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이 OB 감독 시절 미팅하는 모습(사진 위)과 원더스 선수들에게 강의하는 모습. 사진=고양원더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은 전지 훈련을 떠나면 매일 저녁 선수들을 모아 놓고 작은 강연을 연다. 그날 훈련이나 연습 경기 과정에서 나온 실수에 대한 지적을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시간은 인생 이야기로 채워진다. 결국 ‘왜 지금 이렇게 훈련을 하며 야구해야 하는가’라는 화두로 연결되지만 그의 이야기는 야구선수 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김 감독은 이 시간을 위해 야구가 아닌 각종 서적을 읽고 준비한다. 책을 읽다 좋은 대목이 나오면 야구와 연관 지어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이제 스프링캠프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지금,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졌을까.

 

가장 최근 메시지는 그의 지론과 다소 어긋나는 내용으로 시작 됐다. “세상에는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다”는 것이었다.

 

늘 선수들에게 “사람이 극복하지 못할 것은 없다”고 가르쳐 온 그다. 한계를 먼저 정하지 말고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도전한다면 뜻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런 그의 가르침을 바라보고 모든 것을 던져, 기적같은 일 들을 만든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못할 것이 있다’고 이야기한 이유는 뭘까.

 

그의 말 속엔 보다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김 감독은 “인간이 극복하지 못할 것은 없다. 하지만 단 하나,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다. 때문에 어떻게 노력하느냐가 중요하다. 오늘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이제 좀 힘들다고, 정신적으로 지쳤다고 하루를 그냥 보내면 그걸로 끝이다. 그렇게 보낸 하루가 나중에 너무나도 큰 시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어떤 핑계도 대지 말고 오늘 하루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라”고 강조했다.

 

고양 원더스 뿐 아니라 모든 프로 팀들이 이제 스프링 캠프를 마무리 할 시기다. 시즌이 코 앞으로 다가왔으니 전체적으로 훈련장 분위기가 더 후끈 달아오를 것 처럼 생각되지만 현실은 다르다. 마지막은 뭔가 좀 느슨하게 풀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즈음이 되면 결국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약 4개월여의 시간이 흐른 상황. 새로운 시즌엔 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모든 선수들이 품지만 막상 시즌이 다가오면 부족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이맘때 쯤 비주전급 선수들의 술자리가 잦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대로 주전급 선수들은 만족과 안도감이 드는 시기다. 캠프 초반만 해도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눈에 많이 띈다. 살짝 긴장감을 갖게도 된다. 하지만 실제 자리가 뒤바뀌는 경우는 극소수다.

 

때문에 3월의 스프링캠프는 마치 봄 방학 처럼 뭔가 나사가 풀린 듯 애매하고 엉성하다. 이 때 다치는 선수가 많이 나오는 것도 결코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된 상태에서 마음마저 풀리면 사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김 감독이 ‘시간’에 방점을 두고 힘 주어 말한 이유다.

 

야구는 결국 잘 하는 선수가 잘한다는 건 정답이 없다는 야구에서도 진리로 통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결코 크지 않다. 남들처럼 하면 그 이상 잘 하기 어렵다. 다들 쉽게 흘려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것이다.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시키는 훈련량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는 늘 강조한다. “내 밑와서 막연히 오랜 시간 훈련하면 될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많이 한 것에 만족하고 안주하면 야구는 절대 늘지 않는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모든 선수들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봐야 할 화두다.

 

 

출처 :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kbo&ctg=news&mod=read&office_id=018&article_id=0002939133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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