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5시10분. 김성근 감독은 문학구장 감독실에 취재진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치른 삼성과 경기. 경기 중 문득 어지럼증을 느낀 김 감독. 당연히 저녁 챙겨 먹을 정신이 없었으니 그래서인가보다 생각하고 넘겼다.
경기는 0-9로 크게 졌다. 쫓아가겠다던 1위 삼성에게 맥없이 진 김 감독은 “나 때문에 졌다”고 되뇌이며 감독실을 나와 숙소인 송도 아파트로 이동했다.
2시간은 족히 걸어야 하는 거리다. 평소에도 걸어서 귀가하기를 즐기는 김 감독은 이날도 물론 걸었다. 안갯속에 이슬비까지 흩뿌렸지만 김 감독은 그대로 걸었다.
집으로 향하던 김 감독은 문득 발길을 돌렸다. 동네 병원을 향했다. 경기 중 느꼈던 현기증이 다시 찾아왔다.
밤 11시30분. 병원에 들러 가벼운 검진을 받고 링거 주사를 맞으며 약 2시간 정도 누워있다 귀가했다.
‘스포츠경향’과 밤늦은 통화를 할 당시 병원에서 주사를 맞으며 누워있던 김 감독은 “마음은 후련하다”고 했다.
그동안 마음을 어지럽히던 문제를 재계약 포기로 발표했으니 이제 내일부터 경기에 매진해야겠다는 생각, 그 하나만 남은 셈이었다.
김 감독은 통화 말미에 “이제 KIA 잡아야지. KIA 잡고 삼성도 쫓아가야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감독이 원했던 이길 기회는 오지 않았다.
새벽 1시에 병원을 나서 집으로 돌아온 김 감독은 18일 오전 새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 때문에 잠시 어지러워진 선수단을 추스려 시즌 끝까지 SK의 힘을 보여주는 것뿐이었다. 그것만 고민하면 됐다.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깎으며, 선수단 미팅을 소집해 할 이야기들을 마음 속으로 정리했다. 미안함과 함께 남은 시즌에 대한 주문, 그리고 당부의 말들이었다.
김 감독이 문학구장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쯤.
오후쯤 민경삼 단장이 찾아왔다. “오늘로 끝나게 됐습니다. 그만 하셔야겠습니다”라고 했다. 해고 통보였다.
김 감독은 “알았다. 그러자”고 답했다.
선수단 미팅은 예정대로 소집했다. 미리 준비했던 격려의 힘찬 미팅이 아닌 이별 미팅이 됐다.
“시즌 중에 이렇게 돼 미안하다. 변함없이 열심히 훈련하고 운동하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한 김 감독은 5년 동안 함께 했던 선수들, 코치들과 인사를 나눈 뒤 감독실에 남은 개인 짐을 모두 챙겨나왔다.
오후 2시30분. 만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김 감독은 영원히 문학구장을 떠났다.
<김은진기자>
출처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144&article_id=000015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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