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팬들의 뜨거운 염원이 이뤄졌다. 10대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선임된 김성근 감독.(사진=일요신문 DB)
10월 25일 밤 늦게 전화 연결이 된 김성근 감독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한화 이글스의 10대 사령탑으로 공식 발표가 난 이후로 300여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모두 축하 전화였다. 김 감독은 “오늘 하루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면서 “어떤 이는 내가 대전에 내려간 줄 알더라. 난 지금 서울에 있는데”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최근 3년 연속 꼴찌를 포함,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팬들은 한화의 처참한 성적을 빗대 ‘5886899’란 숫자를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김응용 감독이 물러난 이후 공석이 된 감독 자리에 김성근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는 ‘팬심’이 들끓었다. 프로야구 사상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김 감독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나도 놀랐다. 프로야구 감독하면서 매일 욕만 먹던 사람인데, 날 이렇게 인정해주고, 좋아하는 팬들이 있었구나 싶었다. 그동안 구단에서는 김성근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팬들은 나를 진정성 있게 받아준 모양이다. 참으로 고마웠다.”
김 감독은 한화 구단관계자와 직접 만난 것은 25일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화 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얼굴 보고 얘기를 나눈 것은 25일이 처음이었다고.
“고양(원더스 구장)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계약을 맺었다. 일이 갑자기 진행되었다. 일부 사람들은 내가 김승연 회장 제안 받고 대전으로 내려갔다고 하던데 김 회장은 못 봤고 구단 고위 관계자하고만 만났다.”
김 감독에게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 구단에 따로 요구한 내용이 있는 지를 물었다. 김 감독은 한 가지가 있었다고 말한다.
“다른 것보다 내 성향에 대해 설명했다. 감독 생활을 하다보면 이기는 쪽에 전념하다보니 옆에 있는 사람들이 종종 오해할 때가 많은데 그때 뭐라고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난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을 뿐이지, 프런트는 신경 안 쓴다는 걸 얘기했다.”
기자는 얼마 전에 한 야구인으로부터 김성근 감독이 A 팀과 감독직을 놓고 미팅을 했고, 그 자리에서 40인 명단(코칭스태프 구성+프런트)을 제출하는 바람에 구단측에서 난색을 표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김 감독에게 그 내용을 확인했더니 김 감독은 “40인 명단? 난 어느 팀과도 만난 적이 없는데 무슨 40인 명단이냐”면서 “내가 프로 감독으로 복귀하는 걸 반대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헛소문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래서 현재 SBS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아들 김정준 위원의 거취에 대해 물었다.
“정작 오늘 하루 종일 아들과 통화도 못했다. 오늘 전까지만 해도 계속 해설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한화와) 계약했으니 고민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아버지의 강한 이미지로 인해 보이지 않는 고통을 많이 겪은 아이다. 언제까지 아버지의 운명에 휘둘릴 수 있겠나. 지금은 뭐라고 답을 할 수는 없다. 이제 아들과 얘기를 해봐야겠다.”
그러나 방송계에선 김성근 감독이 프로팀 감독을 맡게 된 이상 전력 분석의 대가로 꼽히는 김정준 해설위원도 현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년 여 전, 김성근 감독은 한화 이글스와 인연을 맺을 뻔 했었다. 그러나 당시 한대화 감독을 중도 사퇴시키고 자신이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무산된 적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제안이 왔고, 결국 김 감독은 3년 만에 프로팀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SK 시절 2009년을 제외하고(준우승)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김 감독. 그가 떠나 있었던 3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은 삼성 라이온즈가 독차지했다. ‘삼성 왕조’의 독주 속에서 김 감독의 등장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편, 한화 이글스의 10대 감독으로 김성근 감독이 선임 소식을 전해 들은 한화 선수들은 순간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훈련량 많기로 소문난 김 감독이 한화 선수단의 체질 개선에 나설 게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 선수들로선 초긴장 상태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성근 감독은 야구계에서 여전히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평소 ‘리더는 변명하지 않고 결과로 말한다’고 강조했던 그로선 한화에서 성적을 내는 것으로 우려와 기대의 시선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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