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경기가 불러온 엄청난 기적을 봤다."
고양 원더스와 2년 재계약을 맺은 김성근 감독이 직접 밝힌 프로행 포기 이유다. 프로구단에서 외면받고, 신생구단 입단테스트에서도 떨어진 선수들로 구성된 원더스는 퓨처스리그에서 교류전을 통해 '낙오자'에서 '야구선수'로 거듭났다. 김 감독은 "퓨처스 팀과의 48경기(8월 30일 현재 44경기 치름)가 없었다면, 지금의 원더스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경기를 통해 기량을 끌어 올리고, 이를 검증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원더스가 하나의 팀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프로진출? 시작일 뿐 목표달성 아냐"
올해 원더스가 일궈낸 기적은 비단 팀 성적뿐만이 아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프로구단들로부터 "독립구단과의 교류전은 시간낭비다. 퓨처스 팀은 경기력을 끌어 올려 1군에 필요한 선수를 육성하는 무대인데, 프로 지명조차 안된 선수들과의 경기로 어떤 발전이 있겠느냐"며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원더스는 8월까지 승률 5할(19승 6무 19패)을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했다. 김 감독은 "실패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화시키는 방법이 잘못됐을 뿐이다. 실패한 사실에 좌절하기보다 방법을 바꿔가며 각자가 가진 1%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원더스는 그 가능성을 점검하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캐치볼도 제대로 못하던 선수들이 고된 훈련으로 기본기를 다지고, 프로팀과의 교류전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까다로운 타구도 곧잘 걷어내고, 낙차큰 변화구도 배트 중심에 맞히는 능력을 익혔다. 덕분에 4명의 선수가 프로팀과 계약을 맺었다.
김 감독은 "프로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프로에 진출하는 것은 성공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1군에서 주축선수가 돼야 프로선수로서 가치가 있다. 최종 목표는 프로팀, 그것도 1군에서 반드시 필요한 선수가 돼야하는 것이다. 프로에 진출했다고 만족하면 지금껏 고통을 참고 훈련했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진다"고 밝혔다.
◇"제2, 3의 독립구단 나오려면 경기수 늘려야"
더 많은 선수들이 프로에서 활약하려면 경기수 증가가 불가피하다. 김 감독은 "48경기만으로도 많은 가능성을 봤다. 프로에 진출하고 못하고를 떠나 선수들이 야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열린 드래프트에 참여한 670여 명 중 프로구단에 선택을 받은 인원은 100명이 채 안된다. 신고선수 등으로 프로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과 대학지명 등으로 진학에 성공한 인원을 포함해도 야구선수로서의 꿈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은 300명이 채 안된다. 김 감독은 "선택받지 못한 선수들은 실업자가 된다. 꿈도 없다. 실패했다는 좌절감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 어린 선수들을 내버려두는 것은 어른들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더 많은 독립구단이 생겨야 하는 이유다.
그는 "실제로 독립구단 창단을 희망하는 움직임이 있다. 그들이 확신을 갖고 움직이려면 원더스가 더욱 다양한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수 증가가 필요한 것도, 독립구단의 성공모델을 제시하는 길 중 하나다. 경기를 많이 치르면 선수들의 기량도 더 철저히 검증할 수 있다. 프로진출을 이뤄낼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인생의 쓴 맛을 본 젊은이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원더스를 떠날 수 없다. 48경기가 보여준 기적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했다. 더디지만 뚜렷한 행보를 걸어가고 있는 김 감독과 원더스다.
장강훈기자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120831n11324?mid=s0101
'긁어오기 > 장강훈 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구계는 외면하는 '야신' 대기업 러브콜은 쇄도? (0) | 2013.07.22 |
---|---|
김성근 감독 "10구단 창단 싫은 구단이 야구판 떠나라" (0) | 2012.11.26 |
김성근 감독 "이희성, 어차피가 반드시로 바뀐 것" (0) | 2012.07.26 |
야신 "경기조작? 심각한 범죄" 팬 동료 기만행위 (0) | 2012.02.16 |
[SK 야구를 말하다] '짠물수비'의 비밀 (0) | 2011.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