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9.30


SK 김성근 감독이 30일 문학구장 감독실에서 '스포츠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SK 김성근 감독은 지난 주중 얘기를 꺼냈다. LG전이 열릴 예정이던 27일. 김감독은 평소 마시지도 않는 커피를 세 잔이나 들이켜고 덕아웃으로 나왔다. 추석 연휴 기간에 감기 몸살이 심하게 걸려 몸이 안 좋은 데다 감기약에 취해 벤치에 앉아 있을 기력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28일에는 전날에 이어 서울 숙소인 리베라호텔 주변 청담동 길을 한 시간이나 걸었다. 승리에 대한 징크스 때문이었다. 그리고 28일. SK는 잠실에서 LG를 이기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김감독은 당시를 돌아보며 “몽유병에 걸린 사람처럼 걸었는데 이기는 징크스 때문에 걷게 되더라”고 말했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고 꿀맛 같은 휴식 뒤 30일 오후 문학구장. 김감독은 ‘스포츠칸’과의 인터뷰에서 남들이 얘기하던 ‘김성근 야구’에 대해 직접 거울을 들이댔다.

Q:김감독이 보는 ‘김성근 야구’란 무엇인가.

A:체면과 편견 없이 공평하게 출발하는 것이다. 양말도 신지 않아 초라해 보이는 사람과 양복을 잘 차려입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선입견을 갖게 된다. 그 사람이 뒤에서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는 볼 수 없게 된다. 선수를 보는 것도 똑같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잠재력을 끌어내려면 겉치레부터 없애야 한다. 조금 다른 각도지만 코치들 중 누구와도 1대1로 식사하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괜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타협 또한 없어야 한다. 난 ‘적당히’란 말을 제일 싫어한다. 선수들이 적당히 자신과 타협하기 시작하면 발전이 없다. 벽을 넘어서면 또 벽이 나오지만 또 넘을 수 있다.

야구 기술에 한계는 없다. 내가 어떤 선수를 가르치며 힘들게 하는 것도 그가 미워서가 아니고 머물러 있는 기술 수준이 미워서다. 경기에 들어가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야 한다. ‘7’을 할 수 있는 선수는 ‘7’을 해야 하고 ‘8’을 할 수 있는 선수는 ‘8’을 해야 한다. 그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도록 하는 게 ‘김성근 야구’다. 쥐구멍에 볕들 날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Q:80년대 김성근 감독과 90년대 김성근 감독, 지금의 김성근 감독을 비교하면.

A:80년대 OB 감독 때는 내가 다하려고 했다. 감독부터 코치·야구부장 그리고 매니저 역할까지 1인 몇 역을 했는지 모른다. 그때는 내가 다하지 않으면 너무 불안했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다. 힘을 모으지 않으면 불안하다. 올해는 1인 1역으로 돌아왔다. 올해는 주위에서 얘기해 주지 않아 놓친 경기도 많았다.

역할을 줄인 덕분에는 올해는 세상과도 가까워졌던 것 같다. 기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그렇고….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또 하는 ‘세상살이 좋게 좋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웃음)

Q:누군가와 야구철학을 두고 격론을 벌인 적이 있나.

A:내 야구를 갖고 누구와 얘기해본 적은 없다. 유일한 사람이 있다면 정준이다(SK 전력분석팀 김정준 과장으로 선수 출신인 김과장은 김감독의 아들이다). 쌍방울 시절이었다. 그때 느닷없이 정준이가 바로 면전에서 ‘한 사람의 창의력보다 열 사람의 창의력이 훨씬 센 법’이라고 말했다. 그때는 아주 깜짝 놀랐지만 귀에 들리지 않아 바꾸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이제서야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올해는 정준이가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해 여러번 조언했다.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겠느냐는 내용인데 올해는 열심히 듣는다.

코치들에게도 그렇고, 전력분석팀 노석기 과장도 그중 한명이고…. 내가 모르는 것을 그들의 얘기를 통해 많이 알게 된다. 올해 SK 야구는 그렇게 달려왔다.

Q:닮고 싶은 지도자가 있었나.

A:일본에서는 노무라 감독(라쿠텐)과 모리 감독(전 세이부), 미국에서는 토니 라루사 감독(세인트루이스)이다. 노무라 감독과 모리 감독은 둘 다 포수 출신으로 보수적이지만 여러 각도에서 아주 깊은 면이 있어 이론적으로 배운 게 많다. 라루사 감독 또한 그의 책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라루사 감독은 감독과 코치 출신 전력분석요원들로부터 엄청난 자료를 받아 야구하는데 그것을 활용하는 세밀함이 대단하다. 또 하나는 보비 밸런타인 감독(지바 롯데)이다. 밸런타인 감독은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천재 같다. 그가 선수들 앞에서 누구를 나쁘게 얘기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항상 긍정적이다. 자기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사람을 대하는 것을 보고 배울 점이구나 싶었다.

Q:국내 지도자 가운데서는 어떤가.

A:돌아가신 김계현 감독과 김영조 감독으로부터 1950~1960년대 많이 배웠다. 프로 감독 중에는 김영덕 감독(전 빙그레)이다. 글쎄, 외부에서 김영덕 감독에 관한 평가가 어떨지 몰라도 김영덕 감독은 좌절하지 않는 집념이 있는 분이다. 감독을 해본 사람이라면 김영덕 감독이 ‘왜 그렇게 했나’를 이해한다. 옆에서 볼 때 이상하다고 보일 때도 있는데 다른 데로 가고 있나 싶어도 결국 자신의 신념에 따라 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Q:2007년 팀운영의 딜레마가 있었나.

A:무엇보다 4년 공백에 따른 내 자신의 경기감각이 겁이 났다. 그게 초반에 나타났다. ‘믿고 있으면서도 믿지 못한 것’이었는데 4월 초 한화와의 개막전에서 마무리 정대현을 믿는다면서도 결국 승부처에서 쓰지 않아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잡지 못했다. 뒤에는 그게 공부가 됐다.

Q:라인업 변화가 잦아 타이틀홀더가 나오기 힘든 환경인데.

A:거꾸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상황에 따라 바꾸기 때문에 정근우 타율(3할2푼6리)이 그 정도 나오고, 다른 선수들의 타율이 그 정도로 나온다고 이해할 수 있다. 지난 28일 LG전에서는 정근우를 뺐다. 정근우가 2년 동안 정재복에게 15타수 무안타였기 때문이었다. 그를 극복하는 게 선수 과제지만 반대로 보면 그런 경기에 뛰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정도 타율이 유지됐다고도 볼 수 있다. 아마 고정 라인업으로 정규시즌을 치렀다면 정규시즌 우승은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 정도 전력의 팀은 아니었다고 본다.

Q:한국시리즈 준비는.

A:오늘 팀미팅을 갖고 그동안 못한 부분에 대해 다시 강조했다. ‘하나’가 중요하다. 하나라는 것은 볼카운트 하나, 아웃카운트 하나, 베이스러닝 하나 등 모든 것은 ‘하나’에서 시작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준비할 것이고 여기에 선발 3명(레이번·로마노·채병용)의 쓰임새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안승호기자>

출처 :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art_id=200709302228073&sec_id=510201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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