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4

79년 결국 신일고 사령탑을 맡게 됐다. 69년 마산고를 시작으로 충암고를 거쳤고, 신일고는 그에게는 고교야구팀으로서는 세번째 팀이었다.

그는 81년 화랑기대회에서 신일고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주축선수는 투수 이재홍, 포수 서효인, 내야수 민경삼 등이었다. 당시 제자였던 민경삼은 현재 SK 운영본부장이다. SK 구단을 운영하는 프런트의 중요직책을 맡고 있다. 민경삼이 지난해 시즌 후 김성근의 감독 영입을 추진했으니 사람의 인연은 참으로 묘하다.

김성근은 그러나 다시 한번 신일고에서 잘리는 운명을 맞았다. 신일고는 학교측에 고분고분하지 않는 그를 두고 갖가지 음해성 소문을 만들어 해고했던 것이다. 신일고 감독자리에 심어준 것이나 다름없는 김동엽이 그 사실을 알고 전화를 통해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로 "성근이, 여기 창동으로 오라우~"라며 고함을 질렀다. 김동엽의 집은 당시 서울 창동에 있었다. 이미 술에 취한 목소리였다.

그러더니 김동엽은 곧바로 신일고 교장집까지 찾아가 차로 집을 들이받으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신일고측이 김성근을 자른 데 대해 김성근보다는 김동엽이 더 화가 나 있었던 것이다.

실업자 신세가 됐다. 그러던 상황에서 81년말 프로야구 출범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프로야구의 탄생은 야구인들에게는 축복이었다. 우선 일자리가 늘어났다. 롯데는 아마추어 실업팀을 해체하고 프로화를 선언했지만 나머지 실업팀들은 그대로 있었고, MBC OB 삼성 해태 삼미 등 5개팀이 새롭게 프로팀을 창단했다.

그는 원년 OB 코치로 시작했지만 그 이전에 삼성과 삼미 코치 유니폼을 입을 뻔했다. 원년만 하더라도 각팀들은 감독 1명에 코치 2명 수준이었다. 친구처럼 지내던 심말룡이 김성근을 불렀다. 프로참가를 가장 늦게 결정한 삼미에 감독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알고 심말룡은 "내가 감독 맡을 테니까, 넌 내 밑에서 코치해라"고 말하더니 삼미 본사가 있는 서울 무교동 삼일빌딩으로 쳐들어갔다. 삼미쪽에서 연락도 하지 않았는데 심말룡이 스스로 나서서 교섭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재일동포 선배인 김영덕에게 연락이 왔다. 무교동 대한체육회 건물 지하다방에서 OB 감독을 맡기로 한 김영덕이 그를 코치로 영입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삼성 감독으로 선임된 서영무 선배의 연락이 왔다. 5분 거리에 있는 무교동의 한 다방이었다. 김영덕 감독에게 "잠시 서영무 선배를 만나고 오겠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임신근이 삼성 투수코치 겸 선수로 정해져 있었지만 서영무 감독은 김성근과도 손을 잡으려고 했다.

김영덕 감독은 낌새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채고 다방으로 전화를 걸어 "빨리 안 오냐? 이 ××, 빨리 안 와?"라며 화를 내며 재촉했다.

이재국기자 keystone@


출처 : http://news.sportsseoul.com/read/baseball/487217.htm?ArticleV=old

Posted by 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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