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71·고양원더스) 감독은 '명강사'다. 전국 각지에서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한 문의가 쇄도한다.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린 지난 19일 김 감독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 대기업 3군데를 돌며 강연했다. 그는 "사흘동안 7군데서 강연을 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감독으로 12번이나 경질된 김 감독이 지금은 '가장 본받고 싶은 지도자'로 전국을 누비는 것이다. 김 감독은 "사명감 때문에 밀려드는 강연을 다 거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야구계에서 외면받는 야구인의 이상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서울] '야신' 김성근 감독(고양원더스)은 요즘 밀려드는 강연 요청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진업기자
◇야신의 강연, '돌직구' 때문에 더 인기
김 감독은 야구계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통했다. 소속팀은 물론 야구계 전체를 향해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리기로 유명했다. 강연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경영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우리나라의 경제가 침체된 것은 사장님들의 책임입니다"라고 거침없이 쏟아낸다. 또 "샐러리맨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공은 자기 것으로, 과는 부하직원 탓으로 돌린다. 부하직원의 실패는 리더의 책임이다. 그 책임을 회피하려는 리더는 자격이 없다"고 몰아친다. 불편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던 경영진은 강연이 끝나면 어김없이 "한 번 더 강의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라고 묻는다. 김 감독은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말을 가려해야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하는 말이 이미지가 된다"고 말했다. 현상을 꿰뚫어보는 김 감독의 거침없는 말은, 그래서 순수하다. 그 순수함을 읽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사람들이 그의 강연을 최고로 꼽고 입소문을 낸다. 대기업 회장들이 앞다퉈 '김 감독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라'고 지시하는 이유다.
[스포츠서울] 명강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김 감독은 "체육인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강연을 거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스포츠서울DB
◇세상의 선입견을 바꾸겠다는 사명감
김 감독은 "지킬 게 많을수록 틀안에서 움직이려는 성향을 보인다. 혈연 지연에 의존하고 남탓을 돌파구로 삼는 이유다. 리더가 틀에 갇혀 고이면 그 조직은 썩는다"고 강조한다. 강연을 듣는 신입사원이나 일반사원들보다 이들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경영진의 감탄사가 더 크다. 때문에 전문경영인 과정을 밟는 대학원이나 금융감독원, 감사원 등 공공기관까지 김 감독을 찾는다.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신입 공무원 연수 때 김 감독의 강연을 필수코스로 넣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몇몇 기업에서는 회장이 직접 "정기강연을 해 주실수 없느냐"고 요청하기도 한다. 김 감독은 "체육인은 평생 운동만해서 무식하다, 이기적이다라는 선입견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돼 힘든줄 모르고 일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말한 '사명감'이다. 그는 "소위 나라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고작 야구감독 출신인 나에게 들은 게 있고, 내 강연을 듣고 조직을 이끌어가는 방향을 바꾼다면 야구인, 더 나아가 체육인 전체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내가 후배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역할이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스포츠서울] 정작 야구계에서는 '야신'의 강의를 찾아보기 어렵다. 김 감독을 바라보는 야구계의 시각을 쉽게 알 수 있는 장면이라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박진업기자
◇정작 야구계는 찾지 않는 아이러니
재미있는 점은 삼성전자 LG전자 한화그룹 등과는 달리 야구단에서는 김 감독에게 강연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야구관계자는 "야구단에서 김 감독에게 어떤 강의를 부탁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안티 김성근' 세력이 많고, 강연료를 내고 '쓴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다는 뉘앙스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즘처럼 감독을 자주 교체하는 시기에 김 감독을 강사로 초빙하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밝혔다. 구단 고위층의 위치도 한 몫 한다. 감독 경질을 통해 실패의 책임을 면하려는 문화가 팽배한 한국프로야구에서 김 감독의 쓴소리를 고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구단 경영진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김 감독의 강연 주제가 모두 구단에서 밝힌 '경질 이유'였다. 김 감독은 "리더는 아버지다. 아버지는 자기의 모든 것을 자식들에게 바친다. 자식이 위기에 빠지면 내가 손해볼까, 위험해지지 않을까 같은 생각 자체를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야구가 위기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야구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리더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혼돈에 빠진 한국프로야구를 이끌어 가는 '리더들'에게 던진 김 감독의 '돌직구'다.
장강훈기자
출처 : http://sports.media.daum.net/baseball/news/breaking/view.html?newsid=20130722085507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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