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5.29

 

3개월 만에 만난 이승엽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지난 26~28일 도쿄돔에서 지바 롯데와 요미우리의 인터리그 경기가 있었다. 이승엽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다리던 대진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지바 롯데가 이승엽의 존재감을 새삼 인정할 수 있는 기회였다.

 

요미우리 70대 4번타자로서 압박과 부담을 느낄 이승엽. 그는 "힘이 들지만 좋습니다"라고 내게 인사했다. 그의 얼굴은 맑았다. 지난 해까지 보였던 괴로운 표정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승엽은 되레 내게 "얼굴이 까칠하십니다"라고 걱정의 말을 건넸다.

 

이승엽은 26일 경기 전 타격훈련 때부터 확실히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다. 배팅 포인트까지의 방망이가 짧게 내려왔다. 똑바로 돌아가는 허리 회전이나 오른다리가 받쳐주는 점도 확실히 좋아졌다. 라이너 타구가 눈에 띄게 많아진 이유다.

 

특히 50~60%의 힘으로 위에서 내려치는 다운스윙이 한층 성장한 느낌이다. 이승엽만한 타자를 오랜만에 봐서일까. 타구가 아주 빨라 보였다. 이승엽은 26, 27일 2경기서 홈런 1개, 2루타 2개를 때렸는데 변화구 대응 능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승엽은 2003년 일본에 온 이후 포크볼을 공략하지 못해 헛스윙이 많았지만 이제는 포크볼을 노려서 통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해에는 니혼햄 가네무라로부터 포크볼을 받아쳐 홈런을 때렸을 때 말고는 계속 낮은 변화구에 약했다. 그러나 26일에는 포크볼을 2루타, 27일에는 슬라이더를 홈런, 체인지업을 2루타로 연결했다. 확실하게 공을 잡아 놓고 치고 있었다. 몸이 흔들리지 않고 체중을 앞다리에 실어가는 매커니즘이 자리잡혔다.

 

이승엽은 "몸쪽 볼 대처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볼과 스트라이크를 확실히 구별하고 꽉 찬 몸쪽 스트라이크는 파울로 커트하면 상대의 실투를 유도해 타율과 홈런을 올릴 수 있다. 이승엽은 올 해 사구를 3개나 맞았지만 사구는 강타자의 훈장이다. 몸쪽공을 피하지 말고 들어가서 때리는 자세를 잃지 않으면 계속 요미우리 4번타자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본다.

 

요미우리 4번타자는 모든 일본인이 주목한다. 때문에 이승엽은 전경기 출전이라는 지상 목표를 세울 필요가 있다. 요미우리에는 고쿠보, 아베, 다카하시 등 만만찮은 4번타자감이 있지만 그들은 부상 전력이 많다.

 

4번타자는 체력적으로 1년을 싸울 힘이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이승엽이 적임자라고 하겠다. 4번타자는 팀이 어려울 때 혼자 힘으로 위기를 탈출하게끔 하는 선수여야 한다. 이승엽은 27일 2-2 동점서 2점 홈런을 때려 그 역할을 했지 않았나 싶다. 타율보다는 승부처에서 효과적인 한방을 터뜨릴 능력이 이승엽에게 요구된다.

 

이승엽은 지난 해까지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지만 올 해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정신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동료들, 코칭스태프와 잘 어울리고 일본 생활도 즐기는 것 같아 앞으로도 잘 해내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26일 경기 뒤 이승엽을 비롯해 한국인 5~6명과 함께할 자리가 있었다. 기술적, 정신적으로 부쩍 성장한 이승엽을 보는 것이 아주 즐거웠다. 개인적으로는 오마츠가 이날 결정적인 3점홈런을 때려 더욱 기분이 좋았다. 오마츠는 지바 롯데가 이승엽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한 용병인데 내게 집중적인 지도를 받고 있다.

 

 

출처 : http://isplus.liv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307313

 

Posted by 개살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