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4.04




- 저도 감독님 우여곡절을 잘 압니다. 2007년 첫 우승 기분은 무덤덤하지만은 않으셨죠?

“우승을 함으로써 내 위치를 찾았다는 생각은 들었어. 2002년 LG에서 준우승을 했어. 그 팀 전력으로는 그게 최고였어. 하지만 남들은 왜 우승하지 못했냐고 하더군. 가치관의 차이겠지. 위만 보고 아래를 못 봐. 결과만 보고 과정은 무시하지. 태평양과 쌍방울에서 우승은 못해 봤지만 팀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점에 난 만족해. 김응용 사장에게 실례되는 말이지만 그때 해태는 우승을 해야 하는 멤버였어. SK는 그때 해태같은 강팀은 아니었어.”

- 지바 롯데에서 돌아오신 뒤 많이 달라지셨다고 하셨는데요.

“변했지. 우선, 선수들의 컨디션에 1년 내내 신경을 쓰게 됐어. 그 전까진 내가 앞에 나서 이끌려 했지. 두 번째는 감독은 비즈니스와 미디어에도 신경써야 하는 자리란 걸 배웠지. 몰랐던 걸 알게 되니 여유가 생겼어. 목표가 우승이라고 말하게 된 것도 변화지. 내 성격 상 말로 뱉은 건 해야 하니.”

- 제가 서울고 2학년 때 감독님을 처음 봤어요. 엄청 무서운 분이셨죠. 2002년 회갑연 때 저도 갔어요. 저 무서운 감독의 제자가 저렇게 많이들 왔구나 새삼 놀랐어요. 훈련은 혹독하지만 마음 속으론 제자에게 내 걸 줘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분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어요.

“난 선수들에게 사심이 없어. 그래서 야단도 칠 수 있었고 선수들도 날 한 번 더 생각해 준 것 같아. 그게 세상 사는 철칙이 아닐까. 내가 야구로 가르치고 싶은 것이기도 하고. 남자의 세계, 지도자의 세계는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거야.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슬픔과 아픔, 괴로움을 삼키면서 가는 거야. 그렇게 살면 선수들도 이신전심으로 알아.”

-‘야구는 감독이 한다’는 말과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말은 공존할 수 있습니까?

“난 야구는 감독에서 시작해서 감독으로 끝난다고 생각해. 라인업 카드를 적고 나서 경기가 시작되지. 중간중간 대타를 쓰고 투수를 교체해. 이 타이밍이 드라마를 만들어. 적재적소에 선수를 넣는 게 감독의 힘이야. 그 힘에 따라 팀의 랭킹이 결정될 거야. 대신 실패한 선수에게 책임은 묻지 않아. 내가 안고 넘어가지. 이상훈이 나가서 얻어 맞았다, 그러면 왜 내가 이 선수를 투입했나 자책해. 왜 이상훈이 저 공을 던져 맞았냐는 원망은 안 해.”

- 김성근식 데이터 야구란 어떤 겁니까.

“데이터를 많이 봐. 오늘 새벽까지 봤고 1년 내내 보지. 하지만 숫자에 의존하면 사람이 망해. 숫자 이면을 봐야지. 5타수 3안타면 타자가 강하고 투수가 약한 거지. 하지만 3안타가 내야안타, 빗맞은 안타, 10점 차 앞설 때 안타라면 의미가 없어. 우리 투수가 저 팀 타자에게 많이 맞았는데 그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면 그 데이터를 버려야 해. 데이터는 너무 많아. 데이터를 버릴 줄 아는 게 진짜 데이터 야구지.”

- 직감이 중요한 거군요.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 때야. 2-0으로 앞선 8회말 무사 1, 2루에서 두산 홍성흔이 타석에 섰지. 데이터로는 이런 상황에서 홍성흔은 밀어쳐. 하지만 난 당겨친다고 봤어. 성흔이 성격으로는 이 상황에서 스타가 되고 싶어할 것 같았어. 그래서 중견수에게 우익수 쪽으로 움직이지 말라고 했어. 그래서 좌중간을 빠지는 타구를 잡은 거야. 데이터 야구를 하려면 우리 팀 선수는 물론 다른 팀 선수까지 잘 알아야 해. 직감은 거기서 나와.”

- 훈련 혹독한 건 다들 알고 있는데 반항하는 선수는 없었나요.

“태평양 시절 김일권이 훈련 도중 짐싸서 사라진 적이 있어. 난 몰랐는데 김일권이 밤에 방으로 찾아오더니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고 해. 뭐, 다시 받아줬지. 선수가 반항하기 전에 이 훈련을 왜 해야 하는지를 납득시켜야 해. 쌍방울 때는 선수들에게 훈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리포트를 쓰게 했어. 김기태가 ‘필요없는 훈련이었다’고 썼더군. 그런데 2년 째 리포트는 ‘필요한 훈련이었다’고 달리 쓰더군. 김기태가 달라진 거지. 쌍방울 출신 가운데 좋은 지도자들이 많아.”

- 직설적인 말씀이 많은데요.

“성격이 그래. 나를 감추면 사람과 친해질 수 없어. 어떤 말 때문에 공격을 받기도 해. 하지만 문제가 있는데 모두가 말을 하지 않으면 세상이 어두워져. TV 해설도 팬들 수준을 높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했어. 야구의 깊이를 알리고 싶었던 거지. 누군가가 나서면 뒤에서 따라오게 돼 있어. 어차피 지도자란 살려고 지푸라기 하나를 잡으려 하는 직업이니까. 망해가면서도 모양새를 갖추려고 하는 지도자는 실패해.”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090404n01746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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