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4.15
▲ 김성근 감독(왼쪽)과 최정(오른쪽). 사진=SK 와이번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SK 최정이 달라졌다. 이틀 전과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12일까지 8경기서 3개의 안타를 쳤던 그가 13,14일 문학 한화전서 5개의 안타를 몰아쳤다.
13일엔 3개의 안타와 쐐기타점을 올리더니 14일엔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을 무너트리는 쓰리런포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계기는 김성근 SK 감독과 면담이었다. 최정은 13일 경기 전 김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둘의 이야기는 무려 2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최정은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많이 정리됐다.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심해 보일 정도로 맥없는 스윙에 허덕이던 그였다. 갑작스런 최정의 변신은 마음 치료가 지닌 놀라운 치유력의 증거다.
도대체 김 감독은 최정에게 무슨 말을 해준 것일까.
2시간 동안의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순 없었다. 대신 김 감독과 최정이 조금씩 들려준 말의 조각을 모아 둘만의 밀담을 살짝 엿보기로 했다.
◇고난에 대처하는 세가지 유형
"사람에는 고난에 대처하는 세가지 유형이 있다. 고난에 쓰러지는 것이 하급, 고난을 버텨내는 것이 중급이다. 가장 높은 정신의 소유자는 고난이 왔을 때 더 큰 압박 속에 자신을 가둔다. 그렇게 이겨낼 때 고난 이상의 성취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시즌 전에 아무리 계산해봐도 예상 승수가 안 나왔다. 포수가 없으니 계산이 안섰다. 겨우 겨우 최대치를 잡아보니 73승정도 되더라. 그래서 80승이라고 외부에 밝혔다. 목표가 아니라 예상승수다. 73승도 어려운데 80승이 말이 되나. 하지만 팀이 위기를 맞았기 때문에 나를 더 몰아친 것이다. 그 속에서 개막전에 선발 3명(글로버 송은범 전병두)을 쓰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만약 개막전서 패했다면 지금 SK도 없을거다. 시범경기의 패배의식이 계속 이어졌을거다. 지금 힘든거 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곳(목표)으로 자신을 몰아가라.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가 생기고 살 길이 생기는 것이다."
◇고민에 선을 그어라
"고민이 오면 피하지 말아라. 고민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또 다른 고민을 낳는 것이다. 하지만 야구장의 라인을 넘기 전까지만 해라. 야구장에 들어서는 순간, 네가 최고라는 마음으로 플레이하라. 플레이하는 순간까지 고민을 끌고 들어가면 아무것도 안된다. 첫 타석에서 못친 건 돌아나오면서 잊어버려라. 지나간 실패에 얽메어있으면 안된다. 분석과 미련은 다른 것이다. 고민할 시간에 다음 타석 준비해라. 경기에 집중하면서 볼 배합 연구해라. 지나간 실패보다 다가올 성공이 중요하다. 또 고민을 머리로 풀려고 하지마라. 안되면 계속 쳐라. 땀은 머리를 단순하게 정리해주는 힘이 있다. 또 그렇게 부딪혀서 치고 또 치다보면 네가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치로도 200번 이상 실패한다
"이치로는 천재다. 메이저리그서도 매년 200안타를 치는 선수다. 하지만 1년 토탈로 보라. 200번(타수) 넘게 실패한다. 넌 이제 막 20번 정도 실패했다. 겨우 그정도로 무슨 고민이냐. 너보다 더 많이 실패하고도 더 크게 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 네가 제일 괴롭다고 느껴지겠지만 세상엔 더한 고난을 이겨낸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넌 천재형 선수가 아니다. 네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를 생각해라. 펑고 받다 기절까지 할 정도로 땀 흘려 이뤄낸 성과다. 더 잘하고 싶으면 처음으로 돌아가라. 안타 하나, 홈런 하나에 흔들리지 마라. 넌 타점을 많이 올려야 할 타자다. 안타 못쳐도 땅볼이나 희생플라이로 타점 만드는 것에 재미를 붙여라."
◇술? 야구를 위해 마셔라
"답답한 것이 있으면 가끔 야구 외적인 것으로 풀어라. 난 술 먹지 말라고 한 적 없다. 너무 많이 힘들면 다 잊고 술도 한잔 해라. 끝까지 먹어도 좋다. 단, 다음날 일어나면 다시 야구로 돌아와라. 나도 가끔 술을 마신다. 대신 야구로 돌아오기 위해 마시는거다. 그날 그 자리에서 다 털어놓고 새출발하기 위해서 마시는거다. 그냥 괴롭다고 타락하는 것과 다 비우기 위해 타락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성공엔 네가지 단계가 있다
"성공에는 4가지 단계가 있다. "처음은 '노력'이고 그 다음이 '성과'다. 세번째는 그에 따른 '보수(돈)'다. 그리고 성공의 마지막 단계는 '쟁취감(성취감)'이다. 돈이나 명예를 위해 땀흘리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취를 위해 도전하고, 그 결과를 쟁취했을 때 진정한 성공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SK 선수들은 지금 3번째 단계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마지막 도전은 하지 않는다. 지금 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은 없다. 보다 높은 곳에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도전해야 한다. 난 SK 선수들이 스스로 그 답을 찾아주길 바라고 있다."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110415n06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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