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도 찾아왔잖아."
고양 원더스의 1년을 돌아보던 김성근(70) 감독이 흐뭇하게 웃는다. 김 감독은 지난해 12월12일 고양 원더스 창단식에서 "야구에 집중하겠지만, 나아가 사회적인 메시지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11일 "어느 정도 역할을 하지 않았나"라고 평가했다.
고양의 1년이 그랬다. 프로구단에 지명받지 못하거나 방출당한 선수들을 모아놓은 한국 최초의 독립구단. 젊은 사업가 허민(35)이 구단주로 나섰다. 허 구단주는 "원더스를 통해 도네이션, 즉 사회공헌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반면 김 감독은 "프로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목적지가 다른 듯 했다. 하지만 실제로 둘의 지향점은 같았다.
김 감독은 창단식 다음날인 2011년 12월13일 전주로 내려가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이날은 그의 생일이었다. 강훈련이 이어졌다. 훈련으로 단련되고, 강의로 마음을 다진 고양 선수들은 강해졌다. '원더스발 뉴스'들이 이어졌고, 야구계가 놀랐다. 퓨처스(2군)리그 48경기에서 20승7무21패(승률 0.488). 5명의 고양 선수가 프로구단에 입단했다. 고양은 승리와 기적을 낳았다. 절망을 겪었던 선수들이 희망을 품었다. 고양의 트라이아웃에 둥지 잃은 선수들이 모였다. 고양의 존재 자체가 곧 사회공헌이었다.
대선 주자 문재인 통합민주당 후보가 7월 고양을 방문했고, 9월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김성근 감독과 원더스 선수들을 찾았다. 두 후보에게 고양은 '실패를 겪은 사람들이 희망을 품고 재기하는 성공 모델'이었다.
'할 수 있습니다' 고양의 사회적 메시지
11월 트라이아웃을 통해 고양에 입단한 오른손 투수 박병우(18·제물포고 3학년)는 "고양에서 성장해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청각 장애인이다. 제주도에서 마무리 훈련 중인 그는 "부상이 조금 있어서 재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훈련하는 게 재밌다"고 했다.
김 감독은 박병우의 청력이 아닌 어깨 부상을 걱정한다. 김 감독은 "병우는 그냥 한 명의 선수다. 폼이 예쁘다.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 어깨가 조금 아픈데, 다 나으면 다시 투구에 대해 가르칠 생각"이라고 했다. 고양에서 박병우는 '또 다른 실패 사연'을 지닌 선수일 뿐이다.
김 감독은 "SK에 있을 때는 '경험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증명하고 싶었다. 고양에서는 '장점 하나가 성공을 만들 수 있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방법은 야구이지만 메시지는 야구계 밖으로도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고양의 1년이 그런 과정이었다"고 했다. 치열한 1년이었다. 김 감독은 "고양이 실패할 경우, 또 다른 독립리그팀이 탄생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긴장했다"고 털어놨다. 하송 단장은 "1년을 성공적으로 보냈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의 노력이었다. 고양 원더스 자체가 야구 인프라 확장이다"라고 했다.
아래로부터의 세계화
성공적인 1년을 보낸 고양은 새로운 목표에 도전한다. 김 감독은 "예전부터 '야구의 세계화'를 꿈꿨다. 고양은 기존 프로팀과 다르다. 하지만 '아래부터 시작해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일본 독립리그 트라이아웃 현장을 찾았고, 일본 프로야구 출신의 외야수 미나미를 영입했다. 지난해 고양에서 활약했던 일본인 투수 고바야시와는 재계약했다. 김 감독은 "고양은 '국적에 연연하지 않고 다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움직임이 야구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 우리가 키운 외국인선수를 기존 프로팀에서 영입하는 것도 환영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김 감독은 "지난해에는 나와 코치, 선수들이 모두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금은 다르다. 제주 마무리훈련부터 속도가 붙었다"고 전한 뒤 "단순히 프로에 보내는 게 아니라, 1군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를 키워서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하남직 기자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121212n06578?mid=s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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