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9.13

 

사람 인상은 직업따라 바뀌는 모양이다. 지난 1983년 OB(현 두산) 코치로서 미야자키 캠프에 갔을 때의 일이다. 어린이 두 명이 외야 펜스 근처에 있는 나를 보더니 ‘인상더럽다’ ‘눈이 무섭게 생겼다’는 말을 주고 받았다.

 

지난 해 일본 지바 롯데 코치로서 후쿠오카에서 이발소에 갔을 때에는 이발사가 나를 야쿠자로 여겼다. 1960년대 초 일본에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너무 순진해 보인 탓에 소매치기를 당했던 나로서는 웃음이 나올 일이다.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고. 한 곳을 집중해서 보는 버릇을 가질 수밖에 없는 감독 생활을 오랫동안 해서 변한 모양이다.

 

팀을 지휘하는 감독은 선수에게 마음 속을 드러내 보이면 통솔력을 잃기 십상이다. 그래서 감독 시절 거의 웃지 않은 채 1년 내내 선수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하려고 무지 노력했었다.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람의 표정은 밑에 있는 사람들을 안정시키기도 하고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감독이 선수단 내 긴장을 조성하면 그 팀은 반드시 상위권에 있고 그렇지 못한 팀은 하위권에 있다. 끊임없는 긴장감은 페넌트레이스 우승의 필수 요건이다. 올해 일본야구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지난해 일본시리즈 우승팀 지바 롯데 마린스, 올해 우승을 노리는 일본 햄, 세이부 라이온스가 이를 잘 보여준다. 반면 올해 지바 롯데는 긴장감을 잃어버려 우승권에서 밀려났다. 한국의 김영덕(전 빙그레)·김응룡(해태·삼성) 감독도 형태는 다르지만 선수들이 긴장하도록 통솔하는 면에서 존경했었다.

 

긴장감은 스스로의 플레이가 좋은 방향에 있을 때. 목적의식이 확실할 때, 감독·코치가 만들어갈 때 생기지 않나 싶다. 선수들에게 ‘왜 이기지 못하는가’,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렇게 하면 이긴다’는 길을 가르쳐주면 긴장감은 자연스럽게 조성된다.

 

1회에 시작해서 9회에 끝나는 야구이지만 요즈음은 ‘9회부터 시작해서 1회에 끝난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서 1점차 역전패가 많은 팀은 대부분 ‘경기 초반에 강공하고 중반에 번트로 공격을 조절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질 때가 많다. 하지만 1회나 9회 똑같은 점수라는 생각을 하면 모든 것이 바뀐다.

 

야구는 마무리투수가 승부를 좌우한다. 그만큼 우수한 투수가 뒤에 있다. 선발투수는 1회와 2회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경우가 많다. 자연히 경기 초반 득점을 노리는 것이 훨씬 쉽다.

 

예전처럼 선발투수가 완투할 때는 7∼8회 득점찬스가 더 쉬울 수 있지만 요즈음은 그때쯤 불펜으로 교체한다. 감독이 초반부터 1점을 중시하고 이기는 방향으로 이끌 때 선수는 긴장감을 갖게 되고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낸다. 그러면 팀은 전력 이상의 성적을 얻는다.

 

 

출처 : http://isplus.liv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446573

 

Posted by 개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