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8.09
“타석에서 앞 다리를 올렸을 때 뭔가 투수가 타자에게 빨려 들어가는 분위기가 있어요. ‘자 어서오십시오’라는 위압감이랄까요. 올해는 50개는 가능할 것 같네요.” (사토자키 지바 롯데 포수)
“작년 승엽이는 투수 페이스에 끌려 들어갔다. 그 때문에 상대 실투도 번번이 놓쳤다. 올해는 실투는 물론이고 상대 투수의 주무기까지 공략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대단하다.” (김성근 지바 롯데 코치)
“그렇습니다. 포수는 타자를 상대할 때 초구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고 마지막 승부구로는 무엇을 골라야 하느냐에 고민하지만 올해 승짱은 어떤 공부터 들어가야 하는 지 도무지 정답이 없다. 타석에서 너무나 여유가 있어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사토자키)
이번주 김성근 야구학은 이승엽(30·요미우리)의 스윙 매커니즘에 대한 이야기다. 이승엽은 올 시즌 중반부터 일본 프로야구 홈런 레이스를 앞장 서 이끌고 있다.
지난 1일에는 한일 통산 400홈런도 날렸다. 지난해와 비교해 또 무엇이 달라졌을까. 지난해 지바 롯데에서 일대일 지도로 이승엽의 일본 성공기에 큰 도움을 준 김성근 지바 롯데 코치의 설명을 베이스볼 플러스 형식으로 꾸며봤다.
▲WBC 때만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위의 대화는 이승엽이 400홈런을 기록한 다음날 지바 롯데 포수 사토자키와 나눈 대화의 일부분이다. 지난 2년간 이승엽과 한솥밥을 먹은 사토자키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대표팀 주전포수로서 이승엽을 상대했다.
그는 WBC 직후 내가 이승엽에 대해 물어봤을 때 올 시즌처럼 압도되는 느낌은 없었다고 얘기한 바 있다. 투수나 타자나 싸움을 치르면서 성장해 나간다고 하지만 올해 승엽이는 바로 그런 모습이다. 갈수록 타석에서 큰 바위가 딱 버티고 서 있는 같은 중압감을 준다.
▲비거리에 대한 불안감과 고정관념을 깼다
올 시즌 팀이 달라 승엽이 경기를 많이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알고 있는 한 승엽이가 작정하고 홈런 스윙을 한 것은 지난 21일 올스타전 첫번째 타석 투 낫싱일 뿐이다. (이승엽은 풀카운트 접전 끝에 마쓰자카로부터 동점 2루타를 뽑아냈다.) 이것이 작년까지의 이승엽이다.
크게 휘두르지 않으면 비거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불안감과 큰 스윙을 해야 홈런이 나온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당시 경기 전 배팅 연습 때마다 지적을 하며 주위를 줬지만 처음엔 신경을 써 짧은 스윙을 하다가 홈런 타구를 치기라도 하면 어느새 스윙이 커지고 타격 폼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우를 범했다.
이것은 정통파 투수가 보다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 몸의 밸런스를 무너뜨려 투수의 가장 중요한 컨트롤을 잃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공을 멀리 보내고 싶은 욕구는 홈런타자의 본능이다. 그러나 홈런에 과도한 힘은 필요없다. 일본 프로야구 통산 홈런 2위(675개)의 노무라 가쓰야 라쿠텐 감독은 “홈런이란 95m 펜스가 있다고 가정할 때 96m이면 된다.
굳이 비거리 130m. 150m짜리를 노릴 필요가 있는가”라고 말한 바 있다. 어떻게 힘을 빼고 치느냐가 타자의 생존에 필요조건이라는 얘기다. 지난 해 승엽이에게 “힘을 빼라”고 쉴새없이 주문한 기억이 새롭다.
▲뒷다리에 배팅 타이밍을 맞췄다
올해 승엽이의 또 다른 점은 투수의 공을 끌어당기는 시간이 무지 길어졌다는 것이다. 최대한 배팅 타이밍을 뒤에 두고 친다는 말이다. 그때문에 왼손 투수에 대한 대처능력도 많이 향상됐고. 변화구 공략도 잘 되고 있다. 위에서 사토자키가 언급한 “빨려 들어간다”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이승엽은 지난해까지 앞다리(오른 다리)에 배팅 타이밍을 맞췄다. 그것도 다리를 올리고 내리는 동작이 매 투구때마다 바뀔 정도로 불안정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하던 식으로 나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앞다리가 아닌 뒷다리(왼 다리)에서 타이밍을 잡고 있다. 준비자세에서 왼쪽 뒷꿈치를 조금 올려 놓았다가 지면에 내려 놓는 동시에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래픽Ⅰ> 나도 몰랐던 부분이다. 스프링캠프에서 팀 동료 다카하시 요시노부의 타격자세를 벤치마킹한 것인데 이럴 경우 최대한 공을 뒤에 놓고 칠 수 있다. 몸의 움직임도 최소화하고 허리회전도 좋아지는 이점도 생긴다.
▲왼손 아랫부분이 하늘을 향하지 않는다
승엽이는 지난 해까지 스윙 동작에서 배트를 잡은 왼손 아랫부분이 하늘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낮은 공을 잘 치는 타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스윙인데 이렇게 되면 스윙이 퍼져 나오게 돼 높은 볼에 약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승엽의 약점이 몸쪽 바로 높은 볼이다.
그러나 올해는 왼손이 하늘을 향하지 않으면서 그 약점마저 없앴다. 톱에서 미트 포인트까지 최단거리로 스윙이 나간다. <그래픽Ⅱ> 상대 투수의 구질을 노려 때린다는 초조함에서 벗어나 볼을 맞히기만 하면 펜스를 넘길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지난 해까지 멀리 날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임팩트 순간에만 힘을 준다는 의식의 전환이 성공한 것이다.
홈런 35개도 대단하지만 3할 3푼을 넘나드는 시즌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왼다리와 왼손의 사용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홈런은 경험의 산물. 더 높은 곳을 향하라
타자는 타석에서 좋아하는 볼을 기다려서 때린다는 것보다 자기가 전혀 예상치 않은 볼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필요하다. 실전에는 절대 치기 쉬운 볼은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실전 경험이 중요한데 ‘영리한’ 이승엽은 일본에서 3년간 많은 투수를 상대하면서 이리저리 엉켜있는 실타래를 완전히 풀었다고 본다.
다만 본인 목표로하는 메이저리그를 상정한다면 일본에서보다 더 많은 투수들. 더 많은 구질이 버티고 있다. 자신의 꿈을 이루려면 일본에 있을 때 자기의 타격폼을 확실히 완성해아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자기 폼이 없으면 투수들에게 먹이가 된다.
35홈런 중 스스로 생각하기에 베스트 폼으로 때린 것은 몇 개 없을 것이다. 더 높은 곳을 보고 일본에 있는 동안에 자기 야구를 완성해라고 주문하고 싶다.
출처 : http://isplus.liv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41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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