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4.03
정보화 되어 있는 요즈음 세상은 필요없는 정보를 골라내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 살아남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야구 데이터도 잘 활용하지 않으면 독이 될 정도로 넘쳐난다.
옛날 야구는 '경기를 하면서부터' 승부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경기 전부터 작전을 세울 수 있는 세상이 됐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보여준 한 템포 빠르면서도 공격적인 투수 교체도 사전 데이터가 있기에 가능했다. 일본 사람들은 태극전사들이 페넌트레이스에서 처럼 적은 점수로 이기는 이른바 '지키는 야구'를 세계무대에서 성공시킨 것을 보고 한국의 우수성을 인정했다.
1회부터 희생번트를 해서라도 선취점을 뽑아 기선을 잡은 뒤 이를 지키는 것이 일본야구라면 경기 초반에 대량득점을 노리는 강공책을 편 뒤 7회 이후에야 1점을 놓고 고심하는 것이 미국야구다. 좋고 나쁜 것은 나중 문제고 양쪽다 이기는 확률을 추구하는 방법인 것이다.
필자가 1996년 쌍방울 감독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전년도의 데이타를 조사해보니 1점 차 패배가 30개 안팎이었다. 원인은 1회 득점찬스 때 강공 일변도의 작전을 펼치다 거의 득점을 올리지 못해 전반적으로 끌려다닌 것이 대부분이었다. 시즌 시작하자마자 1회부터 번트를 해서 1점을 먼저 뽑는, 그리고 빠른 투수 교체와 계투로 그 점수를 지켜 도망가는 야구를 한 결과 최하위에서 2위까지 오르는 소득을 올렸다. 언론은 물론 야구인들이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확률을 높이기 위해 모든 것을 다했다. 지금도 그것이 틀렸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자랑스럽게 여긴다.
최근 일본에서는 '스몰 베이스볼'이라는 말이 여러 감독들 입에서 나오고 있다. WBC 대회때 결승에서 일본 팀이 쿠바에게 1점 차(6-5)로 쫓기던 9회 초 2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니시오카는 1루쪽에 기습번트 안타를 성공시켜 추가 4득점의 밑거름이 됐다. 한 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주자를 2루로 보내 후속타자인 3번 이치로에게 연결시키겠다는 의식, 일본 우승에 원동력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스몰 베이스볼'이라고 하는 것은 상황에 맞는 플레이, 전원이 팀 플레이를 인식하고 이를 수행하는 야구라 할 수 있다. 런앤히트, 도루 등을 구사하는 경기 운영, 상대 실책을 이용하면서 치밀하고도 빈틈없는 스피드 있는 공격을 펼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사 주자 3루에서는 안타 또는 히트로 점수를 낼 수 있지만 얼마만큼 외야플라이라도 쳐야 겠다는 생각, 또 박빙의 승부에서 4번타자가 그 이닝의 톱타자로 나왔을때 중심타선이 아닌 첫 번째 타자로서 출루해야 겠다는 의식, 주자 1루에서 런앤히트 작전이 나왔을 때 타자가 어떤 볼이 오든지 간에 2루나 유격수 쪽이 아닌 1, 3루쪽 땅볼로 쳐야겠다는 희생정신 등이 있는가. 선수들이 현재 상황을 읽고 그에 맞는 플레이가 무엇인가를 평상시 훈련을 통해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강한 팀이 되려면 이해와 인식이 그리고 그것을 수행하려는 능력이 높을 수록 강한팀이 될 수 있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해태 김일권, 이순철, LG 유지현, 두산 정수근, 현대 전준호 등 이를 잘 수행했던 선수들이 있을 때 팀은 우승했다.
스볼 베이스볼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바로 앞의 베이스 하나하나를 어떻게 진루하느냐는 의식속에서 승리의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팀 공헌도로 따질 때 대량득점을 원하는 미국에서 타율이나 홈런보다는 출루율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를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난 해 이승엽(안타 106개, 볼넷 33개)의 출루율은 우투수에 3할3푼1리, 좌투수에 2할6푼, 합계 3할1푼5리(팀의 13위)였다. 대체적으로 출루율은 3할 5푼이 넘어야만이 좋은 선수다. 참고로 미국의 마쓰이 히데키는 지난 해 3할 9푼의 출루율을 보였다.
이승엽은 요미우리에 가서 개막 3연전에서 출루율이 6할이 넘은 것을 보고 올해는 큰 기대를 걸어도 좋다고 여겨진다. 단 좌투수의 몸쪽 높은 쪽의 볼을 어떻게 스트라이크와 볼로 구별하느냐가 문제다.
출처 : http://isplus.liv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249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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