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의 일명 ‘살인 펑고’를 받고 온 몸이 흙 투성이가 되고도 뭐가 좋은지 그저 환하게 웃고 있는 고양 원더스 3루수 신성현. 사진=고양 원더스
[마쓰야마=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고양 원더스는 한국 야구에서 성공 보다 실패를 먼저 경험한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선수들의 사연만 모아 놓아도 눈물로 작은 연못 하나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희망이 자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성근 감독은 특유의 강도 높은 훈련과 효과적인 지도로 선수들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지난 2년간 17명의 프로 선수를 배출하며 존재의 이유를 세상에 분명하게 보여줬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여전히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엄연히 존재한다. 야구는 결국 잘 하는 선수들이 잘 한다는 건 누구도 부인 못하는 진리다. 타고난 재주가 만든 차이는 훈련 만으로 극복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원더스에서 아무리 많은 훈련과 좋은 지도를 받더라도 결국 또 실패하는 선수들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또 어렵게 프로에 들어가더라도 지독한 생존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프로 입단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마법 지팡이는 아닌 탓이다.
원더스의 훈련은 지독함 그 이상이다. 수비 노크를 전담으로 치는 아르바이트 인력을 따로 고용해 두고 있을 정도다.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의 땀을 흘려야 겨우 하루 일과가 끝난다.
사회인 야구팀 하쿠야 빅토리즈와 연습 경기서 1-13으로 대패한 28일엔 경기 후 수비 훈련만 4시간을 했다. 저녁 식사? 누구도 밥을 찾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는 모든 코치가 쉼 없이 타구를 날렸고, 선수들은 그 공을 쫓아 이리 넘어지고 저리 부딪혔다. 그 와중에 몇몇은 김성근 감독에게 따로 불려가 방망이만 3시간을 쳤다.
문득 이번 캠프 취재를 오기 전 한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원더스에서 그렇게까지 훈련을 하고도 야구로 성공하지 못하면 영원한 실패자가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 고생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는게 가슴 아파.”
현실이 그랬다. 고양 원더스에서 한국 야구를 들썩이게 할 빅 스타가 탄생할 확률 보다 다시 이름도 없이 잊혀질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럼 그들은 정말 영원한 패배자로 남게 되는 것일까. 그때가 되면 지금 이 고통스러운 훈련이 더 잔인한 기억으로 남게 되는 건 아닐까.
그들의 훈련이 괜시리 가슴 아프게 느껴질 즈음, 이동 중에 잠시 들른 이상훈 원더스 투수 코치의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우리 애들은 나중에 정말 단단한 바위가 될 거야.”
잘 됐다 싶어 질문을 던졌다. “저렇게 하고도 안되면 너무 불쌍하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럼 뭐라 대답하면 좋을까요.”
그에게서 답이 돌아오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상훈 고양 원더스 투수 코치(오른쪽)가 훈련 전 몸을 풀고 있는 투수 김동호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있다. 사진=고양 원더스.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르지. 그런데 누구나 인생에 고비는 오잖아. 아무리 잘 나갔던 사람도 마찬가지고. 그걸 이겨내느냐 지느냐의 차이지. 여기서 이렇게 하고도 야구 선수로 성공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올 거야. 하지만 그 아이들의 가슴 속엔 바위가, 그것도 아주 단단한 바위가 생길 걸. 아무리 큰 파도도 움직일 수 없는 큰 바위. 그게 이 시간을 견뎌낸 훈장 아닐까. 그렇게 생긴 바위는 나중에 우리 선수들이 어떤 삶을 살더라도 흔들리지 않게 해줄 거야. 사업을 하건, 지도자가 되건, 겁내거나 두려워서 꽁무니를 빼는 사람이 되지는 않도록 도와줄거라고 생각해. 여기서 이 시간을 이겨낸 선수라면 반드시. .”
시인 안도현이 그랬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자신이 원하고 사랑하는 것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모든 걸 걸고 있는 원더스 선수들. 그래서 그들은 이미 위너다.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버티고 있는, 그래서 삶이 너무도 무미 건조하다는 이들과 맞붙은 인생이란 승부를 이겨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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