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6.21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신화를 이뤄낸 우리 선수들을 보고 일본인들은 내게 "한국 선수들은 근성과 집념이 강하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단결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감탄했었다. 한편으로는 "일본 선수들은 스스로를 국가를 위해 희생하지 않았다. 구심점이 없어 팀 화합도 되지 않아 실력 발휘를 못했다"며 실망스러워 했다. 난 그때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느꼈고 그들에게 대한민국과 한국인의 충성심에 대해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시선을 독일 월드컵으로 돌려보자. 현재까지 한국은 1승 1무, 일본은 1무 1패다. 일본인들은 "한국 대표팀은 애국심으로 단결해 싸우는데 일본은 개인별로 움직여 구심점이 없다"며 두 팀을 비교하고 있다. 일본인에게 '가미가제 특공대' 같은 얘기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다. 이제 그들은 한국의 애국심을 부러워 하고 있다.
사실 일본인들은 월드컵에 앞서 평가전을 치르면서부터 16강 진출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래도 막상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자 크게 낙담하고 있다. 일본인 2만 여명이 독일로 원정 응원을 갔지만 전체적인 열기는 한국보다 떨어져 있는 것 같다.
지난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2라운드가 열렸던 미국 에인절스 스타디움에는 한국 응원단이 가득했다. 훗날 일본 선수들은 내게 "그 지역에 한국인들이 그렇게 많이 살고 있느냐. 마치 한국에서 야구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WBC에서 구심점은 태극기였다. 일본 선수들에게 일장기는 그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월드컵을 향한 일본인들의 관심은 상당히 크다. 지난 18일 도쿄 진구구장서 열린 지바 롯데와 야쿠르트의 인터리그 우승 결정전. 비가 많이 와 경기가 불가능해 보였지만 야쿠르트는 2만 명 이상 모여든 팬들을 위해 개시를 1시간 늦춰가면서까지 경기를 진행했다.
모든 팬들은 구단이 판매한 하얀색 우의와 우산으로 무장했는데 이들의 하얀 물결은 녹색의 인조잔디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했다. 파랗고 큰 연못에 하얀 연꽃이 핀 느낌이랄까. 순간 내가 야구장에 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였다. 내가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고 새삼 팬들에 대한 고마움이 솟아났다.
보통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온 날이면 평소 10분이면 도착하는 지하철역까지 가는데 30분 이상이 걸린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경기를 마치고 나와보니 거리는 한산했다. 지하철을 타서도 2년 만에 처음으로 앉아서 집까지 왔다. 사람들이 이날 오후 10시에 열린 일본과 크로아티아와의 월드컵 경기를 보기 위해 일찍 귀가한 때문이었다.
일본은 이날 경기서도 근성과 집념 부족으로 비겼다. 사실상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이 꺼진 셈이다.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서둘러 귀가했던 야쿠르트 팬들은 야구도 지고 축구도 지는 바람에 두 번이나 실망했을 것이다.
다음날 신문을 보니 일본인들은 남은 브라질과의 경기서 3점차로 이기면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안된다는 소리는 못하고 어려운 계산만 하는 것을 보는 심정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강호 프랑스와 비겨 16강 진출 확률이 높아졌다고 들었다. WBC서 한국야구가 4강으로 가는 길을 열었으니 한국축구도 원정길에서 다시한번 4강 신화를 이뤘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국축구 화이팅!
출처 : http://isplus.liv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33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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