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렇게 됐네…."
김성근(71) 고양 원더스 감독의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김 감독은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구장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만전이 끝난 뒤 "고생한 사람들이 많은데 아쉽다. 2라운드 때 일본 도쿄로 건너가 응원하고 싶었는데"라고 했다.
"그런데 말이지." 잠시 침묵했던 김 감독이 '볼륨'을 높였다. "냉정하게 바라보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한다. 실패했을 때 주저앉으면, 말 그대로 실패다. 뒤 돌아보고, 앞도 보고 좌우도 다시 살펴서 문제점을 찾아내야 한다. 다시 새판을 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한국은 WBC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8강 안에도 들지 못하는 예상 밖의 결과. 1·2회 WBC에서 4강과 준우승의 신화를 일궜던 기억이 '현재'를 더 초라하게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너무 늦지 않게 현실을 인식한 것은 다행이기도 하다. WBC 3경기가 한국 야구의 아쉬운 부분을 어느 정도 표현한 것이 아닌가. 기회로 삼자"고 조언했다.
한국 야구는 최근 두 차례의 WBC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국제무대에서 강세를 보였다. 국내리그는 지난해 정규시즌 700만 관중을 돌파했고, 10구단 체제까지 완성했다. 2013년 WBC는 인기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고음이 울렸다. 김 감독은 "사실 경고음은 여러 차례 울렸는데, 야구인들이 안주하고 도취되어 있던 탓에 듣지 못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1990년대 초반 한일 슈퍼게임을 통해 한국 야구의 부족한 면을 발견하고, 이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덧 일본 야구와 국제무대에서 당당하게 겨룰 정도의 실력을 키웠다"고 떠올린 뒤 "사실 최근 국내 프로야구 경기를 보며 '경기력'에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었다. 머무르거나 퇴보한 느낌이다.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에 너무 만족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이번 WBC에서 2라운드에 진출하긴 했지만 뭔가 엉성한 분위기였다. 한국과 일본 모두가 안일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야구가 재도약하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김 감독은 '새로운 바람'과 '협력'을 이야기 했다. 김 감독은 "원래 위기 때 제도를 바꾸고, 발전을 꿈꾼다. 지금 우리 야구는 너무 경직돼 있다. '문호'를 개방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아시아 쿼터제라던가, 재미·재일교포들의 한국 프로야구 진출 가능성을 키우는 것 등의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야구 선수와 지도자,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단 프런트가 공동의 목표에 대해서는 뜻을 모았으면 한다. 이기주의는 버리자. 순간의 자기 이익만 생각하다 보니 시야가 좁아진다. WBC 준비 부족 문제도 그 때문 아니겠나. 누가 '안'을 내놓으면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 발전에 저해되는 일이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충고의 근원은 애정이다. 김 감독은 "그래도 10년 전, 20년 전을 생각하면 한국 야구는 모든 면이 발전하지 않았나. 한번쯤은 위기가 온다. 나는 지금도 한국 야구가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을 맺었다.
하남직 기자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ec&sid1=107&sid2=213&oid=241&aid=000212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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