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하남직]
"경제 위기라는데, 모두 사장님들 책임입니다."
김성근(71) 고양 원더스 감독이 중견 기업 사장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건넨 말이다. 대기업 강연에서는 더 날카롭다. "일류기업이 왜 이류기업만도 못한 생각을 합니까." 강연 초반에는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도 꽤 많다. 강연이 끝나면 "또 와주실 수 있습니까"라는 요청을 한다.
김 감독은 인기 강사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교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한다. 듣기 거북할 만큼 따끔한 지적을 쏟아내지만 강연을 끝까지 듣다 보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의 야구만큼, 강연도 독하고 강하다.
김 감독은 지도층에게 "부하 직원을 얼마나 믿습니까"라고 자주 묻는다. 대부분 "직원들을 믿고 일합니다"라고 답한다. 그는 "당신은 부하 직원들이 절대적으로 믿는 리더입니까"라고 되묻는다. 이때 자신있게 답하는 리더는 많지 않다. 김 감독은 "리더와 조직원의 목표가 하나가 될 때 그 조직은 성공합니다. 조직원들이 자신을 100% 신뢰하도록 만드는 게 리더입니다"라고 말한다. 박수가 쏟아진다.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지난 7일 고양시 야구국가대표 훈련장. 내야수 김정록(23)이 감독실 문을 두드렸다. 그는 독립야구단 원더스가 배출한 11번째 프로 선수다. 김정록은 "감독님, 저 오늘 넥센으로 갑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끝이 아니다. 잘해라"라며 손을 내밀었다. 김정록은 김 감독에게 "사진 한 장 같이 찍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프로 선수와 사진을 찍으니, 영광이네"라는 농담을 건넨 김 감독은 무심하게 "저기 배트 한 자루 가져가라"고 말했다. 김정록은 핑 도는 눈물을 꾹 참았다.
김정록은 2011년 12월25일 해병대에서 전역한 뒤 원더스에 입단했다. 2008년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한 그는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고, 일본 키위국제대학에 입학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 군입대했다. 김 감독이 기억하는 김정록은 '발만 빠른 선수'였다. 훈련 때도 타구가 내야를 겨우 넘어갔다. 김 감독은 김정록의 장점부터 봤다. 그리고 단점을 고쳐나갔다. "야, 해병대. 스윙 100번 해라." 김정록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힘이 붙더라"라고 했다. 그는 올 시즌 첫 퓨처스리그 경기(4월19일 LG전)에서 결승홈런을 쳤다. 김정록은 고양을 떠나며 "'김성근 감독님께 배운 선수'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뛰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누구나 장점이 있다. 리더는 장점을 발견할 눈을 가져야 하고, 그걸 살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고양에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해 프로에서 외면받은 선수들이 모여 있다. 김 감독의 다른 눈과 다른 생각으로, 그들은 다른 선수가 된다.
틀과 상식에서 벗어나라
김 감독은 10일 끝난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를 챙겨봤다. "서브를 할 때 오버핸드스로 투수를, 포핸드 스매시가 나올 때는 사이드암 투수를 떠올렸다." 김 감독은 이상훈(41) 고양 투수코치에게 "배드민턴 라켓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김 감독은 원더스 투수들에게 배드민턴 라켓을 먼저 쥐게 했다. "느낌이 오나"라고 물은 뒤 야구공을 건넸다. "그렇지. 지금 그 느낌이야." 테니스를 봐도, 배드민턴 라켓을 쥐어도 결국은 야구 얘기다.
야구 인생 60년. 그가 더 배울 게 있을까. 김 감독은 "리더는 조직의 어떤 구성원보다 많이 알아야 한다. 감독이 코치에 의존하면 그 팀에 한계가 생긴다. 투수와 타격, 수비 분야 모두에서 최고 전문가가 돼야 팀을 이끌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사회 지도층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위로 올라갈수록 자신의 것을 지키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더 혈연·지연에 의존하고, 틀 안에서만 움직인다. 리더는 물처럼 흘러가야 한다. 고이면 조직이 썩는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도전하고, 앞서가라"고 조언했다.
김 감독은 최근 지인으로부터 "푸른 장미 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 염색으로 만든 푸른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이었다. 2004년 오스트리아와 일본의 공동 연구팀이 유전공학을 이용해 진짜 푸른 장미를 만들었다. 꽃말은 '기적, 해낼 수 있는 일'로 바뀌었다. 김 감독은 늘 세상과 싸웠다. 그 결과는 열두 번의 해고였다. "나는 잘렸지만, 선수들 연봉은 올랐잖아, 허허." 그라운드 곳곳에 그가 심어놓은 푸른 장미가 자라고 있다.
출처 : http://sports.media.daum.net/baseball/news/breaking/view.html?newsid=20130612080205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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