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04
요즘 프로야구에서 단연 화제는 SK 김성근(68) 감독의 수염이다. 김 감독은 지난달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1대2로 패한 이후 3일 현재까지 20일 동안 수염을 깎지 않고 있다. 수염이 승리를 부르는 징크스라고 생각해서다. SK는 김 감독이 수염을 깎지 않은 지난달 14일 한화전부터 2일 LG전까지 15연승 행진 중이다.
■"이기고 싶어서 수염 안 깎는다"
3일 서울에서 김 감독을 만나 '징크스'에 집착하는 이유를 묻자 "이기고 싶어서"라는 간단 명료한 대답이 돌아왔다. 김 감독은 "한 조직의 리더는 결과로 말한다. 뭐든지 해서 이길 수만 있다면 어떤 방법이라도 시도해 보려고 하는 게 리더의 심정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솔직히 얼굴이 많이 불편하다. 머리는 짧아서 괜찮은데 수염은 이제 빗어야 할 것 같다"며 "발톱도 깎지 않아 양말에 구멍이 났고, 걸을 때도 많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수염뿐 아니라 발톱도 깎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이기고 있을 때 수염을 깎으면 질 수 있다는 징크스 때문에 20일 넘게 면도를 하지 않은 김성근 SK 감독은“이길 수만 있다면 뭐든 해보는 것이 리더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 이명원 기자
김 감독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수염 징크스가 시작됐다"고 했다. "지난달 13일 한화전에서 1대2로 패한 게 너무 억울해 밤새 패인(敗因)을 생각하다 비몽사몽 면도를 안 하고 야구장에 나왔는데 그 경기에서 이겼고, 다음 날은 서두르다 면도를 깜빡 잊었는데 또 이기는 바람에 지금까지 왔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2일 경기에 앞서 주장인 김재현이 감독님 때문에 선수들도 머리를 안 자르고 있다고 귀띔을 해줬다"고 웃었다. 그는 "선수들까지 그렇게 내 징크스에 신경 쓰는 줄 몰랐다. 오늘 선수단 전체에 휴식을 줬으니 아마 모두 머리를 깎고 올 것 같다"고 했다.
■"SK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당초 SK·삼성·두산의 3강(强)구도가 예상됐던 프로야구 순위 레이스는 요즘 SK의 독주체제로 바뀌었다. SK는 3일 현재 28경기에서 23승5패, 승률 0.821로 2위 두산(17승1무9패)을 5.5게임차로 앞섰다.
SK가 강한 이유를 물었더니 김성근 감독은 '훈련'을 꼽았다. 김 감독은 "훈련도 종류가 있다. 막무가내로 하는 훈련은 노동이다. SK 선수들은 '왜'와 '어떻게'를 머릿속에 넣고 훈련한다"고 했다. 그만큼 훈련의 집중력과 효과가 남다르다는 설명이었다.
김 감독은 또 부상 선수들의 성공적인 재활을 선두의 비결로 진단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전 부상 투수들이 많아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고졸 신인들을 선발투수로 쓰려는 준비를 해왔는데, 주축 투수들이 재활을 일찍 마쳐 초반부터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일부에서 올 시즌 SK를 단일 시즌 역대 최강 전력으로 꼽는 데 대해 "객관적인 전력은 2008년 SK가 더 낫지만 올해 SK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시즌 종료 때쯤 되면 2년 전보다 더 강해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선수들의 정신력과 승리에 대한 열망이 2년 전보다 월등하게 높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LG·KIA·롯데 4위싸움 치열할 것"
올 시즌 목표를 '정규리그 82승으로 1위, 포스트 시즌 우승'으로 꼽은 김 감독은 두산과 삼성을 가장 위협적인 팀으로 꼽았다. 김 감독은 두산에 대해 "선발진이 부상으로 구멍이 났는데도 잘 버티는 것을 보면 김경문 감독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삼성에 대해선 "투타(投打) 전력상 상위권에서 벗어날 전력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LG·KIA·롯데가 치열하게 4위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는 힘이 하나로 모이고 있고, KIA는 지난해처럼 투수력을 앞세워 후반기에 치고 나갈 힘이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꼽았다. LG에 대해선 모래알 같던 팀을 똘똘 뭉치게 한 박종훈 감독의 리더십을 칭찬했다.
김성근 감독에게 자신이 세운 프로야구 최다 연승 기록(22연승)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연승은 언젠가는 깨진다. 현재 15연승은 지나간 과거의 숫자에 불과하다. 이제부터 치를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할 뿐"이라는 것이 김 감독의 답이었다.
출처 :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5/03/20100503028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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