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 승인을 보류했던 지난 19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임시 이사회에서는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몇몇 참석자들의 말을 통해 당시 분위기를 들을 수 있었다. 롯데와 삼성이 주도해 10구단 창단을 반대했고 표결에도 가지 못한 채 승인 보류가 결정됐다는 전언이다. 구본능 KBO 총재는 힘을 쓰지 못했다. 창단을 반대했던 구단들은 신생 구단의 진입을 막으라는 모기업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응용(71)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과 김성근(70) 고양 원더스 감독, 김인식(65)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지난 25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대담에서 이제 야구가 모기업으로부터 독립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프로야구는 그룹의 소유가 아니라 독립된 기업, 특화된 콘텐트여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갤럭시는 삼성전자만큼 유명한 브랜드가 됐다. 프로야구단도 하나의 브랜드가 될 필요가 있다. '삼성이 롯데와 맞붙는다' 대신 '라이온즈가 자이언츠와 대결한다'고 해도 괜찮을 때가 왔다는 것이다. 그래야 '삼성이 롯데에 대패했다' 또는 '롯데, 이대로 몰락하나'는 등의 표현에 그룹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만 서른한 살이 됐고, 경쟁력을 갖기 시작한 프로야구단이 앞으로는 홀로서야 한다는 얘기다.

 

-언제까지 야구단이 모기업의 눈치만 봐야 할까요.

 

김응용="내 말이 그 말이야. 내가 사장일 때도 건의했다니까. '삼성 라이온즈'가 아니라 '대구 라이온즈'로 가자고. 야구가 뭐야? 도시 팀과 도시 팀이 싸우는 거잖아. 그룹간의 대결일 필요가 없다고. 예전 일이긴 한데. 내가 해태 감독 시절에 선수들끼리 몸싸움을 하거나, 심판에 항의해 퇴장 당하면 그룹에서 아주 난리가 났다고. 그래도 박건배 (해태) 구단주가 젊고 미국에서 공부를 하신 분이거든. 그래서 그분께 말했어. '야구는 원래 그러는 거다. 거칠게 싸워서 이겨야 하는 거다. 그룹과 연관 짓지 말아달라'고. 그 다음부터는 이해하셨지."

 

김인식="그래서일까. 각 구단이 같이 성장해야 모두 커가는데, 기존 구단들이 신생팀들이 올라올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신인 지명회의에서도 NC에 5명을 더 주기로 했던 것을 3명으로 줄였잖아. 외국인 선수도 줄이고. 기존 구단들이 30년 동안 적자도 많이 보고 여기까지 왔는데, 신생팀들이 기어오르는 게 싫은 거 아닐까. 냉정하게 프로는 결국 돈이야. 관중 증가하고 돈 벌기 시작하면 또 달라질 텐데."

 

김성근="그런 발상이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프로야구의 모토와 같나. 어려움 속에 시작해도 극복해야 그게 메시지고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데, 왜 위에서 자꾸 잡나. 같이 죽으려 하나."

 

김응용="야구는 야구를 생각해야 하는데…. 대기업이 넥센에 지면 그룹이 졌다고 생각을 하니까 문제지."

 

김성근="그게 두려우면 스스로 걸어나가야지."

 

-야구단이 '지원'을 받아 유지되는 게 아니라 '경영'을 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거겠죠.

 

김응용="유니폼에 삼성이 아닌 대구를 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미국처럼 스폰서가 어느 회사인지도 모르게…. 자꾸 '삼성, 삼성' 하니까 경기에 지면 구단에서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그룹의 도움을 받아서 팀을 운영하는 건 탈피해야지. 빨리 독립해서 흑자도 내고 살아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어?"

 

김성근="구단 고위층 모두 '사업'하는 사람들 아닌가. 프로야구단이 적자라고? 그렇다면 경영을 어떻게 했는지를 되돌아 봐야지. 유니폼에 광고를 붙여서라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지출을 줄일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게 순서야."

 

김인식="모기업에서 지원을 받는 건 탈피해야 해. 프로니까. 언제까지 야구단 지원해주겠어? 선수 장사를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지."

 

-그래도 30년 이상 적자 내면서 야구단을 운영한 대기업이 있습니다.

 

김성근="그런데 30년 동안 야구팀을 운영한 기업이 경기장 하나 제대로 손 봤는가. 이제 막 들어온 NC와 통합창원시가 리모델링한 마산구장이 다른 구장들보다 예쁘더라. 사업을 시작할 때 손해 본다는 거 생각 안 하나. 투자를 하고, 뒤를 생각해야지. 야구장에서 팬들이 '롯데, 롯데' '삼성, 삼성'을 얼마나 외쳐주나. 그런 부분은 생각도 하지 않고, 왜 기업이 팬들 위에 서려고 하는가."

 

김응용="손해 봤다고 생각한다면, 손실을 줄이고 흑자를 낼 생각을 해야지. 자꾸 모기업 생각만 하니까 '누구에게는 지기 싫다'라는 말만 하는 거야."

 

김성근="손해를 보기 싫으면 다른 방안을 찾던가, 나가야지. 프로야구를 운영하고 싶은 기업이 들어오면 된다고. 그리고, 신생 구단이 그냥 들어오나? 가입금 내고 들어오잖아."

 

김인식="10구단을 반대하는 이유가 그거야? '우리도 이만큼 손해 봤으니까, 다른 곳은 힘들 거라고?' 10구단이 생기기도 전에, 운영도 하기 전에 그런 걱정을 하는 것도 이상하네."

 

-프로야구단의 자생력이 있을까요.

 

김응용="금전적인 문제로 운영에 불만이 있는 팀이 있다면 새로운 기업을 찾아야지. 일본프로야구에서도 구단이 없어지기도 하고, 생기기도 하잖아."

 

김성근="그건 걱정할 게 전혀 없다. 일본도 하다가 없어지고, 하다가 없어지고 그랬다. 그때의 흐름이 맡기면 된다. 앞으로 구단이 12개가 될지 아니면 더 줄어들지는 그때의 상황에 맡기면 되는 것이다. 지금은 확장할 수 있는 길을 기존 구단이 막고 있는 것 아닌가."

 

김인식="다 구단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나온 말이지."

 

정리=김식·하남직·배중현 기자

 

 

출처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241&article_id=0002087409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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