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0.30

올 시즌 두산에서 SK로 트레이드된 나주환은 한국시리즈를 치르며 이렇게 말했다.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작전에 실패하거나 몸에 스쳐 맞을 수 있는 공을 피하면 자신도 모르게 벤치를 쳐다보게 된다. 두려운 눈빛이다. 그러나 SK 선수들은 이럴 때 감독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실수를 되풀이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편안함이 있다."

의외였다. 그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옥훈련을 지휘하는, 상대를 불문하고 싸우는 김성근 감독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니….

나주환은 "실수? 할 수도 있다. 실수하면 경기 뒤 3시간씩 방망이 치고, 공 받으면 된다. 감독님은 선수를 주눅들게 하지 않는다. 혼날 것 같을 때 엉덩이를 툭 쳐주시기도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강하고 독한 사람이다. 혈혈단신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에서 겪은 차별과 싸우느라 인상까지 변했다. 그의 강성 이미지는 강한 상대들과 싸우면서 만들어졌다.

김 감독은 1982년 OB부터 태평양·삼성·쌍방울·LG 감독을 거치면서 구단 고위층과 쉼없이 줄다리기를 했다. 선수단에 더 많은 지원을 요구했고, 감독의 권한 강화를 주문했다.

한 인사는 "구단과 말이 안 통하면 김 감독은 윗선인 모기업 고위관계자와 직접 얘기하려 했다. 구단 존재가 위협받았다"고 회고했다. 김 감독의 요구가 정당하고 논리가 맞더라라도 '지나치게' 강직한 그는 부담스러웠다.

휘어지지 않으면 한 쪽이 부러지는 법. 인사권을 쥔 구단이 김 감독을 해고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러나 성적이 아쉬운 팀은 김 감독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난 잃을 게 없는 사람이다. 미련이 없으니 용감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늘 변방에, 모서리에 있었지만 언제든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중심인물과 맞선 것이다.

김 감독은 2005년부터 2년간 지바 롯데 코치로 있으면서 변화를 겪었다. 평생 리더로서 치열하게 살다가 다른 곳에서 다른 임무를 맡으며 다른 시야를 가진 것이다. 그의 날카로움에 부드러움이 더해졌다.

올해 SK는 몇 차례 위기도 있었다. 스포테인먼트를 주창하는 구단과 전형적인 승부사 사령탑이 서로를 공감할 수 없었다. 김 감독의 기용법에 스타급 선수들이 불만을 터뜨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언제나처럼 정면돌파를 택했다. 싸울 땐 싸우고, 다독일 땐 다독이면서 결국 자신의 뜻대로 한 해를 보냈다. 강자에겐 여전히 강했고, 약자에게는 적당히 약한 모습도 보이면서.

김식 기자

출처 : http://isplus.liv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930791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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