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왼쪽)과 그렉 매덕스(오른쪽). 사진=뉴시스/AP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얼마 전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SK 에이스 김광현이 한참 벽에 부딪혔을 때 조언을 건넸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내용이 궁금해 물었더니 완급 조절에 대한 것이었다.
김 감독은 “목표를 바꾸라고 했다. 150km를 넘기려고 하지 말고 8,90개로 8,9이닝을 던질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류현진은 그걸 하니까 최고라고 하고 너 보다 앞서 있다고 하는 거다. 하지만 류현진이 지금 베스트라면 넌 지금보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가 더욱 귀를 쫑긋하게 했다. “공 27개로 한 경기(아웃 카운트 27개)를 마치는 걸 최종 목표로 삼고 노력하라고 말해줬다.”
‘27개의 공으로 한 경기’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컨트롤 마법사 그렉 매덕스가 현역 시절 마지막 목표라고 했던 것과 동일한 것이었다. 퍼펙트 게임이나 노히트 노런보다 공 하나로 타자 한명씩을 잡아낼 수 있는 제구와 볼배합, 완급 조절 능력을 갖고 싶은 것이 매덕스의 꿈이었다. 김 감독이 혹시 그의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것은 아닐까?
김 감독에게 물으니 갑자기 얼굴이 환해졌다. “매덕스도 그런 말을 했나. 허허, 어디서든 야구장이들은 절실하게 고민하는 것에 대해선 생각이 통하게 되는 가 보다”며 웃었다.
단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이. 당연히 야구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정작 투수가 걸어가야 할 최고의 목표에 대해선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철학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그저 삼진 아니면 홈런인 ‘힘대 힘의 승부’, 반대로 김 감독은 고리타분한 ‘일본 야구’라는 편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두 야구 장인의 소통을 이해하기 힘들런지도 모른다.
김 감독은 이어 한가지 더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불과 얼마 전,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되며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 졌다는 것이었다.
“미국과 일본 등의 서적과 야구를 지켜보며 투수에 대해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곧바로 우리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써 보니 금세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좀 더 빨리 알았다면 보다 많은 선수들을 살릴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내년에 고양 원더스 투수들 중에서 재미있는 선수들이 제법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거짓말을 좀 보태면 그는 지난 2006년 마무리 캠프서 김광현의 투구를 본 날 이후 가장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대한민국 야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얼마 전까지 모르는 야구가 있었다고? 문득 그가 종종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모르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모자란 걸 감추려다 아집만 쌓이는 지도자는 선수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출처 : http://sports.news.nate.com/view/20121115n04125?mid=s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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