장 뛰어난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로 타자를 분석하는 김 코치와 투수 부분을 맡은 노 코치는 상대 선수들의 은밀한 버릇까지 체크해 이를 역이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SK 전력분석팀은 그간 수집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류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8월 말부터는 전준호 주루코치에게 삼성 전력분석을 맡겼다. 전 코치는 그때부터 삼성의 뒤를 따르며 삼성 주자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체크했다.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 삼성 타자들이 도루 5개를 시도해 2개 성공에 그친 것도 전 코치의 정보가 큰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SK의 우승으로 전력분석의 중요성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다.

출처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issue&mod=read&issue_id=438&issue_item_id=8855&office_id=295&article_id=0000000485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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