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8.15

 

요즘 오사카 고시엔 구장에서 전국고교야구여름대회가 한창이다. 공영방송인 NHK가 아침부터 밤까지 전경기(하루 4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고시엔 대회의 백미는 1점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번트 작전인데 TV를 보고 있으면 고교 선수들의 번트 기술에 감탄한다. 알루미늄 배트에서 타구를 죽이는 기술은 가히 프로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다.

 

대랑득점을 얻기 위해 강공 일변도로 가는 팀이 더러 있지만 해당 경기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다음 경기나 그 다음 경기를 넘지 못한다. 역시 방망이 야구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토너먼트 대회서 우승을 하기까지는 5·6경기를 이겨야 한다. 내가 1970년대 고교 감독(신일·충암)을 할 때 깨달은 바이지만 6경기 중 반드시 1·2차례는 1점 차 승부가 온다. 그 때문에 번트의 확실성·중요성, 그에 따른 수비 포메이션에 역점을 두고 연습한 기억이 난다.

 

번트와 관련해 일본 프로야구에는 재미있는 수치가 있다. 14일 현재 센트럴리그 1위 주니치(97경기)는 번트가 112개이고, 2위 한신(103경기)은 69개의 번트를 기록하고 있다. 주니치가 2배 가까이 많은 셈. 그것도 주니치가 한신보다 6경기나 적은 상황에서다. 주니치가 한신을 8.5게임차로 앞서고 있는데 이는 번트수의 차이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지난 해 주니치가 시즌 146경기에서 82개의 번트를 댄 것을 생각하면 올 시즌 오치아이 주니치 감독의 야구는 많이 바뀌었다. 전통적으로 투수력보다 타력이 약한 팀의 수장으로서 당연한 선택이랄 수 있다. 주니치는 번트작전을 통해 승리를 거듭하면서 팀 타율도 높아졌다.

 

퍼시픽리그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비슷하다. 1위 세이부에서 2·3위 소프트뱅크·니혼햄까지 차례로 94·94·97개로 번트 경쟁을 벌이고 있는 듯하다. 3팀 모두 지난 해와 비교하면 번트가 많아졌다. 반면 4위에 머물고 있는 지난 해 우승팀 롯데는 40개로 지난 해(시즌 70개)와 크게 차이가 없다. 결국 양 리그 모두 공격 패턴의 전환이 순위로 그대로 들어난 것이다.

 

번트를 대면 재미없다는 말이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미국 출신의 토레이 힐먼 니혼햄 감독은 약한 팀 타력을 보완하기 위해 올 시즌 번트사인(지난 해 54개)을 부쩍 많이 내고 있다. 그런데 지난 13일 지바 롯데와의 홈 경기에는 시즌 4번째로 많은 총 4만 3573명의 관중이 입장, 이날 '빅카드'인 주니치-한신전보다 5000여명이 더 들었다. 삿포로 돔에는 연일 3~4만의 손님으로 북적댄다.

 

이기기 위해 1회부터 번트를 대고, 잦은 투수교체를 하는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는 일반론일 뿐 진실한 팀 사정을 모르는 데서 나온 말이다. 현재 팀이 처한 상황을 깊이 파악하고 승리를 위한 최선책이 무엇인가를 곰곰히 따져 실행에 옮기는 것이 현장의 리더와 구단 관계자들이 할 일이다.

 

프로라는 것이 팬들에게 보여주는 야구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허점이 많다. 멋만 부리는 야구는 승부에서 '유리알'과도 같다. 팀 특색에 맞는 전략과 전법이 필요한 법이다.

 

결단코 번트는 소극적인 플레이의 표본이 아니다. 잘만 사용한다면 팀을 바꾸고, 나아가 관중을 끌어모으는 위력이 있다.


 

출처 : http://isplus.liv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418771

 

Posted by 개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