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4.30
프로야구가 개막한지 이제 한 달을 넘어가고 있다.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며 매 경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초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각 팀 간의 경쟁이 그 어느 해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승부가 너무 치열해서일까. ‘매 경기 총력전’이라는 말이 상식처럼 퍼지고 있다. 불펜 투수들의 거듭된 등판, 번트 대는 4번 타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아마야구 토너먼트대회를 보는 듯 한 착각이 드는 경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상식의 틀 안에 갇혀 있으면 안된다.”
김성근 SK 감독이 자주 하는 말이다. SK 야구는 그의 말처럼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펼쳐진다. 그리고 대부분 그 결과가 좋았다.
전날 경기서 많이 던진 불펜 투수가 오늘 또 나오기도 한다. 선발 투수? 언제든 불펜 투수로 기용될 수 있으며 확실하게 ‘마무리’라고 정해진 투수도 없다. 한 선수가 2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SK는 이런 야구로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했다. 지난 4년간 세번의 우승과 한번의 준우승을 차지했고 올시즌에도 1위를 지키고 있다. 전력이 많이 약해져 있긴 하지만 이 팀이 4강에서 탈락할 확률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가 SK처럼 해야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승리의 길은 SK 야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SK의 상식을 뛰어넘는 야구는 상식을 뛰어넘는 훈련에서 출발한다. 한 선수의 기량이 높아지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선수가 안될 때에 대한 대비가 가장 튼실한 팀 역시 SK다.
SK 불펜 투수들은 딱히 누구라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경기에 나선다. 하지만 간혹 일주일 이상 모습을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작은 부상이 있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기간 동안은 충분한 휴식이 보장된다. 또 아무도 모르게 일본으로 건너가 정밀 검진을 받기도 한다. 꾸준하게 이뤄지는 검진은 차곡차곡 자료로 쌓이게 되고, 이렇게 축적된 자료는 그 선수의 부상 관리를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하는 힘이 된다.
주축 선수들이 빠진 자리는 물밑 조련을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 맡는다.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인상적인 호투로 복귀를 신고한 고효준이나,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숨은 주역 이승호(37) 등이 대표적인 예다.
김 감독은 시즌 중에도 이런 선수들을 끊임없이 조련한다. 200개 이상의 투구수는 기본이다. 세상은 그들이 혜성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밀하게 만들어진 ‘준비된’ 작품이다.
SK는 감독의 생각이 선수들의 가슴에 가장 정확하게 닿아있는 팀이기도 하다.
스프링캠프 기간동안 매일 밤 이뤄지는 강의(미팅)의 결과다. 선수들 사이에선 ‘세뇌’라 불릴 만큼 효과 만점인 과정이다.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이 이 팀의 강점이다.
김성근 감독은 현역 감독 중 가장 많은 승리를 경험했다. 하지만 가장 많이 진 감독이기도 하다.
“감독은 500번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500번 지는 것도 필요하다. 많이 져봐야 이기는 길이 보인다”는 김인식 전 감독의 말처럼 김성근 감독 역시 패배를 통해 지금의 야구를 만들어왔다.
상식을 뛰어넘기 위해선 먼저 상식적인 문제부터 해결해두어야 한다. 섣불리 SK를 따라해선 안되는 이유다. SK 야구가 강한 건 비상식적이어서가 아니라 매우 치밀하기 때문이다. 자칫 어설프게 잘못 발을 담궜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세상엔 SK만 할 수 있는 야구가 있다.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110430n04295?mid=s1001&isq=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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