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金 이사회 ①] 이사회 위의 이사회가 따로 있다

 

 

일간스포츠는 25일 '프로야구 3김(金) 이사회'를 긴급 소집했다. 김응용(71)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과 김성근(70) 고양 원더스 감독, 김인식(65)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 등 이른바 '프로야구 3김'이 한 자리에 모였다. KBO 이사회를 빗대 '3김 이사회'라는 이름을 붙였다.

 

안건은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 승인이었다. 지난 19일 구본능 KBO 총재와 9개 구단 사장으로 구성된 KBO 이사회는 10구단 창단 승인을 보류하기로 의결했다. 사실상 창단 반대다.

 

일간스포츠는 묻는다. 구단주와 구단 사장만이 프로야구의 주인인가. 야구단을 운영하겠다는 기업과 유치하겠다는 지자체를 막을 권리가 기존 구단들에만 있는가. 야구인과 야구팬은 10구단 창단을 지지할 수 없는가.

 

이런 의문을 품고 일간스포츠는 야구인과 야구팬을 대표해 '3김'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프로야구 31년 동안 누구보다 오래 현장을 지켜왔고, 누구보다 많은 제자를 키워냈고, 누구보다 많은 업적을 남겼다. '3김'에게도 10구단을 논할 권리가 있다. "이사회에 참석했다고 생각하고 말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들 세 명의 야구 원로들은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글 싣는 순서

 

①이사회 위에 이사회가 따로 있다

 

②그룹과 구단 이미지 분리하라

 

③이젠, 프로야구를 시장에 맡겨라

 

-10구단 창단이 보류됐습니다. 사실상 반대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데요.

 

김응용(이하 용)="내가 KBO 이사회에 참석(2005~2010년 삼성 사장)할 때는 9구단의 9자도 얘기를 전혀 안했는데…. 나는 정말 깜짝 놀랐어. 신문 보고 9구단 창단을 준비한다는 걸 알았지. 쌍방울이 들어와서 7개 구단을 만들 때야 프로야구가 성인이 되지 않았을 때잖아. 그때는 숫자를 늘려야할 필요가 있었어. 그런데 홀수 구단의 문제점은 다 알잖아. 9구단 창단을 승인한 사람들이 대체 누구야. 바로 지금 이사회와 KBO 집행부들이잖아. 리그가 파행 운영되면 누가 책임져야 하나. 그 사람들이 책임져야 하는 거 아냐."

 

김인식(이하 식)="형님 계실 때는 말을 못 꺼냈나 보네요. 9구단 체제로 1년 하다 보면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사실 9구단을 하느니 8개 구단이 낫지. 9구단을 시작했으니 10구단까지 가야 하는 거고. 9구단으로 운영하면서 이래저래 힘들어지면 그때 되면 후회하겠지."

 

용="내가 나가길 기다린 걸까."

 

김성근(이하 근)="10구단을 반대하려면 9구단 창단할 때 더 논의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와서 반대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김(응용) 감독님, 그러니까 (사장) 더 하지 그랬어. 왜 나가셨어."

 

용="말도 말아. 못하겠어. 구단 사장하면서 내 속이 다 썩어 문드러졌다고. KBO 이사회 하면 아주 죽을 맛이었지.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아. 현장에 있을 때 감독들 회의 하면 가장 고참(감독)이 '이렇게 하자'고 하면 따라 갔는데, 이사회는 자기 목소리만 내더라고. 20~30분이면 끝날 일이 이사회에서는 5~6시간 걸려. 그리고 나는 외톨이였어. '아침 9시에 회의다'라고 하면 나는 그 시간에 맞춰 가는데 다른 구단 사장들은 8시에 야구회관 근처에서 만나서 뭔가를 이야기해. 어느 정도 입을 맞추고 회의에 들어가는 거지."

 

-KBO 이사회의 의사결정구조가 문제인 걸까요. 야구인 혹은 팬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근="재벌들의 폭력이라고. 기업들이 회사를 만들고,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에 많은 도움을 줬지. 그건 인정해. 하지만 국민들이 없었다면 그게 가능한 일인가. 스포츠를 통해 재벌들이 환원을 해야지. 10구단 창단 반대는 야구 팬을 넘어 국민을 무시한 결정이다."

 

식="난 정말 모르겠어. 9구단 창단 승인도 얼떨결에 했다는 거 아냐. 9구단을 만든 것도 후회하고 있는 것 아닐까. 일단 9구단으로 갖고 해봐. 어떤 문제점이 나오는지."

 

근="9구단 체제는 기형적인 구도야. 그걸 찬성한 이사회의 머리는 어떤가 싶어. 9구단을 만들어놓고 10구단은 반대하는, 그런 발상이 기형적이야."

 

용="그래서 난 선배들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어. 프로야구 초창기에 사외이사 제도를 만들었어야 해. 내가 이사회에 참석할 때에도 총재에게 사외이사를 최소 3~5명은 둬야한다고 말씀드렸거든. 그런데 말이 먹히질 않아. 이사회를 하다 보면 야구 발전을 생각할 틈이 없어. KBO가 안건을 냈을 때 난 우리 구단에 다소 손해가 있어도 대의적으로 맞다면 찬성했어. 하지만 몇몇 팀들은 야구 발전은 생각 안하고 이익만 생각하더라. 각 구단이 모기업에 이익이 되느냐, 손해가 되느냐의 문제만 생각하는 거지. 사장들은 그 자리를 벗어나면 그냥 다른 사람이잖아. 우리처럼 평생 야구만 바라보는 사람과는 다르지."

 

근="이제 방법을 좀 바꿔야 하지 않나. 현재의 의사결정구조로는 같은 답만 나오는 거 아닌가. 이건 중요한 문제인데, 10구단 승인 같은 중요한 사안이 구단이 아닌 기업의 이해타산으로 결정되잖아. 삼성과 SK 그룹의 관계가 있을 거고, SK와 LG도 그럴 거고, 넥센은 타이어 기업으로서 이해를 따진다고. 그러면 결국 야구가 말라간다. KBO에 더 힘을 실어줘야해."

 

식=그러니까, 총재에게 힘을 실어줘야지. 총재가 '법'이어야 해. 그래야 일이 빠르게 진행되고, 연속성이 있지. 명분이 확실하다면 표결이 왜 필요해. 총재가 직권으로 중요한 일은 결정할 수 있도록 해도 되지 않겠어."

 

용="사실 규약상으로는 총재가 대통령보다 권한이 강한데…. 대체 왜 그렇게 힘이 없나."

 

근="매스컴에서 반성해야할 부분도 있어. 지금 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올스타전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보이콧하려고 하잖아. 왜 선수가 들고 일어나야 하는가. 매스컴에서 어떤 구단이 반대를 했는지 분명히 밝히면 여론이 달라지잖아. KBO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 하자고. 그러면 이사회에서 이렇게 쉽게 결정하지 못할 거야."

 

-만약 세 분이 KBO 이사회에 참석했다면 어땠을까요.

 

용="내가 있었으면 '정신 나갔나. 절대 안 된다. 하나만 데리고 오려면 치우라'고 했겠지. '두 개 구단 같이 데리고 와라'고 했을 거야. 9구단이 생겼을 때 주변에서 '대체 9구단이 뭐냐. 절대 장사 안 된다. 정신 나갔나'라고 했어. 이사회에서 대체 무슨 판단을 한 건지. 아니, 9구단을 만든 건 10구단도 만들겠다는 뜻 아냐. 대체 왜 미루는 거야. 빨리 만들어야지."

 

식="보는 사람이 더 헷갈린다니까. 그 얘길 했겠지. 대체 홀수구단으로 어떻게 리그를 운영하는지 아느냐고."

 

근="두 김 감독과 같은 말을 했을 거야. KBO 이사회에 들어가면 각 팀이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야지. 그리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뒤에서 움직이면' 전체가 망가지는 거야. 그래서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했으면 좋겠어. 어떤 구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국민 모두가 알 수 있도록. 기존구단이 '텃세'를 부린다면 다른 방법으로 경고를 해야지. 현실성이 없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싶지 않은 기업은 나가면 되잖아. 지금 프로야구를 창단하고 싶은 기업이 있으니 숫자는 다시 8개가 될 수 있지. 그러다 보면 10개로 더 늘어갈 수 있고. 새 구단 창단을 반대하는 기업을 빼고 새로운 리그를 만들 수도 있지."

 

식="구단 사장들이 야구를 조금 알 만하면 또 새로운 사람이 오고. 구단에 오래 있던 사람들은 제대로 조언을 하지 못하고…. 걱정이야."

 

근="지금 야구와 관련된 사람들이 10구단 창단을 도와야 해. 지금은 매스컴이 판사·검사 역할을 할 수 있어. 그런데 10구단 창단 보류 후에 아무 얘기가 안 나오더라고. 목소리를 낼 곳이 필요해. '10구단 창단을 반대한 기업에 대해 불매 운동을 하겠다'는 식의 진짜 목소리가 나와야 모기업에서도 깨닫는 게 있지 않겠어."

 

정리=김식·하남직·배중현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출처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241&article_id=0002087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