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3.06
<칼럼을 시작하며>-일간스포츠(IS)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시작으로 매 주 1회 예정으로 김성근 지바 롯데 코치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두려움 없는 비판, 상대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한국야구사에 한 획을 그은 김성근 코치가 이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은 성원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5일 오후 삿포로 공항. 비행기 탑승에 앞서 TV화면에 나온 스코어를 확인 했다. 한국 대 일본 0-2, 3회 진행중.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니 지바 롯데 한 직원이 애매한 웃음을 지으며 상황을 전해줬다. "김코치님. 일본이 역전 당했네요. 이승엽의 투런 홈런입니다." 너무 기뻐 경황이 없는 사이에 택시에 지갑을 놓고 내렸다.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이를 찾으러 이동하는데 10시30분께 전화가 걸려왔다. 이승엽이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나와 승엽이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지막으로 건넨 한 마디는 기억난다. "내 아들 장하다!" 너무 촌스러운가. 이럴때는 이래도 괜찮다. 기쁠때는 마구 기뻐하는게 낫다. 단 우리가 어떻게 이겼는지는 철저히 짚어보고 넘어가는 것. 그 것만 잊지 않으면 된다.
●기적도 만들어 갈 수 있다.
야구는 기적이 없다고? 아마 대부분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랬을 것이다. 일본을 과연 꺾을 수 있을까. 나조차도 반신반의 했으니까. 다만 그 것만은 대회에 앞서 분명히 짚고 나가길 바랬다. 왜 대표팀이 `대만을 우선 꺾고 보자`는 식으로 팀 운용 구상이 밝혀졌는지 개인적으로는 용납되지 않았다. 대만을 먼저 꺾고 일본은 다음에? 승부는 순차적인 싸움이 아니다. 오늘 이기면 내일도 못 이기는 것이다. 대표팀의 초기 구상이 매스컴에 의해 잘못 전해졌는지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초기부터 이러한 분위기가 용납되는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거들이 7명 모였다. 세계 무대에서 한 판 승부를 벌일 수 있는 좋은 기회 아니었는가.
●이기고자 해서 이겼다
예선 라운드서 일본을 이기면 덤이라는 생각은 대만전 승리 이후 급속히 바뀌었고 그리고 실전을 치르면서 더욱 그랬다. 일본과 한국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첫 번째는 일본이 중국-대만-한국전을 차례로 치르면서 우에하라-마쓰자카-와타나베의 순으로 선발 마운드를 분산한 점. 여기서 나는 뭔가 일본 팀이 헛점을 보이기 시작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결과는 그대로였다. 이는 한국이 대만전서부터 메이저리거를 차례로 등판시키며 당일 경기에 집중했던 것과 다소 달랐다. 투구 수 제한이라는 `65개의 게임`서 우에하라와 마쓰자카, 그리고 와타나베가 나란히 세 경기서 나왔던 것은 다소 `사치스러운` 선택 아니었을까. 우에하라 또는 마쓰자카 둘 중 하나가 한국전에 투입됐다면 어땠을지 일본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벤치 멤버 또한 일본이 한 수 위다. 그러나 그라운드에는 9명이 투입된다.
또 하나는 한-일 코칭스태프 구성의 차이다. 나는 코칭스태프 구성에 대해서 초반에는 회의적이었다. 한국은 자국리그 시범경기를 코 앞에 둔 상태에서 감독 4명이 투입됐다. 일본이 오 사다하루 감독을 제외하곤 현직 감독이 없는 것과 다르다. 이러한 차이, 즉 한국의 경우 초반 훈련과 팀 워크 조성에 있어서 다소 문제점을 드러낼 수도 있었으나 결국 경기에 들어가니까 달랐다. 세밀한 승부의 감각에서 한국이 앞서는 것이다. 김인식 감독은 첫 경기서 승부 카드를 펼쳤고 오히려 오 사다하루 감독은 너무 신중했다.
가장 극적인 상황이었던 이승엽의 홈런 장면을 다시 상기해보자. 일본이 호투하던 좌완 스기우치에서 이시이로 교체할때 퍼뜩 삿포로 아테네올림픽 예선에서의 한국팀 마운드 교체(임창용에서 조웅천으로)가 떠올랐다. 이시이는 분명 좋은 투수지만 지난 겨울 계약문제 탓에 베스트 컨디션은 아닌 걸로 알려져 있었다. 가장 내기 쉬운 답, 결과론이긴 하지만 일본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이승엽은 분명히 기교가 농축된 파워로 승리했다. 볼카운트 1-3서 변화구가 오리라는 점을 간파하고, 그리고 방망이를 휘둘러 대는 대목은 2년간의 일본 야구 경험이 체화되지 않으면 연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적은 또 만들 수 있다.
대표팀은 이제 미국에도 이긴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일본과의 리턴매치는 부담도 없어졌다. 아시아 예선이 한국과 일본 대표팀에 던져준, 극명한 교훈이 있다. 실력이 좌우하는 게임이 아니라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좌우됐다는 것. 또 박찬호를 포함, 해외야구를 경험한 선수들이 자신의 경험을 십분 발휘해 결정적으로 한몫을 해냈다. 그간 안과 밖, 해외파-국내파로 나누어 이들을 분류해오던 나쁜 습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빠질 수 없는 이야기. 5일 한-일전은 야구가 왜 재밌는지를 온 몸으로 웅변해준 게임이었다.
지바 롯데 코치
출처 : http://isplus.liv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22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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