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근 감독이 스포츠서울 지면을 통해 팬들에게 새해 인사를 건넸다. 박진업기자



[고치 =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힘든 시기를 살아가려면, 항상 새로워지려는 의식이 중요하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다가왔다. 하지만 야구 선수들은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느라 명절 분위기를 느낄 새가 없다. 야구 선수들에게는 시즌 개막일이 설날이라, 승부의 세계를 살아가기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본 고치현에 위치한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을 오가며 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한화 김성근(74) 감독도 마찬가지다. 새 시즌을 의미있게 보낼 준비를 하는 김 감독은 “힘들 때일수록 새로워지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선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자 팍팍한 시대를 살고 있는 팬들에게 하는 당부다.


◇야구도 인생도 버티기 싸움


한화는 수 년째 하위권에 머물었다. 지난해 시즌 막판까지 5위 싸움을 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시즌. 김 감독은 “2014년 가을부터 치열하게 준비했던 것이 시즌 마지막에 사라져버렸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는지 돌아보게 된 시즌”이라고 회상했다.


삶도 마찬가지다.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같은데, 지나고 나면 후회가 남는다. 설날처럼 무언가 새로 시작하는 의미를 가진 날에는, 후회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내일이 있기 때문에 오늘이 가치있다는 생각도, 설날에는 더 크게 한다. 김 감독은 “사람은 모두 꿈을 갖고 살아간다. 꿈이 있기 때문에 의욕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면 낙담한다. 자연히 의욕이 떨어진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줄이려면 결국 어떻게 버티느냐다. 단순히 버티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면서 버텨야 한다. 그래야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은 ‘조직은 조직, 나는 나’라는 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의무나 책임보다는 권리를 더 앞에 주장한다. 구성원들 각자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화와 계약을 맺은 선수는 ‘내가 어떤 위치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동료들과 치열하게 경쟁해 1군 무대에 살아남고, 팀에 성원을 보내는 팬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만들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선수들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김 감독은 “이런 책임감이 있다면, 스프링캠프 시작일에 100% 컨디션을 맞춰 들어와야 한다. 준비가 덜됐으니 조금만 훈련강도가 높으면 아프다며 쉬는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한화 조인성(왼쪽)이 1월 30일 일본 고치현 시영구장에서 김성근 감독에게 송구 자세를 교정받고 있다. 고치 | 장강훈기자



◇아무것도 아닌게 가장 중요


조직 구성원 중 핵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한다. 야구로 비유하면, 주축 선수일수록 다른 선수들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준비해야한다. 김 감독은 “주축 선수 한 명이 준비가 안되면, 그 자리에 다른 선수가 출장해야 하고, 승부처 때 대타와 대수비 등 최소 세 명을 더 써야 한다. 한정된 엔트리로 자웅을 겨루는 승부에서, 한 대목에 선수 세 명이 한꺼번에 빠지면 팀에 큰 손실이다. 이런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프로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사회를 냉정하게 보면, 조직은 개인에 관대하지 않다. 조직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하면, 냉정하게 잘라낸다. 개인의 사정은 중요하지 않다. 조직에 몸 담는 순간부터 경쟁이 시작되고, 이는 개인의 생존과 직결된다.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그러나 건강한 조직은 개개인의 건강한 경쟁을 동력삼아 함께 성장한다. 리더가 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다른 곳을 바라보는 구성원의 시선을 되돌려 함께 갈수 있도록 이끄는 조직이 살아있는 조직이다. 김 감독은 “이런 조직을 만드려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송구 훈련 하나를 하더라도, 펑고를 치는 코치나 수비에 임하는 야수 모두 9회말 2아웃 만루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치고 받고 던지는, ‘훈련’으로 생각하고 안일하게 움직이면 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 감독이 “어떤 목적으로 훈련하는지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막연한 훈련은 그저 노동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훈련을 위한 훈련을 하면 코치나 선수 모두 남는 게 없다. 그저 허무하게 시간만 보낸 것에 불과하다. 관중들의 함성소리와 긴장감이 더해진 실전에서는 훈련 때보다 몸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움직임이 둔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스스로 훈련 때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지 답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히 훈련을 돕는 코치들도 절실함을 갖고 이끌어야 한다. 선수 한 명의 인생이 코치들의 손에 달려있다. 이것이 코치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각자가 생각없이 흘려보내는 훈련들이 쌓이면, 최소 10승을 깎아 먹을 수 있다. 인생도 다르지 않다.



한화 김성근 감독(왼쪽)이 27일 일본 고치현 시영구장에서 신인 투수들이 펑고 받는 자세를 흉내내고 있다. 고치 | 장강훈기자 



◇지나간 것도 의미가 있다


냉혹한 현실에서 버티고 일어나려면, 항상 새로워지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새로워진다는 것이 지나간 것을 무조건 배척한다는 뜻은 아니다. 김 감독은 “지나간 과정 속에 좋았던 것을 찾아내면서 새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옛 것을 다 버린다. 새로운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옛 것 속에 새로운 것이 있고, 새로운 것에 옛 것이 있기 마련이다. 경험이라는 자산은 옛 것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이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은가. 새로워진다는 것? 스스로 모자란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화 구성원들이 수 년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과정 속에서 배운 게 있었다면, 긴 기간동안 암흑기를 거치지 않았을 것이다. 각자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실패한 1년을 통째로 버리고 막연하게 새로 시작해 실패를 반복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조직은 구성원이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고, 구성원은 각자 다른 곳을 바라봤다. 어디가 잘못됐고,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은 결과가 ‘만년꼴찌’라는 수식어로 돌아왔다. 수비든 투수든 실패한 원인을 찾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면, 한화의 암흑기도 일찍 끝났을 것이다.


지난시즌 역시 ‘실패한 시즌’으로 규정한 김 감독은 “내가 천년만년 감독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팀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기본을 만들어 팀 승리라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올해가 팀 전체로 볼 때 매우 중요한 해인 이유”라고 말했다. 스스로 냉철한 자기 반성을 했고, 이를 토대로 ‘팀 플레이 훈련’ ‘하체 밸런스 강화’ 등의 훈련법을 고안해냈다. 팀의 약점을 파고들어 뿌리부터 튼튼하게 바꿔 놓겠다는 절실함이 김 감독의 행동 하나하나에 담겨있다. 김 감독은 “팀이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은 리더가 해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구성원들에게만 책임과 의무를 강요하고, 리더가 권리만 주장하는 조직도 발전이 없다. 김 감독은 “항상 새로워지려는 노력을 하다보면, 분명 길이 보일 것”이라는 말로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국민들을 응원했다. 그러면서 “한화도 반드시 우승을 따낼 수 있도록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지난시즌 중반까지 우리가 역전승도 하고 꼴찌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자 많은 팬들께서 ‘희망을 봤다’고 말씀해 주셨다. 올해 그 희망을 우승이라는 결실로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출처 : http://sports.media.daum.net/sports/baseball/newsview?newsId=20160205063016724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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