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5.22
한국 프로야구에서 공인구의 규격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 야구도 이제는 엄정하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
내가 현역이었던 1960년대에는 일본과 미국에서 만든 공으로 경기를 했다. 배트는 국내 생산이 가능했으나 볼은 제작 기술이 떨어지고 수요가 적어 국산화가 돼 있지 않았다. 일제는 소가죽으로 실밥이 얕고 약간 미끄러지는 감이 있어 변화구보다는 직구를 던지기 좋았다. 반면 미제는 말가죽으로 미끄럽지 않고 실밥이 높고 커서 변화구를 던지기 좋았던 것 같다. 변화구도 그 당시에는 커브와 슈트, 그리고 낙차 큰 드롭 정도밖에 없어 주로 마운드에서 지쳤을 때 던졌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슬라이더와 포크볼, 체인지업 등 구질이 많아진 요즘 야구에서는 공의 크기가 타자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차지하고 있다. 공기 저항을 생각하더라도 작은 공이 강속구를 던지는 데 유리하고, 변화구 역시 공이 작아야 손 장난하기에 좋다. 내가 알기로는 한국→일본→미국 순으로 볼 크기가 작다.
지난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과 일본 투수들이 미국제 공이 크고 (1960년대와는 달리) 미끄러운 데다 실밥이 얕아 고생했다는 말을 들었다. 박찬호 서재응 구대성 등 메이저리그 출신들의 호투에 비해 국내 투수들이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볼의 크기가 한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일본은 현재 미즈노와 롤링, 제트의 볼을 사용하고 있다. 볼의 크기와 무게는 동부 지방의 경우 도쿄돔에서 커미셔너 사무국 관계자와 양 리그 심판원들이 모여 1구 1구 검사를 한 뒤 합격한 공에 공인구 도장을 찍는다. 이 작업은 매월 1∼2회 정기적으로 실시된다. 서부 지방에서는 오사카 미즈노사에서 검사가 이뤄진다. 공의 반발력 검사는 1년에 1∼2회 정도 기습적으로 커미셔너 사무국이 일본차량협회의 협조를 얻어 자동차 충돌 테스트 방식을 통해 강도를 체크한다.
한국은 거의 매년 볼의 반발력과 크기 때문에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일본처럼 유비무환 차원에서 열흘에 한 번 정도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심판원과 제조 업체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조사해 부정한 사례가 발견된다면 영구 추방 등 강경한 조치를 내릴 필요가 있다.
또 라이벌 제조 업체끼리 서로 품질을 향상시키지 않고 규정도 지키지 않으며, 과거처럼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와 결탁하는 쪽으로 간다면 팬과 야구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 없다. 작아진 공인구와 넓은 스트라이크존이 올시즌 투고타저 현상의 주원인이라고 한다.
마이크를 통해 30년 가까이 야구계의 문제점을 지켜본 하일성 신임 KBO 사무총장이 과감한 개혁과 분투를 펼쳐나갈 수 있기를 마음 속에서 기대한다.
출처 : http://isplus.liv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30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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