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5.08

 

지난주 롯데-야쿠르트의 2군 경기가 열린 오다 스타디움에 색다른 손님 한 명이 방문했다. TV 방송국 캐스터로 활동하고 있는 나가시마 미나라는 이름의 이 미녀는 매년 고시엔에서 열리는 고교야구대회를 취재하는 등 스타 선수들과 교류가 많다. 이날도 롯데 2군의 고교 스타 출신들이 졸업 후 현재 프로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해 구장을 찾았다고 한다. 그녀의 부친은 바로 일본 야구계의 산증인인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이다.

 

이처럼 일본은 고교 스타가 프로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팬들이 관심 깊게 지켜 보는 등 주위의 성원이 대단하다. 관중이 거의 없는 한국의 2군 경기와 달리 매 경기 수천명이 몰릴 정도로 늘 활기가 넘친다. 빗 속에서 치러진 7일 롯데-니혼햄의 2군 경기에서도 6000명 가까운 관중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경기를 지켜봤다. 입장료가 어른 1000엔(약 8000원), 어린이 500엔(약 4000원)으로 적지 않지만 이처럼 인기를 누린다.

 

2군 선수들이 늘 긴장 속에 집중력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은 팬들이 바로 옆에서 지켜 보고 있다는 의식 덕분이다. 그 때문에 선수들의 기술 향상도 빠르다. 한국에서도 2군 경기를 다른 각도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선수 육성도 중요하지만 2군에서도 팬과 함께 야구를 즐긴다는 것이 프로야구 미래에 얼마만큼 필요한가는 명심해야 한다.

 

코치와 선수들도 미숙한 플레이는 나올지라도 태만한 플레이는 없다. 과거 한신에서 수위 타자를 했던 스고이(34.니혼햄)는 몸에 맞는 볼이 나와도 1루까지 뛰어 나가고 야수와 충돌한 뒤에도 바로 일어나 경기를 중단시키지 않는다. 또 선수나 이닝 교체 때 걸어가는 선수는 없이 모두 다 뛰어 다닌다.


팬들이 가까이에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팬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모습은 승패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비가 와서 경기가 중단된 7일 2군 야쿠르트전에서는 양팀 선수 3명이 자진해서 그라운드로 나와 베이스 러닝을 하고 홈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등 팬 서비스를 했다. 구단에서는 2군 경기에서도 팬들의 시구 행사를 하고 사인볼 증정 등 이벤트를 거행하며 팀 마스코트 인형은 물론 치어리더 응원까지 있는 팀도 있다. 1군 경기와 별 차이가 없다.

 

언론도 매 경기 취재를 하고 매일 2군 경기의 스케줄과 결과를 알려준다. 한국에서는 2군 생활을 거의 하지 않은 나로서는 부럽기도 하고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든다.

 

올해 롯데는 시구 행사 때 '엘프'라는 이름의 개가 야구공이 담긴 바구니를 입으로 물고 가 시구자에게 건네주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총 5번 시도 중 4번은 실패했으나 재미는 있었다. 2군에서도 지난 5일 롯데-니혼햄전에서 '엘프'가 볼을 갖고 마운드 근처까지 갔다가 갑자기 1루 코처스 박스 쪽으로 방향을 바꿔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러나 이 때 카와나 니혼햄 1루 코치가 기지를 발휘해 '엘프'의 바구니를 자신의 입으로 물고 네 발로 기어 시구자에게 전해줘 팬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렇듯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즉흥 쇼는 팬들이 언제나 가까이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행동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쾌거를 이룬 한국 야구도 KBO와 구단, 매스컴, 선수, 팬이 모두 야구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의식을 갖고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출처 : http://isplus.liv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286423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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