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1.02
삼성은 지난 12월30일 선동렬 감독을 경질하고 류중일 감독을 선임하며 “팀의 젊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두 감독의 나이 차이가 고작 석달여에 불과하다는 것이 알려지며 머쓱해지기는 했지만….
이유야 무엇이건 젊고 새로운 쪽으로 바꾸어 가는 것이 대세라는 것은 분명하다. 비단 야구 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다. 라이온즈 모기업인 삼성 그룹 인사의 테마도 단연 세대교체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더욱 관심을 끄는 감독이 한명 있다. 김성근 SK 감독이 주인공이다. 그는 현역 감독 중 최고령이며 유일한 60대 감독이기도 하다. 내년이면 칠순이 된다.
그가 걷는 길은 당분간 ‘한국 프로야구 최고령 감독’의 역사가 될 전망이다. 과연 김성근 감독은 언제까지 감독을 할 수 있을까.
감독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직업이다. 구단이 결정을 내리면 언제든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성적만으로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선 감독 경질에서 또 한번 극명하게 드러났다. 김 감독 역시 지난 2002년 LG를 한국시리즈에 올려놓고도 잘린 기억이 있다. 당시 팬들은 해임 반대 플래카드를 걸고 서울 버스투어까지 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김 감독은 이제 SK와 계약 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 1년 뒤 일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지난 4년간 3차례 우승 기록은 구단 입장에선 참고 사항일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 가지 있다. 김 감독 스스로 감독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란 점이다. 또 감독직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한 준비도 튼실히 갖춰두고 있을 것이다. 특히 건강 부분이 그렇다. ‘감독이 나이가 많으면 건강이…’라는 걱정은 적어도 그에겐 해당 사항이 아니다.
김 감독은 지난주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시즌 내내 그를 괴롭혀오던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다.
하지만 병원 침대는 김 감독을 그리 오래 묶어두지 못했다. 스스로 일어서 2011시즌을 위해 출발했다.
김 감독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병원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조금씩 움직여도 된다’는 진단이 나오자 곧바로 병원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그가 입원해 있는 삼성 병원 복도는 약 100m쯤 거리가 된다. 그 복도를 왕복하기를 20회씩 반복중이다. 모두 더하면 약 4km에 해당한다. 결코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하루라도 빨리 정상을 찾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아픈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걸 극도로 꺼리는 김 감독이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도 수비 훈련이 맘에 안 들면 직접 펑고 배트를 들고 한시간 넘도록 선수들을 굴리던 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서 패한 뒤 아픈 맘을 달래기 위해 입원했을 땐 병원측에 부탁해 병실 앞에 붙어 있는 이름표까지 뗐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남의 시선 보다는 다시 훈련장으로 나갈 몸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지난 1999년에도 그랬다. 신장암 수술을 받은 김 감독은 얼마 후 병원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병마에 쓰러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수술 부위가 터지는 일도 있었지만 운동을 멈추지는 않았다.
주변에선 큰일 난다고 말렸다. 그러나 그의 의지는 꺾을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신념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믿고 있으며 실제로 자신의 믿음을 실천하며 살고 있다.
얼마 전 우연히 그가 병원 복도를 걷고 있을 때 전화 통화가 됐다. 수화기 넘어 가쁜 숨을 고르며 그는 말했다. “감독은 언제든 잘릴 수 있는 자리잖아. 그런건 연연한다고 될 일이 아니지.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안되잖아. 준비해야지.”
그리고는 말을 좀 더 이어갔다. “세상이 젊고 새로운 걸 원한다고 원망만 하고 있으면 되나. 그럴수록 자기만의 무언가를 갖고 있어야지. 나이와 상관없이 인정받을 수 있는걸 말야.”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110102n02223?mid=s1001&isq=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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