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위에 자료가 많다. 어떤 자료인가. 

경기 전에 여러 가지를 본다. 우리 선수들 기록, 상황별 성적, 상대 팀 기록, 상대 팀의 최근 움직임, 우리팀의 흐름 등 그런 것들이지 뭐. 

시즌 전 목표는 무엇이었나. 그리고 얼마나 이뤘다고 평가하는가. 

지난해 감독 취임식 때 우승이 목표라고 했다. 과거에는 그런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감독을 맡을 때면 언제나 “4강이 목표”라고 했다. 의식개조라고 해야 하나, 선수들에게 우승을 목표로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라고 강조했다. 우승이라는 걸 앞에 세워 SK팬들에게도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 최종 결과는 시즌이 끝나봐야 아는 거니까. 

시즌 전 평가했던 팀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었나. 

‘백지이구나’ 싶었던 게 좋았다. 때가 묻지 않은 팀이라고 봤다. 하고 싶어하는 의욕이라고 할까, 마음 자세가 돼 있는 팀이었다. 반대로 볼 때는 전혀 안돼 있는 팀이었다고나 할까. ‘이거 갖고 어떻게 싸우나’라는 생각이 든 게 사실이다. 일본에 머무르고 있어 지난 시즌 경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지난해 가을만 해도 ‘지금 이 상태로는 못 이기겠다’ 싶었다.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기본적인 문제였다. 캐치볼, 베이스 러닝 등 기본기가 뒤떨어져 있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걸 전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전지훈련에서 기본기 훈련을 많이 한 건가.

기본기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던지고, 받고, 치는 것도 기본기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야구의 기본은 그게 아니다. 베이스 하나를 어떻게 더 가고, 어떻게 베이스 하나를 빼앗기지 않아야 하나. 야구는 베이스 네 개를 돌아야 점수가 나는 게임이다. 기술적인 기본기는 나중 문제다. 베이스 하나를 더 가겠다는 의식이 중요하다. 그런 의식이 없으니 방법도 없는 거다. 선수들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아니다.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되겠지, 되겠지’ 하는 사이에 그냥 굴러가 버린다. 정체된다. 

지난해 기록을 보니 2루 주자가 안타 때 득점하지 못한 경우가 매우 많았다. SK 타자들의 타격 수준은 낮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홈을 밟지 못한 것이다. 베이스 하나에 대한 욕심이 모자랐지 않았나 싶다. 베이스 하나란 건 리드를 한 발 더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다. 수치로는 50cm에서 2m 차이다. 이게 바로 승부다. 결국 승부에 대한 인식이 모자란 것이다. 그게 야구인데. 

올해 도루가 많다. 2002년 LG 감독 때도 팀 도루가 전해보다 크게 늘었다.

도루를 할 때는 실패를 겁내지 말아야 한다. 달리되 어떻게 하면 살 수 있는지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감독이나 코치가 가르쳐서가 아니라 자기 노력으로 찾아야 한다. LG 감독 때 ‘옳은 야구’를 하라는 말을 했다. 선수 자신이 깨우쳐서 하는 야구여야 한다. 감독이 일일이 “이거 해라, 저거 해라”라고 하는 건 아마추어다. 프로선수라면 자기가 느낀 대로 움직여야 한다. 옳은 느낌을 어떻게 찾고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올해 SK의 도루가 많지만 숫자로는 두산과 LG에 뒤진다. 하지만 4월에 워낙 많이 뛰어서 상대에게 강한 이미지를 심어놨다. 그게 뛰는 야구로 성공한 점이다. 

의외로 단타 때 1루 주자가 3루로 가는 건 많진 않은데.

그런가. 아마 4월에는 많았을 텐데. 그 뒤에 줄었을 것이다. 

지난해 SK는 부상 병동이었다. 이유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무엇이었나.

지난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말은 하고 싶다. 바깥에서 우리 팀 운영에 대해 뭐라고들 하지만 선수 교체가 잦은 건 부상을 막기 위한 노력이다. 쉬어야 할 선수가 쉴 수 있으니 부상이 방지된다. 아픈 선수는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다. 경기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무리는 시키지 않을 것이다. 

트레이닝 파트에는 변동이 있었나. 

지난해 그대로다.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장마철을 넘기는 게 어렵다. 이때에 대비한 체력훈련은 미리 해뒀다. 트레이너들도 단계적으로 1년을 몇 개의 단위로 나눠 그때 그때 맞는 훈련 계획을 짜고 있다. 겨울 내내 많이 뛴 게 큰 도움이 되지 않겠나.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2군 선수도 지도했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2군 운영에 차이가 있다면.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일본 2군은 우리보다 활성화된 게 차이다. 한국에선 관중도 없다. 선수들이 의욕을 잃는다. 이러다 보면 플레이 하나하나에서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많아진다. 

주전이 고정돼 있지 않은 ‘전원 야구’라는 평가다. 이런 운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리더에 따라 싸움을 하는 방법이 달라지지 않겠나.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장사를 하면 돈을 벌 수 없다. 어떻게 개개인의 능력을 살리고 조직력을 강화해 전력을 극대화할까라는 고민에서 나온 결과다. 나는 거의 매일 타순을 바꾼다. 고민도 많다. 이 투수에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누구를 내야 하고, 누구를 대기시켜야 하는가.


김성근 감독은 조직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람을 먼저 살려야한다고 말한다.(사진 김수홍)



아마 SK를 편하게 상대하는 팀은 없을 것이다. 비판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어제 3안타를 친 선수도 뺄 때가 있다. 그럼 그 선수는 감각이 좋은 상태로 있는 거고, 어제 뛰지 못했던 선수는 새로운 의욕이 생긴다. 아직까지는 좋은 방향에 서 있는 것 같다. 페넌트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1년 내내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올해와 같은 야구를 하니 선수들이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또 선수들이 스스로 이 팀에서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 전지훈련 때도 이 점을 강조했다. 

시즌 전 다른 팀에서 버림받다시피 한 선수를 영입했다. 과거에도 그랬는데. 

선수를 살려 놓으면 원 포인트 구원 역할을 하더라도 팀 전력에 다섯 개를 갖고 있는 선수에게 10개를 원하면 안 된다. 갖고 있는 다섯 개를 베스트로 만들면 된다. 그리고 장점을 살릴 기회를 주는 것이다. 큰 도움이 된다. 우리 팀은 구원투수 교체가 잦다. 하지만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있다. 다른 팀에서 과연 SK처럼 투수진을 운영할 수 있겠는가? 죽었다 깨도 할 수 없다. 우리는 투수들이 자기 몫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놨다. 보는 눈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벌떼 작전’ 어쩌고 할 게 아니라 능력 극대화라는 관점에서도 봐 줬으면 한다. 

SK 야구의 색깔이 생겼다는 점에서 논란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다. 라인업이 고정되고 선발진이 안정돼 있으면 나도 매우 편하게 감독을 할 것 같다. 감독은 있는 자산으로 살림을 꾸려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감독마다 지도 스타일이 다르다. 나는 뒤에서 팔짱 끼고 ‘이 선수는 나쁘다, 저 선수는 어떻다’라고 하지 못한다. 그러면 반드시 후회할 것 같다. 

선발투수들이 가끔 구원으로 등판하는 등 선발진이 안정돼 있지 않다. 요즘 야구 추세와는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

7월 21일 롯데전에서 채병룡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임기응변이었지 ‘최고의 선택’은 아니었다. 마무리 정대현이 올스타전 때 몸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마이크 로마노도 비슷한 상황에서 구원으로 뛰게 했다. 타자들도 마찬가지다. 오늘(7월 24일 현대전, 상대 선발 장원삼)은 이재원과 정근우를 선발 라인업에 넣고 이진영을 뺐다. 이재원과 정근우는 왼손투수에게 강하다. 하지만 이진영도 잘 때리는 왼손투수가 있다. 라인업을 짤 때 선수들의 특징과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다. 팀의 힘이 100이라면 70이나 80에 머무르게 하는 것 보다는 110이나 120을 만드는 게 더 낫지 않겠나. 

선발투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김원형은 선발과 구원을 오간다. 김원형은 쌍방울 때부터 특징이 있다. 4회까지는 잘 던지는데 그 뒤에 무너지거나 볼넷 하나 내주면 쓰러지는 투수들이 있다. 이런 투수들에게는 교체 타이밍이 중요하다. 바꾸지 않으면 선수가 상처를 받는다. 신인 김광현도 최대한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한다. ‘고비를 넘겨야 좋은 선수가 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거꾸로 간다. 투수 출신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김원형은 3~4이닝은 잘 던진다. 하지만 5회에는 잡힌다. 그래서 김원형은 3이닝이 한계다. 그 한계 안에서 잘하면 된다. 그럼 조직이 사는 게 아닌가. 

한계를 설정하고 가둬 버리면 선수가 성장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지 않나. 

나는 거꾸로다. 닭과 달걀의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 조직을 만들려면 사람을 먼저 살려야 한다. 그런 팀이 지금의 SK다. 전반기에 로마노와 박경완의 호흡이 조금 맞지 않았다. 그래서 정상호로 두 번 바꿨더니 로마노가 이겼다. 그 뒤로 로마노가 살아났다. 옆에서는 왜 그런 식으로 야구하냐고 하지만 우리 야구는 깊이 파고들수록 맛이 있을 것이다. 뭐랄까,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날 때가 있잖나. 

깊이 파고들기 좀 어려운 야구 아닌가(웃음).

난 그게 야구라고 본다. 내가 갖고 있는 이론은 이렇다. ‘이 팀은 약하니까 약한 팀이다’, 이런 거 없다. 있는 전력을 어떻게 극대화하고 강한 팀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3할 타자 서너 명이 나와도 팀이 힘을 쓰지 못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조직이 살아나면 된다. 그리고 올시즌만 야구하는 게 아니다. 앞으로는 어마어마한 팀이 될지 모른다. 

전부터 구원투수를 많이 기용하는 편이었지만 1998년(경기당 3.2명), 2002년(3.4명)에 비해 올해(3.7명)는 더 많다. 이유가 있나.

1998년 쌍방울에는 김현욱이 있었다. 3이닝도 끄떡없고 2이닝은 매일 던질 수 있는 투수였다. 2002년에는 이동현, 장문석, 류택현이 잘했다. 결국 선수 구성의 차이다. 지금 우리 팀에서 가장 필요한 건 롱 릴리프다. 하지만 적임자가 없기 때문에 한 번 나와서 짧게 짧게 던지는 숏 릴리프 위주로 가는 것이다. 그런 역할을 할 투수는 많다. 

예년에 비해 올해는 희생 번트 수가 줄었다.

4월에는 희생번트가 필요 없지 않나 싶었다. 그만큼 뛸 수 있었으니. 그때는 솔직히 언론에서 말하는 대로 아웃카운트 하나가 아까웠다. 번트를 대지 않아도 2루에 가고, 점수가 났다. 그 야구로 1위를 하지 않았나.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아, 역시 다시 돌아가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번트가 많아졌다. 달리고 때리지 못하니까 번트를 대는 거지. 

지난해 기록을 분석하니 번트는 강공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평균값이지만.

타순을 봐야지. 4번 타자 앞의 3번 타자에겐 나도 번트를 지시하지 않는다. 번트에 대해서라면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번트는 한 점을 내는 작전’이라고 하지만 번트로 대량 득점이 가능한 때도 있다. 상대 실수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주자가 2루에 가면 흔들리는 투수도 있다. 번트는 여러 목적을 갖고 하는 작전이다. 

전반기 득점권 타율이 무려 2할9푼9리였다, 이건 실력인가 아니면 일시적으로 좋은 흐름을 탔기 때문인가.

4월에는 좋았고 5월에는 나빴다. 6월부터는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글쎄, 타자들의 집중력이 더 높아진 게 아닌가 싶다.

좋은 흐름이 유지될 것 같나. 위기가 몇 번 더 올 것 같나. 

전반기 마지막 6경기에서 2승4패했다. 매우 좋지 않은 흐름이었다. 특히 두산과의 마지막 3연전은 가장 나쁠 때 치렀다. 지금 우리 타선의 장점은 어떤 타순에서도 점수가 나온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꼭 여기다’라는 게 없다. 이 타자 앞에서는 번트를 대고 반드시 점수를 낼 수 있다는 대목이 없다. 다른 팀보다 떨어지는 점이다. 하지만 1번에서 9번까지 고르게 점수를 내는 능력은 우리가 앞설 것이다. 홈런도 그렇고 도루 숫자도 특정 선수에게 몰려 있지 않다. 두산의 도루수가 우리보다 많지만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 세 명이 60개가 넘는다. 글쎄, 어느 쪽이 유리할까. 난 잘 모르겠지만.

과거 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선수들은 기술 업, 레벨 업을 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요즘은 어떻게 생각하나.

훈련을 적게 한다는 게 아니라 자기 계발이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선수는 벽에 부딪힐 때가 있다. 한 번 막혔을 때 ‘나는 어떤 선수이고, 어떻게 위기를 뚫어야 하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방법도 잘 모른다. SK 선수들에게 “예전에 잘 풀리지 않았던 건 그때의 생각과 방법이 나빴던 것이다. 능력 자체가 모자란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훈련을 많이 하는 건 물론 노력이다. 그런데 실패했다고 치자. 이건 노력이 아니다. 다양하게 시도해 보고 거기서 경험한 시행착오를 통해 뭔가를 잡아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열심히 하는 것 자체는 프로선수라면 당연한 거다. 열심히 하는데 안된다고 한다. 그런 ‘열심’은 아마추어에서나 통하는 얘기다. 

그렇게 노력을 하는 선수가 있다면? 

SK 선수들은 거의 다 열심히 한다. 

과거 지도한 선수 가운데에는 어떤가. 

LG에 있을 때 본 양준혁은 뒤에서 많이 훈련하는 선수다. 좋지 않을 때 자기 나름대로 고민하고 훈련한다. 가장 인상적인 선수라면 최동수가 아닌가 싶다. 훈련량이 어마어마했다. 밤샘 훈련도 할 선수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개인 지도를 할 때도 있나. 

올해 한두 번 정도였나. 코치와 선수가 씨름해야 할 일이다. 내가 나서면 방향이 바뀐다. 그러면 곤란하다. 시행착오가 생겨도 코치와 선수가 하는 게 낫다. 늘 가르칠 수 없는 나와 하다가 시행착오가 나오면 어떡하나. 

구장에서 선수를 붙잡고 뭔가 얘기하는 장면을 많이 봤다. 

김재현과는 이야기를 좀 했다. 김광현도 그렇고. 김광현은 1주일 정도 가르쳤는데 많이 바뀐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하는 건 양념일 뿐이다. 

2군 담당자들은 “아마추어선수들의 기본기는 과거보다 떨어진다”고 말한다. 이런 평가에 대한 생각은. 

좀 심하게 이야기하겠다. 과연 가르친 사람이 기본기를 정확하게 알고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추어 지도자들이 잘 모르는 건 당연하다. 프로의 기술과 아마추어의 기술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 책임을 아마추어에 돌려서는 안 된다. 누가 가르쳐서 선수가 저렇게 됐다는 식의 말은 해선 안 된다. 우리, 야구 동업자끼리는 더욱 그렇다. 신인들을 볼 때 그저 ‘아마추어에서는 저렇게 해 왔구나’는 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잘못되고 모자란 점을 바꾸는 게 프로 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지도자들은 공부해야 한다. TV도 많이 봐야 하고. 

요즘 야구팬들은 이승엽 경기 중계를 자주 본다. 일본프로야구 중계 때문에 야구가 죽는다고 한다. 내가 볼 땐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어쨌든 그 덕분에 일본프로야구를 통째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았나. 중계가 없으면 일본에 직접 가서 공부해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나. 한국 타자들은 전에는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쳤다. 요즘에는 아마추어선수들도 그렇게 치지 않는다. 뒷손을 잘 쓰고 있다. 난 이걸 TV의 영향으로 본다. 나는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태도를 매우 싫어한다. 나쁘면 내가 나쁜 거다. 남들이 뭐라 해도 이기면 된다. 지면 억울하다. 그래서 이기려고 노력한다. ‘SK에게 한번 이겨보라’는 건방진 말이 아니다. 살아남는 자가 승리자 아닌가. 승부 세계의 법칙이다.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도자들은 공부를 해야한다. 그리고 선수를 가르칠 때는 왜 이렇게 해야하는지 이유를 이해하게 해야 한다.(사진 김동욱)



예를 들어 우리 팀은 5월에 나빠졌다. 2위에 1~2경기 차이로 쫓겼다. 누가 봐도 위험하다 싶었다. 이거 그냥 놔 두면 죽겠구나 싶었다. 그때는 내가 좀 나섰다. 그 뒤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다시 뒤로 물러났다. 어려울 때 쉽게 쉽게 갔으면 아마 팀이 죽었을 것이다. 결국 리더는 위기 관리를 해야 한다. 지도자가 선수를 가르칠 때는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이유를 이해하게 해야 한다. 가령 캐치볼을 할 때 상대 가슴으로 던지라고 한다. 그러면 상대가 편하기 때문이다. 그저 선수 탓만 해서는 안 된다. 

표본수가 적은 통계는 신뢰성이 떨어진다. 가령 박재상은 올해 롯데에게 강하고 두산에 약하지만 지난해는 그 반대였다. 통계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나. 

7월 22일 롯데전에서 박재상을 5번에 기용했다. 최근에 박재상은 잘 맞지 않았다. 하지만 데이터를 파고들다 보니 뭔가를 찾았다. 롯데에게 강한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결과도 좋았다. 라인업을 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로마노는 야수 실책 때문에 무너진 경기가 몇 번 있었다. 로마노는 실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 스타일이다. 그럼 이 친구가 나올 때는 수비를 강화해야 한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로마노가 등판할 때는 이호준 대신 박정권을 1루수로 썼다. 박정권의 수비가 더 좋기 때문이다. 실책 하나로 로마노가 순식간에 무너지면 어떡하나. 그래서 라인업 짜기가 힘들다. 우리 팀도 봐야 하고 상대도 봐야 하고. 나도 라인업이 고정돼 있으면 얼마나 편하겠나. 

올해 ‘트라이(Try)’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선수들이 얼마나 따라 왔나. 

따라 왔다는 말은 잘못이다. 선수들이 변했다면 ‘내가 뭘 해야 하는가’를 깨달은 거다. 어른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시행착오가 성공의 어머니다. 실패가 실패에 머무르면 그걸로 끝이다. 실패를 바탕으로 어떻게 ‘트라이’ 하느냐가 중요하다. 

훈련량이 많은 편이다. 박경완은 현대 이적 뒤 훈련량이 적어 놀랐다고 한다. 

박경완 말이 나왔으니 이 말을 하고 싶다. 올해 박경완은 지난해보다 젊어졌다. 나이 먹은 선수에게 대우를 해주는 건 최악이다. 그건 빨리 팀에서 나가달라는 말이다. ‘고려장’이다. 가뜩이나 스타가 없는데 왜 있는 스타를 ‘고려장’하느냐. 나는 예전부터 나이 든 선수를 많이 썼다. 나는 선수의 야구하는 날을 하루라도 길게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사람을 버리기는 쉽다. 데리고 있기 어려워서 그렇지. 기용했는데 실패했다면 그 책임을 내가 지면 되는 거다. 

올해 가득염이 이렇게 잘할지 누가 알았겠나. 예전 같으면 벌써 ‘고려장’하러 산에 가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 가득염이 없으면 우리 팀이 굴러가지 않는다. 가득염도 올해 젊어졌다. 조웅천의 지난해 성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원래 그렇게 부진할 선수가 아니었다. 올해는 지난해 문제점이 많이 잡혔다. 전지훈련 때 어마어마하게 훈련했다. 젊은 선수들과 똑같이 뛰게 했다. 그러니까 젊어진 거다. 조웅천이 없었으면 우리 팀은 벌써 쓰러졌을 것이다. 

정대현은 예전부터 건강 문제가 있지 않나. 

선수마다 체력, 기술, 정신 상태가 모두 다르다. SK는 선수들을 최대한 살려 놓고 야구를 하려 한다. 5~6점 차로 이기는데도 투수 교체를 하면 상대 팀이 싫어한다. 하지만 이유가 있다. 선수들을 살려주기 위해서다. 어떡하든 시즌을 무사히 마쳐야 하고 야구 생명을 이어가게 해야 한다. 쓰러지고 다치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아직 없다. 

지금은 어떡하든 빨리 74승을 올리는 게 목표다. 그 뒤는 그때 문제라고 생각한다. 


[출처] SPORTS2.0 제 62호(발행일 2007년 07월 30일)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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