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지난 7월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10구단 창단을 위한 역대 프로야구 감독 기자회견'에서 김성근 감독은 "경쟁을 통한 이윤창출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기업들이 10구단 창단으로 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성일기자



"이제 기업이 필요 없는 것 아닌가? 하고 싶은 기업들 줄을 섰으니, 하기 싫은 기업들은 나가면 된다."

 

'야신' 김성근 감독(고양원더스)이 10구단 승인 반대 움직임에 직격탄을 날렸다. 제주에서 마무리훈련을 지휘 중인 김 감독은 26일 스포츠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롯데와 삼성을 중심으로 10구단 승인을 반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들었다. 사실인가?"라며 "기업들이 언제까지 국민들을 기만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한탄했다. 평소 야구발전을 위해서라면 그 대상이 누구든 상관없이 쓴소리를 마다않는 김 감독이라 이번에도 기업들에 예봉을 겨눴다.

 

스포츠서울의 취재에 따르면 롯데와 삼성을 중심으로 최소 5개구단 이상이 10구단 승인 반대를 놓고 물밑에서 반대입장을 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2012년 11월 26일자 2면 참조) 10구단 창단에 관여 중인 한 야구인은 "구단의 반대입장은 사실상 모기업의 의중 때문이다. 구단 사장은 의사결정에 큰 힘이 없다"며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재계에서는 삼성이 그룹 입장에서 10구단 창단을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휴대전화 등 전자뿐만 아니라 물류 건설 등 각 분야로 뻗어있는 삼성의 위세에 이른바 협력업체들도 선뜻 10구단 찬성 입장을 보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경쟁 속에서 발전방안을 생각하는 것이 기업의 생리인데, 어째서 시장에 참여하겠다는 기업을 가로 막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기업들은 여러 비리에 연루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해당 기업을 신뢰하려고 애쓰는데, 기업은 국민의 뜻에 역행하고 있다. 국민들이 10구단 승인을 반대하는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이나 퇴출운동을 전개하면 어쩔 셈인가. 대통령 후보들이 왜 대기업 개혁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는지를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국민의 뜻이 기업에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감독이 더욱 분노한 것은 모기업의 그늘에 숨어 야구팬들을 기만하는 구단의 행태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지난 7월 열린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에 관한 절차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위임한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사태가 이렇게 될지 몰랐다면 말이 안된다. 잠깐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KBO가 못이긴척 넘어간 것 아닌가. 이사회 안을 받아준 KBO와 선수협의회 모두 구단들의 꼼수에 걸려든 꼴이다. 당시 일부 야구인들이 '10구단 창단이 가까워졌다'며 박수를 쳤는데,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야구단을 유치하고 싶어하는 기업도, 지방자치단체도 여럿 있다. 기업의 경우 진입장벽이 높다보니 이런저런 조건을 맞추기 어려워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처음 기업들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이지 않았나. 사회공헌을 하겠다는 기업과 이를 지원하겠다는 지자체가 앞다퉈 나오고 있는데 어떤 명분으로 이를 막아서는가. 소비자인 국민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야구로 돌려주겠다는 것이 그렇게 막아설 일인가. 7월 이사회에서 'KBO에 10구단 창단 절차와 시기 등을 위임하겠다'고 했던 이사회의 진짜 의도와 이를 받아들인 KBO의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제 프로야구는 대기업이 없어도 운영할 수 있다. 비리없이 깨끗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야구단도 투명하고 깨끗하게 운영할 자질이 있다. 10구단이 창단되는 것이 싫으면 기존 구단이 접으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야구를 이만큼 키운 기존 구단의 공로도 매우 크지만, 야구가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의 통큰 양보와 공생의지도 필요하다는 시각이 그의 격정적인 발언에는 녹아있다.

 

장강훈기자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121126n04211?mid=s0106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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