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고양원더스 구단주(왼쪽)가 창단식 때 김성근 감독에게 모자를 전하고 있는 모습. 사진=고양 원더스
허민 고양 원더스 구단주가 야구계에 발을 담근 건 이제 막 1년여가 지났을 뿐이다. 지난해 여름, 팀을 창단하겠다고 선언하며 나선 것이 첫 걸음. 그러나 이미 참 많은 일들을 해냈다.
40여명의 선수들이 다시 야구를 통해 꿈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이 가장 큰 일. 야구계에서 버림받았던, 그리고 다시 도전해 볼 기회조차 막혀 있었던 젊은이들을 모아 먹이고 입히며 훈련할 수 있도록 도왔다.
성과도 크게 나왔다. 창단 1년도 되지 않은 시간에 무려 4명의 프로선수를 배출했다. 이 중 투수 이희성(LG)은 벌써 1군서 데뷔무대를 갖기도 했다. 무려 40억원 이상의 어마 어마한 투자금이 들어간 나름의 사업. 그러나 당초 약속대로 프로 구단이 지명만 하면 아무런 보상 없이 보류권을 양도해 줬다.
평생 야구만 하며 달려온 선수들의 프로 취업률은 고작 10% 내외. 허 구단주는 패배한 90%를 위한 기회를 열어 준 첫번째 인물이라는 점 만으로도 야구계의 존중과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스스로 생각하는 '고양 원더스를 창단해서 가장 잘한 일'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랐다. 허 구단주는 "야구단 하면서 가장 잘할 일은 김성근 감독에게 모든 것을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을 영입하며 김 감독에게 전권을 부여했고, 김 감독의 아이디어와 주장에 따라 팀을 운영한 것이 성공의 이유라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 야구단에서 가장 높은 분은 감독님"이라고 했던 약속을 철저하게 지켰다.
창단 당시 보도자료를 확인해보면 고양 원더스가 얼마나 많은 변화를 했는지 잘 알 수 있다. 창단 선언 당시 허 구단주가 투자하겠다는 금액은 약 5억원 정도였다. 야구계는 '그 정도 돈이면 독립 구단 정도는 운영할 수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김 감독 영입후, 해외 전지훈련을 가야했고 수준급 국내 코칭스태프는 물론 일본인 코치들을 영입해야 했으며, 외국인 선수까지 수혈하는 투자 행렬이 이어졌다.
걸림돌이 있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일단 많이 이길 수 있어야 한다. 패배의식에 젖은 선수들이 이기면서 경험을 쌓아야 야구가 빨리 늘 수 있다"는 김성근 감독의 말이면 만사 'OK'였다.
허 구단주가 월권(?)을 했던 것은 딱 두차례. 원더스 선수들의 연습경기에 두번 등판, 자신이 '훈련중인' 너클볼을 던져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유일하게 감독에게 요구했던 사안이다. 훈련장에 왔다가 감독 얼굴도 못보고 가는 일들도 허다했지만 아무런 잡음도 나오지 않았다.
고양 원더스를 창단했던 이유는 야구계에서 패자가 됐던 선수들이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 목표대로 팀이 운영되었으니 다른 건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허 구단주는 자신의 야구단을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했고, 지금까지의 성공을 이끈 김 감독에게 감사했을 뿐이다. 허 구단주는 최근 김 감독에게 "솔직히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성과가 나올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정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허 구단주의 목표는 독립야구단이 끝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보다 원대한 목표를 위해 지금도 노력중이다. 김 감독에게 재계약을 제의하면서는 "감독님은 우리의 동지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함께하길 바랍니다"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우리들에겐 그저 꿈 같은 이야기지만...)세상엔 허민 구단주보다 돈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행복지수는 그 어떤 부자들보다 높을런지도 모른다. 여전히 꿈을 꾸고 있고, 그 꿈을 이뤄준 이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고양원더스 선수들이 스승의 날 김성근 감독에게 선물한 사인 볼.
출처 : http://sports.media.daum.net/column/jcw/view.html?gid=9851&newsid=201208301018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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