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3.27
일본 사람들은 이슈 만들기나 이벤트 잘하는 사람들이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의 여운을 즐기는 가운데 지난 25일 개막한 퍼시픽리그가 2006년 첫 날부터 화끈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후쿠오카 야후, 삿포로, 세이부 돔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각 팀들은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프로가 출전하더라고 국가대항전으로서 관중들 의식하는 것보다 결과가 전부였던 WBC 대회에서 팬들이 보는 재미에 푹 빠지게 해야하는 페넌트레이스 체제로 돌아선 셈이다.
올 해 퍼시픽리그는 롯데의 2연패 여부, 72세의 일본 최고의 지장인 노무라 감독이 약체 라쿠텐을 얼마나 강화시킬지, 프로 20년 동안 2249게임 2073안타 514호 홈런을 기록 중인 대스타 기요하라를 영입한 데 이어 나카무라(전 LA 다저스)를 복귀시킨 오릭스 등이 큰 화제를 낳고 있다.
이날 삿포로돔에서는 선발 선수 전원이 수비위치에 들어갈 때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가는 획기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특히 '탤런트' 선수인 신조는 싯가 550만 엔(4900만 원) 상당의 오토바이 '할리'를 타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아 4만 2393명의 관중을 놀라게도 하고 즐겁게도 해줬다.
개막전이 열린 3개 돔구장에서 모인 '티켓 관중수'는 10만 6692명으로 지난 해보다 2만명 이상 증가, 리그 신기록을 수립했다. 팀 이미지를 밝게 하는 것과 마케팅 측면에서 큰 기대를 하고 2억 5000만 엔의 연봉을 투자해 39세의 기요하라를 영입한 오릭스와 같은 노력이 '야구 흥행'을 이끈 것이다. 일본햄 역시 타율 2할3푼9리 홈런 20개의 신조에게 3억 엔의 연봉을 준 것은 전력 업그레이드보다는 관중을 매료시키는 '쇼맨쉽'을 계산하지 않았을까.
이를 지켜보면서 선동렬, 박철순, 최동원 같은 상품가치 있는 선수들이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 없는 것이 섭섭했다. 일본 야구에 가장 부러운 점은 연일 만원관중 속에서 선수들이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투지 넘친 좋은 플레이와 내용있는 알찬 게임을 펼친 결과다.
한국에서 팬 확보를 위해서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우선 보는 야구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특히 여성들마저 직접 던지고 치고 받는 야구를 해보는 상황으로 전환해야 한다. 스스로 야구에 대한 즐거움과 재미를 만끽하고 그리고 어려움도 알고나서 운동장을 다시 찾으면 보는 야구가 더욱 즐겁고 자연스럽게 관중 증가로 이어지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기 위해서는 한국야구위원회(KBO)나 대한야구협회가 프로, 아마 팀의 증가, 구장 증설, 제도의 개선, 아마 지도자의 능력 향상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야구의 현실에서 필요한 말은 '생선은 머리가 움직여야 꼬리가 움직인다'는 격언이다.
야구를 하는 사람이 늘면 야구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또한 고교, 대학 그리고 프로에서 실패한 선수들도 동호인, 사회인 팀에서 실력을 향상시키면 몇년 후에는 프로 2군에 편입돼 계속 리그전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도록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여론 지도층이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백년 계획을 세워 불만 붙여 놓으면 충분히 해낼 능력을 지녔다. 지금까지 여러가지 방안 가운데 실행되지 않은 것이 많았지만 그것은 과거의 고정관념 속에 들어가 있어서 그렇다. 개혁은 과감하게 버리는 결단이 있어야 하고, 시작하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세계 4강이라는 위치에서 일본에 재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 야구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지혜가 시급하다. 지금 이대로 가면 한국 야구는 고사할 가능성도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 고시엔에서는 오키나와 이시가키섬에 있는 야에야마상고가 첫 출전, 승리를 따냈다. 이 팀은 고시엔까지 1600㎞ 거리에 있는 학교다. 섬주민 4만 7000명 가운데 6000명이 대회가 열리는 구장에 응원을 왔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다. 일본 야구의 저력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국민 대다수의 남자들이 글러브를 가지고 볼을 쫓아 다닌 추억이 있는 데다 야구의 진수를 알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일본 지바 롯데 코치
출처 : http://isplus.liv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24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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