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넥센 안태영이 6회초 타석에 들어섰으나 김민성의 2루도루실패로 덕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안태영은 2회초 첫타석에서 2루타를 기록했다.2013.07.28. 대구 | 강영조기자
팀 동료 송지만과 강정호를 반반씩 닮은 듯한 얼굴. 헬멧을 벗고 드러낸 맨얼굴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나를 닮은 사람은 나’라고 분명하게 밝히는 넥센 안태영(28)이 새로운 희망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지난 6년간 숱한 방황속에서 흘린 땀방울 한알 한알이 맺혀 써내려 가고 있는 야구인의 이야기다.
안태영은 이틀간 7타수 6안타의 불꽃을 폭발시켰다. 도루 빼고는 모든 것을 보여준 두 경기였다. 늦깎이 무명의 뜨거운 바람이 불었다.
첫 출전이던 27일 대구 삼성전에 7번 지명타자로 나와 4타수 4안타(1홈런) 1타점 2득점 1볼넷을 기록하며 깜짝 데뷔했다.
친정팀 삼성과의 28일 두번째 경기에서도 3타수 2안타(2루타 1개)의 맹타를 휘두르며 ‘신데렐라’ 탄생이라는 섣부른 가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타고난 재능도 분명 있겠지만, 1군 무대에 얼굴을 보이자 마자 연일 터뜨린 맹타엔 그동안 흘린 땀과 포기하지 않은 열정,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은 결과가 담겨있다.
안태영은 기적같은 데뷔전을 치른 뒤 수 많은 격려전화를 받았고 또한 수 많은 감사전화를 했다. 고양 원더스의 김성근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에 전화를 했고 넥센 김성감 2군 감독과 강병식 타격코치에게도 곧바로 전화를 했다.
김성근 감독은 “수고했다. 잘했다. 스윙스피드가 빨라졌다”며 제자의 활약을 칭찬하며 전화기 너머 기쁨의 눈물을 훔쳤다.
안태영은 지난 2004년 신인 드래프트 2차 7라운드 전체 52순위 투수로 삼성에 입단했다. 박석민과 동기. 그러나 박석민과 달리 그의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곧바로 닥친 어깨 부상으로 타자로 전향했으나 2년 만에 방출됐다. 이후 2006년 부터 2011년 11월까지 거의 6년 가까이 야구공과 방망이를 손에서 놓았다. 야구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산 것이다.
생활을 하기 위해 헬스트레이너 등 여러 일을 전전했고 그나마 사회인야구에서 심판을 한게 야구와의 끊어지지 않은 인연이었다.
안태영은 “방출되고 2~3년 정도 야구 생각을 하지 않다가 야구장에 구경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선수들을 보며 내가 만약 저기 있다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고 밝혔다.
그럼 그는 어떻게 다시 야구인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 고양 원더스의 문을 두드린게 마지막 도전이었다고 했다. 그것은 야구에 대해 조그마한 미련이라도 남기지 않기 위한 마지막 시도. 고양에서의 꿈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프로 1군에서 한 타석만 서고 싶다”였다. 그래서일까. 27일 첫 출전에서 긴장 보다는 설레임과 기쁨이 컸다고 했다.
높은 현실의 벽에서 오랜 방황을 한 안태영은 화려한 조명이 자신을 비출수록 자신을 낮췄다. 자고 일어나니 깜짝 스타가 된 상황이라, 얼떨떨하기도 하지만, 그의 올시즌 자신의 목표는 “잘 하기 보다 꾸준하게 하자” 그리고 “1군에 남는 것”이다.
27일 국내 최고의 마무리투수 오승환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안타를 만들어 내며 빠른 공 뿐 아니라 변화구 대처능력도 어느정도 인정 받았으나 아직 부족한게 많다고 했다. 특히 수비. 현재 방망이 감이 좋아 타석엔 서고 있지만, 수비수 글러브는 끼지 않고 있다. 그는 투수에서 시작해 타자 전향 후 외야수 글러브를 꼈다. 그러나 현재 넥센 외야진은 꽉 차 있는 상태. 그래서 지난해 부터 1루수 글러브를 꼈다. 그의 타격센스를 눈여겨 본 염경엽 감독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멀었다는 평가다. 염 감독은 최근 맹타에 관해서도 “안태영이 감이 좋을때 1군에 올라왔다”며 신중한 반응과 함께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이에 염 감독은 최근 그의 활약상에 100점을 주면서도 “선수는 수비를 해야 가치가 있다. 박병호가 몸이 안좋거나 할때 1루 수비를 봐야 한다. 퓨처스에 있을때 1루수로 낼 것을 지시했다. 박병호 자리는 파워히터가 메워줘야 하는 자리”라며 수비 강화를 당부했다. 더 완전한 선수를 요구하는 건, 감독의 당연한 욕심.
이어 염 감독은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양에서 안태영의 야구인생을 만들어 줬다. 훈련을 통해 기초를 키웠다. 넥센에선 게임을 통해 좋은 기초를 바탕으로 기량이 늘면 된다. 하마터면 야구를 못할 뻔한 선수였다. 고맙다”며 김성근 감독과 고양 원더스에 거듭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안태영은 이제 모두가 주목하는 선수가 됐다. 하루 아침에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바뀐 것이다. 그 시선속에 자신이 밝힌 목표대로 “꾸준히 잘 해야” 튼튼한 뿌리를 내릴 것이다. 성공에 이르는 엘리베이터는 없다. 그러나 성공에 이르는 계단은 열려 있다. 지나온 세월의 숱한 고통을 극복해 온 안태영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땀 한 방울의 가치를 아는 그에게 미래란 무한한 가능성이다. 그리고 늦게 피는 꽃이 더 오래 갈수도 있다. 이제 막 첫 장을 넘긴 그가 다음 페이지에서는 어떤 감동을 선물할지 기대하는 이유다.
배우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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