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원더스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보인 김성근 감독.(사진=연합뉴스)
“제일 마음이 아픈 건 잘려도 나 혼자 잘려야 하는데, 80여 명의 선수들, 코치들, 구단 직원들이 모두 직장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해체 소식이 들린 날, 김성근 감독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11일 오전에 있은 선수단 미팅 때 원더스의 해체 소식을 알렸고, 선수들에게 안타까움과 위로를 전하고 돌아왔지만, 김 감독의 눈에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던 자식 같은 선수들의 얼굴이 아른거릴 뿐이다. 결국 ‘야신’도 선수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오늘로 13번째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팀과 함께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건 야구인생 통틀어 처음이다. 워낙 오너의 결심이 굳건해 설득할 수조차 없었다. 내가 오너라고 해도 이런 결정을 했을 것이다. 내가 그 입장이 됐어도 팀을 해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지난 3년 동안 꾹 참고 구단을 운영해준 오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김 감독은 얼마 전 선수들 트라이아웃도 시행하면서 구단이 계속 운영되길 바랐다고 한다. 그러나 허민 구단주가 더 이상 구단 운영을 하지 않겠다고 최종 통보하면서 고양원더스는 해체의 길을 걷게 된다.
“야구계에서는 원더스의 해체가 퓨처스리그 진입에 실패하고, 경기 수가 제한된 데 대한 오너의 실망감의 표현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 과정에서 오너가 느꼈을 비애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사업가이면서도 야구에 대해선 순수한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야구계는 절망감만 안겼다.”
김 감독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선수들도, 자신도 백지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말했다. 야구계에서 풍문처럼 나돌고 있는 프로 감독으로의 복귀도 헛소문일 뿐, 지금까지 프로팀과 접촉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기자는 지난 7월 말부터 고양 원더스 해체와 관련된 소문을 들었다. 한 야구인은 허민 구단주가 원더스를 창단할 무렵 3년 계약을 약속했고, 그 3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 올해인데, 올시즌을 마치면 허 구단주가 더 이상 야구단을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귀띔해줬다. 당시 그 야구인은 다음과 같은 말로 원더스 해체의 배경을 설명했다.
“허민 구단주는 야구단을 운영하며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선 단 돈 1원도 가져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수익이 있다면 모두 구단이나 야구계를 위해 쓰겠다고 천명했다. 사심 없이 독립구단을 만든 것이고, 자신의 구단에서 단 한 명이라도 프로에 진출하는 선수가 생긴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이 22명의 프로 선수를 배출해냈다. 그러나 야구계에선 허 구단주를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았다. 어린 선수들의 일자리가 걸려있는 데도 불구하고 고양원더스를 ‘끼워주지’ 않으려고 했다. 구단들이 야구 발전을 위해 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독립구단을 외면했다.”
구단에서 방출 당하거나 어려운 가운데 꿈을 잃지 않고 도전을 계속했던 선수들에게 고양 원더스는 ‘기회의 장’이었다. 그 ‘장’에서 새로운 꿈을 키웠고, 프로로 직행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며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장’은 이제 사라졌다. 구단을 잃은 원더스 선수들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야구단을 잃은 선수들이 갈 곳은 어디인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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