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머리는 왜 또 짧게 자르신거에여" 라는 자식의 물음에 "오늘부터 나머지 41경기 정말 잘해보려고 했지, 허허" 라고 언제부턴가 자식인 제게만 보여주시던 겸연쩍은 웃음 그리고 며칠전 지인들과 식사자리에서 징크스 얘기를 하시다가 "내가 그날 아침도, 언제나처럼 항상 이기던 동네 기업은행 앞까지 걸어가서 차를 탔다고..." 라고 말씀하시며 순간 흔들리셨던 어깨...

그래서 제 아비의 겸연쩍은 웃음속에 담긴 못다한 열심과 이별의 대신을 아직도 턱없이 모자르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누군가 해야 한다면 아비의 자식인 제가 해야하는게 맞는구나 라고 다짐한 것이 제가 다시 TEAM으로 돌아온 유일한 이유였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며칠이 지난 어느날, 승리의 징크스를 말씀하시다가 잠시 흔들리신 감독님의 어깨를 눈치 채고는 또 다시 가슴 속 끓어 오른 것이 있었고 야구인의 후배로써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올 시즌 끝까지 남겨진 선수들과 그리고 저희들에겐 한없이 마음 고마운 팬 여러분과 함께 꼭 좋은 마무리를 해야겠다며, 어렵지만 순간순간 좀더 힘내서 그동안 힘내 걸어왔던 길을 또 다시 묵묵히 걸어가자고 마음 다져 먹었을 뿐이고여...

저에게 야구는 그냥 너무도 좋아하는 야구일 뿐입니다, 저에겐 그 이상도 이하도 없습니다... 이런 제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사과할 것이 있다면 '우승' 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많은 시간 피땀 흘리며 함께 고생한 진정한 동료들과 지난 긴시간 저희들과 더불어 울고 웃으며 이제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랑하게 된 팬 여러분들께 남겨진 시간, 좋은 마무리를 하고자 제 힘닿는 한 노력하려 하지만 그 무엇인가 모자람을 채우지 못하는 제 무능력에 대한 죄스러움이겠지요...

마지막으로 그동안 여기까지 누구의 TEAM이 아닌 우리들의 TEAM을 위해 함께 많은 고생을 한 진정한 동료들 그리고 저희 착하기만 한 선수들, 지금의 상황이 많이 어렵고 힘들지만 열심히 열심히 버텨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응원해주세요... 언제나 저희들은 여러분들께 많은 것을 받기만 해서 너무 감사하고 또 죄송하네여...

출처 : http://twtkr.olleh.com/BaseballJJ88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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