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가 10구단 시대를 연다. 사상 최초로 두 개의 기업과 지자체가 경쟁을 통해 창단 작업을 펼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샴페인을 터트리려 한다. 하지만 이 축제 속에서 필자는 위기감을 느낀다. 한국 야구는 지금, 위기다.
현재 한국야구는 과거사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자금으로 운영됐다. 각 구단에서 나온 돈이다. 이 과거사 때문에 KBO가 (각 구단 사장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밀리는 형국이라고 본다. KBO 총재가 제안한 일이 이사회에서 반려된다. 이 정도로 KBO의 권한이 축소됐다. 야구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도 좁아졌다.
이제 과거와 작별하자. 당시 구단 고위층들은 KBO 자금으로 현대 구단을 운영하는 것을 찬성했다. 이중 아직 야구단에 남아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KBO와 이사회, 실행위원회 모두 잘못을 인정하고 새로운 것을 향한 출발점으로 삼자. 다시 KBO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KBO가 중심을 잡고 움직여야 산적한 현안들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그 전에 야구계 전체를 정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KBO와 각 구단이 '감사'를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부조리를 깨끗하게 씻어내야 한다. 몇몇 구단에서는 아직도 야구단을 개인의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냉정하게 구단을 돌아보자. 뼈를 깎는 반성 속에 발전이 있다.
다음 단계는 내실 다지기다. 한국프로야구는 외형적인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내실이 없다. KBO의 제안을 받아들여 허민 구단주가 창단한 독립팀 고양 원더스는 올해도 퓨처스리그에서 48경기만 치르게 된 상황이다. 10구단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창단을 유도해놓고, 확실한 지원을 하지 못한다면 10구단은 출범부터 위기를 겪는다. 9구단 NC만 해도 2013년 1군 진입까지 진통을 겪지 않았나. '야구 발전'을 위해 다같이 고민해야 한다. 잠깐의 희생이 결국 야구 발전을 이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제 야구계도 홀로 서야 한다. KBO 이사회는 '민선 총재'를 택했다. 필자는 정치권을 배제하자는 뜻으로 여겼다. 하지만 10구단 창단 과정에서 '정치권'에 기대는 모습이 보인다. 야구계의 일은 국회의사당이 아닌 야구회관에서 결정하고 해결해야 한다. 제3의 힘에 기대기보다 우리의 힘으로 해결하는 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10구단 창단의 최종 승인은 KBO 총회가 한다. 구단주들의 모임이다. 하지만 9구단 창단 때도 구단주들은 서면을 통해 의견을 전했다. 이번 10구단과 관련해서도 '뒤'에서 구단주들이 움직인다는 소리가 들린다. '외압설'까지 나온다. 억울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구단주들이 모습을 나타내라. 10구단 창단 의결을 위한 구단주 총회가 꼭 정식으로 열렸으면 한다. 구단주들이 만나 '야구'에 대해 논해달라.
고양 원더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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