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0.31
■ SK 첫 우승 이끈 ‘野狂’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
프로야구 감독 생활 23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너무도 달콤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은 하룻밤으로 끝냈다.
SK 김성근(65) 감독은 우승 다음 날인 30일 2군 훈련장인 인천 도원야구장을 찾았다. 1군 선수들에게는 휴식을 줬지만 김 감독은 묵묵히 내년 시즌 구상을 시작했다.
‘광적인 야구장이’ 김성근 감독. 그는 한결같다. 본인만의 방식으로 정상에 서며 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인간 김성근’의 솔직한 얘기를 소개한다.
○ “SK에 와서 처음엔 후회했다.”
김 감독은 부임 첫해인 올해 SK를 정규리그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팀에 대한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김 감독은 “SK 아이들 보고 처음에 한 생각이 ‘내가 여기 왜 왔나’였다”면서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애들(선수들)이 너무 예절이 없고 (야구) 기본이 안돼 있었다’는 것.
김 감독은 “하루 연습하는 것을 보면서 올 시즌 어떻게 하나 걱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이들에게 ‘이기는 야구를 보여 주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고 한다.
○ “나는 아버지, 선수들은 자식이다.”
김 감독은 엄한 ‘아버지’다. 그는 “나는 아버지이고 선수들은 새끼”라면서 “내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선수들이 따라온다. 길이 있는 대로만 가면 정상에 설 수 없다. 항상 험한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작 친자식(1남 2녀)에게는 소홀했다.
김 감독은 “자식들 입학식, 졸업식에 한번 가 본 적이 없다.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랑할수록 그의 교육방식은 혹독했다. 그는 올 시즌 중에 요미우리 김기태 코치에게 “(이)승엽이가 힘들어하더라도 안아 주지 마라. 혼자 극복하게 하라”고 전화했다. 또 이번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인 김재현에 대해서는 “선수 생명이 끝날 줄 알았는데 살아서 돌아오더라”고 말했다.
‘자식’에 대한 바람은 소박했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자식(선수)들에게서 ‘그때 우리 아버지가 참 괜찮았구나’라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 “나는 항상 두렵다.”
1969년 마산상고 감독이 된 이후로 야구 감독생활만 38년째. 하지만 그는 여전히 “경기가 두렵다”고 했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나태함’이다. “겁이 나는 것은 감독도 긴장감이 끊길 때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 중 한순간이라도 놓칠까봐 무섭다.”
그는 완벽을 향해 가는 ‘야구 수도승’이다. 경기를 마치면 숙소로 돌아와 잠들기 전에 침대 위에서 다음 날 출전선수 명단을 짠다. 새벽까지 답이 안나오면 일단 잠자리에 들지만 자다가도 불쑥 일어나 다시 볼펜을 끼적거린다.
그는 자신의 야구 철학을 2007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입증했다.
“재주만 부린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고 묵직하고 솔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 우직한 사람은 언젠가 승리한다. 난 그걸 믿는다.”
황인찬 기자
출처 : http://news.donga.com/Sports/Base/3/0523/20071031/8506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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