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SK가 한화에 1-5로 지고 삼성은 LG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프로야구 순위표도 1위와 2위가 뒤바뀌었다. SK가 2위로 밀려난 것은 지난해 4월 18일 이후 처음이다. 6월 들어 10승 10패로 반타작한 게 436일 만에 2위로 떨어지는 결과가 됐다. 게다가, 3위 KIA에도 반 경기 차이로 쫓기고 있다. 한 발만 잘못 디뎌도 추락하는 위기 상황이다.

그런데 어느 야구인은 “SK가 위기에 직면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시즌 전부터 쭉 위기였다”고 지적했다. 올 시즌 전 대다수 야구전문가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은 SK가 시즌 전부터 위기였다는 말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터. 이것은 선수 구성만 본다면 SK는 4강 전력이 아니라는 의미다. 거기에, SK를 타깃으로 한 상위권 팀들은 전력보강에 힘썼고 실제로 전력향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시즌 전에 야구전문가들이 “SK를 우승후보로 거론하면서도 지난해와 같은 독주는 없을 것이다”고 입을 모은 이유다.

지난해 SK는 팀 간 전적에서 어느 구단 할 것 없이 앞섰다. 특히, KIA(14승 5패)와 LG(14승 1무 4패)를 상대로는 압도적인 우위에 서며 승수 쌓기의 제물로 삼았다. 그런 팀들의 전력이 강화되면서 올 시즌 상위권 팀 간 상대 전적에서는 KIA(4승 6패)에 오히려 뒤지는 등 반타작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도 SK는 28일 이전까지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의 2위도 대단한 성적이다. 대형 FA(프리에이전트)를 영입한 적도 없는 SK가 4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최강자로 군림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구경백 OBS 경인TV 해설위원은 “다른 구단은 주전 10명으로 경기하지만 SK는 더그아웃에 있는 전원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대호, 김현수, 류현진 등과 같은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선수단 전체를 적재적소에 기용한다는 의미다. 선발진이 약화되면 구원진으로 버티고 불펜이 지치면 선발 투수를 길게 운영한다. 또한, 어느 야구인이나 가장 어렵다는 투수 교체에서도 조금의 실수도 없다.

“야구가 투수놀음이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이다. 그만큼 투수 교체와 운영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그것을 가장 잘하는 이가 김성근 SK 감독이다. 일부에서는 잦은 투수교체를 두고 안 좋은 얘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투수력을 최대한 끄집어내는 게 감독의 역량이다.”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의 얘기다.

또한, 올 시즌 정근우나 최정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어도 그 선수가 살아날 때까지 참고 기다려준다. 이호준, 박재홍, 최동수 등 노장 선수도 나름의 역할을 주며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사실 다른 팀에 이들이 있었다면 출전 기회를 잡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를 바가 없다. 주전 선수가 부상 등을 당하면 벤치멤버를 믿고 기용한다.

반면, 안일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에게는 가차 없이 칼을 휘두른다. 시즌 초반 박진만이 그랬고 최근에는 팀의 에이스인 김광현이 2군으로 내려갔다. 안일한 플레이를 내버려두면 팀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SK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박진만을 2군으로 내려보낼 때도 김성근 감독은 나름대로 그가 없더라도 목표로 한 4월 승률을 거둘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의 김광현도 마찬가지다. 선발 한 축이 없으니까 마운드 운영에 어려움은 있더라도 7월 이후를 바라본 결정이다”고 밝혔다.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요인이 ‘특타’(특별타격훈련)다. 경기 전후로 부진한 선수를 대상으로 한 ‘특타’는 김성근 야구의 상징이다.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찬부가 엇갈린다. 어느 야구관계자는 “안 그래도 지친 선수를 더 지치게 만든다. 체력적인 부담도 크고 연습에서 힘을 다 빼고 경기에서 무슨 힘이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야구관계자는 “이제 SK에서 ‘특타’라는 말은 무의미하다. 지난 4년 동안 쭉 해온 것을 올해도 하는 거다. 그냥 일상이다”고 밝혔다.

어느 주장이나 일리가 있다. ‘특타’는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의 문제로 봐야 한다. “메이저리그 등에서는 선수 개인이 자율훈련을 한다. 그 강도가 상상 이상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 개인적으로 운동할 장소도 없고 자기 관리 능력도 부족한 면이 있다. 그래서 ‘특타’라는 울타리, 즉 환경을 팀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김정준 SK 코치의 설명이다.

흔히들 SK의 강점을 선수 개인이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이 힘의 원천이 바로 ‘특타’로 대표되는 호된 훈련이다. SK는 무수한 반복훈련을 통해 타격, 수비, 주루 등에서 한 발 앞선 야구를 펼친다. 구 해설위원은 “1점이 나야 할 때 2점이 나고 2점을 줘야 할 때 1점을 주는 게 SK야구다.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야구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과 함께 SK가 한국야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발야구는 단순히 주루에만 있지 않다. 타격할 때의 배트 스피드, 수비할 때 한 발 앞서나가는 스피드, 주루에서의 한 발 빠른 스타트 등 이런 스피드야구가 발야구이며 김성근 감독이 만든 SK야구다. 힘든 훈련에 선수가 반기를 들 수도 있다. 실제로 어설프게 선수단의 기강을 잡겠다고 했다가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져 팀 성적도 추락한 예가 적지 않다. 그러나 SK에서는 단 한 번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김 감독 자신이 항상 변화하기 때문이다. 일본 프로야구의 명장인 노무라 가쓰야 감독은 “팀의 역량은 리더(감독)의 역량 이상으로 발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것은 감독이 항상 관찰력, 분석력, 결단력, 그리고 감성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감독이 자신은 대충하면서 코치나 선수에게 엄격함을 요구한다고 해서 그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김 감독은 그렇지가 않다.

“일본인 코치들이 와서 깜짝 놀라는 게 감독님이 직접 훈련을 챙긴다는 점이다. 야간 ‘특타’를 하든 뭘 하든 코치나 선수에게 맡겨두는 게 아니라 감독님이 일일이 지켜본다. 솔직히 선수나 우리(코치들)나 특타를 하는 게 힘든 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불만이 나오지 않는 것은 지시한 감독님도 항상 참석하기 때문이다.” 김정준 코치의 얘기다.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2위로 밀려나는 등 SK는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어쩌면 KIA에게도 밀려 3위로 추락할 수 있다. 그러나 SK 선수단은 물론이고 팬도 “시즌이 끝났을 때는 여전히 우리(SK)가 1위일 것이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솔선수범하며 항상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 김성근 감독이 SK에 있기 때문이다.

야구라 손윤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110630n24495?mid=s1000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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