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4.14
이효봉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13일 문학 SK-한화전을 앞두고 한 선수에 대한 칭찬을 또 한번 반복했다. 전날(12일) 한화전서 선제 투런 홈런을 쏘아올린 SK 박정권이 주인공이었다. 박정권은 장타력을 갖춘 타자다. 그가 홈런을 쳤다는 사실 자체는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박정권이 12일 문학 한화전서 홈런을 치는 모습. 사진=SK 와이번스
이 위원이 박정권을 칭찬한 이유는 그 홈런이 중심이 무너진 상황에서 때려낸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위원은 "몇번을 돌려봐도 대단한 홈런이었다. 직구 타이밍으로 나오다 중심이 흐트러졌는데 무릎을 굽히며 받아쳐 담장을 넘겼다. 100% 힘이 실린 스윙이 아님에도 기술적으로 홈런을 쳤다. 아니 홈런을 친 것이 아니라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이 위원에게 SK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서 봤던 훈련장면 이야기를 들려줬다. "SK는 그렇게 치는 훈련을 따로 했습니다. 순간적으로 타이밍이 흐트러졌을 때를 가정해서 치고 또 치던데요."
이 위원의 표정이 순간 달라졌다. "아니, 그런 상황에서 치는 훈련을 따로 했다는 겁니까. 그런 얘긴 처음 들어보는데... 선수들에게 확인해 봐야겠네요." 이 위원은 곧바로 SK 선수들을 찾아가 사실 확인을 마쳤다. 그리곤 이런 말을 남겼다.
"SK는 정말 대단한 팀이다. 박정권이 중심이 무너진 채 홈런을 쳤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 훈련을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그런 팀 훈련을 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SK가 중심이 무너진 상황을 가정한 타격 훈련을 했다는 건 이미 그 전에 기본이 갖춰져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 그래도 훈련량이 많은 팀이다. 그 속에서 또 새로운 형태의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김성근 SK 감독은 이 훈련법에 대해 이런 설명을 했다. "제대로 맞아 넘어가는 홈런은 오히려 얼마 안된다는 생각이 새 훈련법의 출발점이었다. 중심이 무너졌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 새로운 방식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그 역시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위원의 말처럼 SK와 같은 유형의 타격 훈련을 하는 팀은 없다. 그런 훈련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증거도 없다. 그건 미국과 일본에서 발간된 수백권의 야구서적을 공부한 김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처음 훈련을 시작할 땐 나도 긴가민가 했다. 확신을 갖고 시작한 훈련은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안그래도 훈련량이 많은 팀 SK다. 성공에 대한 확신도, 확실한 성공 사례도 없는 독특한 훈련을 더한다는 건 보통 모험이 아니다. 자칫하다간 기존에 갖고 있는 것 마저 무너질 위험성도 있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왜 이런 무모해보이는 도전으로 선수들을 이끌었던 것일까.
깊은 속내를 모두 알 수는 없지만 13일 김 감독과 2시간여에 걸친 면담을 마친 최정에게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던 최정에게 야구와 인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한참동안 들려줬다. 그 중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성공에는 4가지 단계가 있다. "처음은 '노력'이고 그 다음이 '성과'다. 세번째는 그에 따른 '보수(돈)'다. 그리고 성공의 마지막 단계는 '쟁취감(성취감)'이다. 돈이나 명예를 위해 땀흘리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취를 위해 도전하고, 그 결과를 쟁취했을 때 진정한 성공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SK 선수들은 지금 3번째 단계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마지막 도전은 하지 않는다. 지금 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은 없다. 보다 높은 곳에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도전해야 한다. 난 SK 선수들이 스스로 그 답을 찾아주길 바라고 있다."
SK는 지난 4년간 내리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그 중 3번이나 우승했다. 주전급 선수들의 연봉은 2억원을 훌쩍 넘었다. 연말이면 풍성한 우승 보너스도 챙겨왔다. 돈과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다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도전중이다. 공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절실하게 달려든다. 13일 경기서 최정이 때려낸 3개의 안타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당연한 안타성 타구였음에도 이를 잡지 못한 것을 너무도 억울해 하던 그의 표정이었다.
이효봉 위원이 SK의 무엇에 그리 놀랐던 것인지, 13일 경기가 끝난 뒤 조금은 이해가 되는 듯 했다.
출처 : http://sports.media.daum.net/baseball/news/col/column1s1b/view.html?gid=9851&newsid=20110414091806991&p=m_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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