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SK 감독 재계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감독이 내년에도 SK에 남을 것인지 불투명한 상황임도 알려졌다. 그러나 구단은 여전히 별반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단순히 재계약을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SK 구단이 재계약에 부정적인 이유를 제대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과연 이기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이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비용이나 전력 보강 문제 모두가 그렇다.




SK의 올시즌 선수단 총 연봉은 59억2,900만원(평균 1억1,402만원)이다. 지난해보다 18% 오른 금액이다. 4년 연속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연봉 부담이 커졌다.

중요한 것은 성적이 향상되면서 관중 동원에도 큰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다. SK는 지난해 90만 관중을 돌파했으며 올시즌엔 100만 관중도 가능할 전망이다.

인기가 높아지자 수익도 덩달아 올랐다. 2006년 문학구장의 객단가(1좌석 평균 가격)는 2584원이었다. 거의 공짜에 가까운 티켓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시즌은 7300원 수준까지 올랐다. 쉽게 말해 이제 제 값 받고 팔아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단으로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마케팅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선수단 운영에 더욱 힘을 쏟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음을 의미한다. 투자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또 다른 빅마켓 구단(한국 프로야구에선 관중 시장의 크기 못지않게 모기업의 재정 상황도 중요한 잣대임) 관계자는 입장 수익과 선수단 연봉(지원비)에 대해 의미 있는 말을 했다.

"입장 수익으로 선수단 연봉을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이라면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정도면 선수단에 대한 추가 지원이나 전력 보강을 위한 투자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모기업을 설득할 수 있는 좋은 재료이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으로 올시즌 SK가 100만 관중을 넘어서면 약 73억원의 수익이 생긴다. 선수단 연봉 6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 차액은 SK가 훈련 기간이나 인원을 늘리고, 인스트럭터를 포함한 코칭스태프 규모를 늘려 투자하며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만회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지난 4년간 한해에만 수십억원이 드는 FA 등 외부 전력 수혈이 전혀 없음을 감안하면 선수단 운영비 과다 지출 논란은 허무하게까지 느껴진다. 나아가 SK야구의 본질을 부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전력 보강 문제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 겨울 SK 전력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유격수 박진만 영입과 포수 이재원의 군입대였다.

SK는 올시즌 지난 4년간 내야를 책임진 나주환의 군입대로 큰 공백이 생겼다. 남은 전력은 김연훈 최윤석 정도였다. 풀타임 경험이 없는데다 타격은 많이 기대해야 2할을 겨우 넘는 수준의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박진만이 삼성에서 자유계약으로 풀렸지만 급한 사람은 감독 뿐이었다.

박진만과 협상에 들어간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구단은 여전히 영입에 회의적이었다. "박진만이 진심으로 우리 팀에서 뛸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요구 액수가 지나치다. 팀 분위기를 저해할 선수"라는 보고가 잇달았다.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감독마저 잠시 흔들릴 정도의 보고였다.

삼성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6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2억5000만원(옵션 5000만원)에 계약한 선수에 대한 평가라고 믿기지 않는다.

확인 결과 당시 박진만은 "고향에서 꼭 뛰고 싶다. 연봉은 중요치 않다"는 뜻만 밝힌 단계였다. 연봉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박진만은 올시즌 공.수에서 베테랑 다운 안정감을 보여주며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그가 없었다면 과연 현재 SK가 이정도의 성적이라도 가능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재원의 군입대는 감독의 최종 사인 없이 이뤄진 조치다. 이재원과 그의 부모의 뜻이 워낙 강경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재원 입장에서 우선 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팀의 입장에서 볼 땐 매우 위험한 결정이었다. 박경완은 이미 두 번째 발목 수술을 받았다. 나이 마흔이 넘은 포수가 양 발목 수술을 모두 받은 뒤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를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은 넌센스다.

여기에 정상호도 허리 부상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3의 포수를, 그것도 공격력에선 이미 검증 받은 포수를 군에 보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다. 하다 못해 최종적으로 감독과 면담이라도 주선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물론 이재원의 입대로 허웅이라는 또 다른 자원을 발굴한 것은 수확이다. 하지만 구단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면 "허웅이 있어 든든하다"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재원이 있었다면 올해도 1위를 노려볼 수 있었다"며 반성을 해야 한다. 감독과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아니라 열정의 문제다.

SK가 김성근 감독 재계약에 부정적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연하게 퍼져 있던 사실이다.

구단 사이드에서 그만큼 많은 말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김 감독의 거취와 관련해 "SK 그룹에 (사장 퇴임 후 맡는 명예직인) 부회장 제도가 생겼다"는 말로 퇴진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외부에 암시했던 것 역시 구단측이었다.

야구판은 매우 좁다. 소문도 그만큼 빠르다. 구단측의 말들과 그로 인한 소문이 SK 선수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리 만무한 일이다. 언론을 통한 공론화 이전의 문제였다.

경험 많은 SK 프런트가 감독 계약 마지막 해의 선수단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리 없다. 이기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면 평소보다 더 조심하고 더 몸을 낮췄어야 한다. 하지만 SK는 그러지 않았다.

감독 계약 문제는 구단 고유 권한이다. 구단은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결론이 무엇이건 정당성을 먼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억지 논리만으로는 스스로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오늘 이길 수 있는 길을 외면하고 내일을 대비한다는 건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현재는 결국 미래를 지배한다. 그 짐은 떠난 자가 아니라 남은 자가 지게 된다.

출처 : http://sports.media.daum.net/baseball/news/col/column1s1b/view.html?photoid=9851&newsid=20110812085259858&p=m_daum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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