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4.04



[JES 최민규.임현동] 2009년 프로야구의 최대 화두는 ‘SK의 한국시리즈 3연패는 가능한가’이다. 이상훈은 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 1일 문학구장에서 김성근 SK 감독을 만났다.

이상훈이 2002년 LG에 돌아왔을 때 감독이 김성근. 그가 현역 생활을 마감한 팀은 지금 김 감독이 있는 SK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상훈이 까까머리 고교생이었던 1987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이상훈이 김 감독을 만나 올해 SK 야구와 김성근의 야구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 뒤 김 감독은 “1시간 30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고 웃었다.

- 바쁘시죠?

“어, 새벽 세 시에 잤어. 시즌 개막 앞두고는 늘 그래. 그런데 넌 그 좋던 하체가 너무 날씬해졌네.”

- 미디어데이 때 다른 감독님들은 4강이 목표라고 했는데 SK는 우승이네요.

“예전엔 안 그랬지. 속으로야 우승이라고 했지만 말은 안 했어. 하지만 SK 감독 맡으면서부터 확실하게 우승이 목표라고 했어. 조직에는 목표가 있어야 해.”

- 정상에 오르기 어렵지만 지키는 게 더 어렵잖아요.

“2008년에는 아시아시리즈 우승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지. 2007년에 주니치에게 졌어. 9회초 결승타를 맞았는데 외야수 송구가 빗나갔지. 원바운드로 포수에게 들어왔으면 아웃이었어. 그러니까 1년 내내 하던 플레이가 잘못돼 우승을 못한 거야. 이 때 ‘아, 우리 팀은 아직 미숙하다. 힘이 없다’고 느꼈어.”

- 지면서 배운 거네요

“그렇지. 너도 야구해 봐서 알겠지만 이겼지만 불만족스러운 경기가 많아. SK가 많이 이기긴 했지만 완전한 전력은 아니었던 거지. 몰렸을 때 뒤집는 힘이 약했어.”

- SK의 강점이 있다면요.

“준비를 완벽하게 하는 팀이라는 거지. 누가 지치면 다른 선수가 자리를 메워. 남들은 선수층이 두껍다고들 하는데 실은 준비를 많이 한 거야. 위기가 오기 전에 벌써 위기를 막을 준비를 한 거야.”

- 키플레이어를 꼽아주신다면요.

“우린 5회 이후 나오는 투수들이 중요해. 선발 투수 완투가 가장 적은 팀이 SK일거야(지난해 1완투로 공동 6위). 윤길현, 정우람 김원형 가득염이 잘해줬지. 야수 가운데는 포수 박경완이 1년 내내 버텨주느냐가 가장 중요해.”

- 언론에서 스몰볼, 롱볼 이런 구분을 하는데 맞는 건가요.

“난 좀 슬퍼. 선입견을 갖고 야구를 보는 태도니까. 고정관념을 가져버리면 플레이 하나하나에 숨어있는 재미를 놓쳐 버려. 난 스몰볼이 아니라 김성근의 야구를 하는 거야. 2007년에는 아웃카운트 하나가 아까워서 희생 번트 작전을 잘 내지 않았어(87개로 공동 5위). 대신 그린라이트를 줬지. 퀵 모션이 빠른 투수가 올라왔다거나 할 때만 번트를 지시했지. 야구는 움직이는 거야. 어떤 때는 스몰 볼, 어떤 때는 롱볼이지. 스몰 볼만 1년 내내 하면 성적을 낼 수가 없어.”

- 올해 스프링캠프는 어땠습니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게, 내가 감독한 뒤 최악이었어.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선 이 팀이 과연 뭘 했나 걱정스러워. 위기가 왔을 때 커피 한 잔 마실 여유가 있는 사람이 승자야. 우왕좌왕하면 패자지. 그런데 우왕좌왕이었어. 한국시리즈를 3연패하고 아시아시리즈에서 이기는 게 목표인데 우리 조직 전체에서 해 본 사람이 없어. 나도 마찬가지지. 조바심이 생겼지.

여기에 지난해 주력 멤버 가운데 10여 명이 이적, 입대, 은퇴, 부상 등으로 사라졌어. 새로운 팀을 만들어야 하는 거야.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를 조바심내며 빨리 끌어올리려 했어. 그 결과 부상자가 속출했어. 선수들도 캠프에 오기 전 준비가 부족했어. 김성근이라는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알텐데…. 그러니 훈련에 따라오지 못하는 거야. 2차 캠프 도중에 15명이 짐을 꾸렸으니 이건 팀도 아니지. 게다가 WBC로 6명이나 빠져 나갔어. 도대체 뭘 해야 할지 알지 못했던 캠프였어. 시범경기는 괜찮아. 작년엔 7등했는데 올핸 5등이잖아. 하지만 지금 컨디션이 최고조여야 하는데 조절이 잘 안 돼.”

- SK에 베테랑 선수가 많죠?

“처음 왔을 땐 우승보다 이 팀의 미래를 설계해주면 된다 싶었다고. 그런데 의외로 힘이 생겼어. 선수가 변하고 나도 변하고, 그러다보니 SK가 변했어. 나이에 관계없이 힘이 있으면 살아남는 게 이 세계잖아.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한국엔 1·2군 밖에 없어. 나이 먹었다고 경험 많은 선수를 내보내고 2군 선수를 바로 끌어올리려고 하면 어떻게 되나? 1군 실력이 떨어지는 길 밖에 없지.”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090404n01739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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