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6.13
"승짱, 나는 승짱이 뭘 노리는지 다 알 수 있어요. 타석에 서 있는 자세만 봐도 말이죠"
지난 해의 일이다. 당시 롯데 소속이던 이승엽이 팀 동료인 투수 와타나베 순스케와 함께 인터뷰에 갔다온뒤 한동안 괴로워 했다. 와타나베가 전한 말 때문. 이승엽은 이후 많은 충격을 받았다. "아직갈 길이 멀었구나 생각돼 의기소침 했다"며 이후에 이야기를 전한 적이 있다. 지난 해는 이승엽이 30개의 홈런을 때린 시즌이었다. 한국에서는 이승엽이 일본서 확실히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던 시점 아니었는가.
그랬던 이승엽이다. 이번에는 와타나베를 상대해 6타수 5안타2홈런이라는 월등한 결과를 보여 완승을 거뒀다. 주목할 점은 5안타 가운데 4개는 변화구를 공략했다는 점. 또 이승엽은 롯데와의 6게임을 치르는 동안 거의 대부분 변화구를 공략해 안타를 만들었다. 6게임서 기록한 11개의 안타 중 변화구가 9개, 직구가 2개뿐이다.
이승엽은 지난 해 직구에 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번에도 투수들이 던진 공중 직구는 이승엽의 약점인 몸쪽에 몰렸다. 지난 해까지 오른쪽 어깨가 빨리 열려 볼을 보는 시간이 짧아 특히 낮은 변화구에 눈이 빨리 떨어지는(공을 끝까지 보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결점이 있었지만 올해는 오른쪽 부분에 이른바 '벽'을 만들어 냈다. 타격 밸런스를 잃지않고 어깨가 빨리 도망가지 않도록 폼을 교정해 볼에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을 만들어서 변화구 공략이 쉬워진 것이다. 단,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11차례에서 1안타를 기록했다. 타자가 유리한 초구 또는 0-1, 0-2에서 8개의 안타가 있고 홈런도 0-1, 1-3에서 각각 2개씩 초구에서 빠른 승부가 눈에 띈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변화구를 공략했다고 보면 된다.
강적과 승부를 하는 것은 자기도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승부의 미학은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게 아니다. 강자에 얼마만큼 덤벼들어 이기기 위해 자기 기량을 연마하는 프로 근성이 야구를 아름답고 승부를 재밌고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승부를 팬들에게 보이는 의무가 프로 선수들에게 있지 않나 싶다.
지난 해 올스타전에서는 세이부 마쓰자카가 당시 요미우리 기요하라와의 대결에서 직구로만 승부를 한다고 선언, 제1타석에서 기요하라에게 홈런을 맞았다. 그러나 2번째 타석에서 삼진으로 잡았다.
일본 최고의 161km를 던지는 요코하마 마무리 크룬은 지난달 27일 오릭스전에서 9회 6-3으로 앞서다 2사 만루상황에서 기요하라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했다. 당시 기요하라는 워낙 스피드가 없어 병살타 아니면 삼진이라는 생각으로 맘껏 휘둘렀다고 말했다. 6월 10일 이들은 다시 만났다. 9회 2사에서 크룬이 146km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둘의 승부는 이제 1대1이다.
일본시리즈서 와타나베와 이승엽은 과연 만날 수 있을까. 한번 패한 와타나베가 도전자다. 프라이드를 건 승부를 보고 싶다. 힘의 승부는 아름답다. 정면승부는 남자의 미학을 느끼게 한다.
출처 : http://isplus.liv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322241
'긁어오기 > 김성근의 야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성근의 야구학<18>]야구나 축구나 답은 수비, 그리고 팀 플레이에 있다. (0) | 2012.05.23 |
---|---|
[김성근의 야구학<17>]한국인의 애국심 빛나… (0) | 2012.05.23 |
[김성근의 야구학<14>] 이승엽의 이유있는 한방 (0) | 2012.05.22 |
[김성근의 야구학<12>] 또 공인구 논란…한국 야구 발전 위해 규정 준수해야 (0) | 2012.05.22 |
[김성근의 야구학<11>]역발상의 지혜로 상대를 공략하라 (0) | 2012.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