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장강훈·홍승한기자]야구계 거장 김성근 감독과 힙합계의 대부 타이거 JK가 만났다. 야구와 힙합, 얼핏 교차점이 없어 보이지만 둘은 ‘한화 이글스’라는 공통분모를 품고 있다. 2015년 KBO리그 화제의 주역은 김 감독이 이끄는 한화였다. 3년만에 프로야구 무대로 복귀한 김 감독이 이끈 한화는 지난해 중독성 강한 야구를 선보이며 ‘마리한화’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해 3월 윤미래, 비지(Bizzy)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MFBTY으로 2년여만에 가요계 컴백한 한국 힙합계의 살아있는 전설 타이거JK는 같은해 7월 한화의 새 응원가 ‘이글거려’를 발표하며 인연을 맺었다. 타이거 JK는 한화가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인 지난 7일 서울 역삼동의 한 호텔에서 김 감독을 만나 평소 김 감독에게 궁금했던 질문들을 가감없이 던졌다.
한화 김성근 감독(왼쪽)과 가수 타이거JK가 만났다. 박진업기자
한화 김성근 감독과 가수 타이거JK. 박진업기자
◇김성근 감독 “응원가 ‘이글거려’ 좋은 가사 맘에 들어”
타이거 JK(이하 타)= 솔직히 야구를 잘 몰랐는데 응원가를 만들면서 빠져들었다. 이전에 몇번 응원가 제의를 받았지만 팬들에게 누가 될까봐 오랜 기간 거절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님이 오신 후 부활하는 한화의 상황을 듣고 당시 내가 처한 상황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 수락했다. 우리 앨범보다 더 열심히 만들면서 이글스의 팬이 됐다. 응원가를 통해 나 자신도 음악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김성근 감독(이하 김)= 사실 처음에 노래가 나올 때 무언가 싶었다. 평소 다른 노래도 발음이 안돼서 못 따라부른다. 그런데 사람들이 맞춰 ‘이글거려’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다보니 좋은 가사가 많았다. 많은 세상 이야기가 담겨 있더라.
타=사실 연예인이라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게 사는 줄 아는데 지난해는 힘들었다. 지금 ‘필굿뮤직’을 함께 하는 친구들은 한화 이글스와 비슷했다. 지쳐 있었지만 할 수 있는 건 음악밖에 없었다. 음악은 잘 한다고 자부하는데 어떻게 끌고 올라와야 할지 몰랐다. 감독님은 항상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성과를 내셨다. 그 비결과 힘은 무엇인가?
김= 야구나 음악 모두 똑같은 것 아닌가. 어려움이 있으니까. 그 고민이 음악에 묻어 나오듯이 우리도 마찬가지다. 고비를 넘어가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강해지고 시합에도 이길 수 있다. 아무리 실패해도 야구는 9회말에 이기면 된다는데 인생도 똑같은 것 같다. 결과를 먼저 의식하지 말고 덤벼야 한다. 모든 것을 쏟아 붓고 결과가 나쁘면 내가 책임지고 나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선수가 내게 등을 돌리지 않게 책임을 내가 져야 한다. 밖에서 보면 무정하고 비정하다고 하는데 가수·작곡가와 마찬가지로 없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 직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주 극한 상황까지 가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살아갈 자신만의 길이 나온다.
타= 지난해 아버지께서 임종하시면서 ‘인생은 사랑이고 부정적으로 보지 말라’고 하셨다. 그럼에도 굉장히 힘든 시기에 만난 응원가 작업이 큰 힘이 됐다.
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인간 김성근’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간단하다. 그것을 버티는 힘은 내가 가져야지 누군가 나를 받쳐주길 기대해선 안된다. 감독 생활을 30~40년 하면서도 항상 벼랑끝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을 얼마나 알차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죽을 때 무엇 하나 남기는 게 중요하다. 음악은 영원히 남을 수 있지 않냐. 그래서 멋진 직업이다. 우리는 한순간 굴러가지만 음악은 100년도 넘게 살아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과 타이거JK가 서로에게 선물을 했다. 박진업기자
◇타이거 JK “자유로워지고 싶은데 음원 순위 등을 의식하게 된다”
타= 과거에는 주변을 신경쓰지 않았다.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음악을 해왔는데 새로운 회사서 달라진 환경 속 다시 시작을 하다보니 음원 순위나 주위를 의식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현실에 지치기도 한다.
김= 강한 팀이나 약한 팀, 심지어 중학교에 가도 야구의 본질은 모두 똑같다. (타이거 JK도) 잘나가다 적은 인원으로 시작했지만 생각이나 음악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기본은 같다. 세상에 맞춰 살면 평범해지는데 우리는 평범함이라는 스탠스 위에 올라가야 한다. 지친다는 것은 새롭지 않아서 그렇다. 나는 야구를 하면서 야구가 지겹거나 지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지금 현실에 만족하고 스스로가 타협하면 지루해질 수 밖에 없다. 매 순간 무언가 새로움을 시도하면 항상 신선하다.
타= 가요계도 많은 대중들이 전문가가 됐다. 비트와 멜로디에 대해 분석과 함께 비평과 조언을 한다. 스포츠도 마찬가지 아닌가.
김=야구는 순간 순간 욕할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다. 계속 공이 굴러가는 축구나 농구와 달리 야구는 공 하나마다 욕을 할 수 있어 사람들이 야구장에 온다. 하지만 관중석의 소리를 의식해서는 안된다. 인터넷을 보지 않는다. 비난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인기가 없기 전에는 바람도 없었다. 높은 곳에 있기에 바람도 있고 외롭고 고독한 것이다. 그 또한 견뎌내야 한다.
타= 아내도 윤미래라는 가수인데 음원 성적을 보러 인터넷에 한번도 안들어 간다. 너무 소통이 없고 막힐까 걱정을 하는데 1위를 해서 흥분하면 떨어질 때 좌절한다고 하더라.
김= 1위를 해도 골치는 아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의식이다. 내가 보람있게 해야 한다. 1위를 한다고 가수 본인이 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들어주는 팬이 좋은 것이다. 물론 모자랄 때는 내가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냉철하게 고민해야 한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자신의 철학을 들려주고 있다. 박진업기자
◇김성근 감독 “인간의 매력은 각에 있다. 일부러라도 만들어라”
김= 음악이나 야구도 참 잘한다는 소리가 좋은 것이다. 인기는 그 뒤에 오는데 그것을 먼저 따라가다 보면 둥글둥글해진다. 인간의 매력은 각에 있는 것이다. 평범해지면 아무도 안쓴다. 감독을 하면서 나만큼 욕 먹는 감독이 없는데 일부러 각을 만들기도 했다. 인기가 안 떨어지는 방법은 좋은 노래를 만드는 것이고, 우리는 이기면 된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걸어가면 길이 따라 온다. 물론 부딛히는 것이 많지만 그 고비를 넘어가다보면 자신만의 프로세스가 생긴다.
타= 음악도 근육처럼 안하면 굳어지는데 인기가 많을 때 연습을 더 안한다. 사람들이 좋아해주다보면 오히려 일로 느껴져 나태해지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그럴때 일수록 더 연습을 해야되는데 때론 혹사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김= ‘혹사’라는 단어는 머릿속에 없어야 한다. 목적지를 향해 갈때는 산도 있고 평야도 있고 바다도 있다. 하루에 1㎝씩 가더라도 어느 순간에는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 시작부터 목적지에 쉽게 갈 수 없기에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 속에 파 묻히고 집중한 사람은 그런 고통조차 느낄수 없다. 몸 속에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필을 찾아야 한다. 모든 일에 상식적이 아니라 비상식적이기에 이길 수 있는 것이다.
타= 음악도 비슷하다. 나 역시 무언가 나올 것 같을 때는 1~2주 정도 밤을 새우기도 한다. 특히 앨범 준비할 때. 그 사이 쓰러지는 친구들도 있는데 굉장히 저를 싫어한다.
김= 그럴 때는 양동이에 물을 담아 얼굴에 부어주면 된다.(웃음) 팀워크는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 같은 목적과 뜻을 함께 하는 사람이 모인 것이다. 그래야 서로의 잘못에 더 미안해하고 더 잘하게 된다. 특히 윗사람이 아랫사람 눈치를 보면 진거다. 내 스타일은 그렇다. 세대가 바뀌어도 리더는 앞에서 가며 뒷사람에게 신뢰라는 믿음으로 따라오게 해야 한다. 물론 신뢰를 위해서는 결과를 내줘야 한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가수 타이거JK에게 사인한 야구방망이를 선물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한화 우승하면 ‘이글거려’ 같이 부르자
타= 지난해 저 역시 새로운 도약을 하면서 새로움과 변화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이 많았다.
김= 재밌는 이야기다. 옛날에 새로움이 있고 새로움 속에 옛 것이 있다. 내가 기대한 만큼 세상이 움직이지 않는다. 나도 감독을 하면서 뒤통수를 맞고 배신을 많이 당했다. 하지만 그 사실에 슬퍼하는 자체가 약한 사람이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음악이나 야구세계는 넓은 것 같지만 좁다. 주변을 외면하기보다는 자기 것을 계속 지키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와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내 주위에 몰려들도록 해야 한다.
타=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 같은데 해소 방법이 따로 있나?
김= 없을 수가 없다. 결국 자기가 풀어야한다. 나 같은 경우는 한두시간 걸으면서 움직인다. 화가 많이 나면 혼잣말로 욕도 하는데 결론은 ‘김성근’ 바로 내가 문제다라는거다. 모든 일이 나 때문에 시작됐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으려고 자연스럽게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게 된다. 선수를 야단치거나 책임을 전가해서는 절대 안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 선수가 안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가르치는 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음악과 야구가 마찬가지겠지만 모두가 안된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무언가 찾아내면 성공한다.
타= 제게 너무나 힐링이 되는 인터뷰였다.
김= 이야기를 나눠 보니 밑에서 부터 올라온 타이거JK는 정이 굉장히 깊은 것 같다. 나하고 똑같은 스타일이다. 나도 역시 정이 많은 사람이다. 우승하면 함께 ‘이글거려’ 한번 불러 보자.(웃음)
타=꼭 그러기를 바란다.
출처 : http://sports.media.daum.net/sports/baseball/newsview?newsId=2016012207003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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