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26
또다시 10연승... 이제는 거의 두려움에 가깝다.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질주는 멈출 줄을 모른다. 최근 몇 년간 비룡 군단의 승천은 과거 해태타이거즈의 그것 이상이다.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2년 연속 통합우승, 정규시즌 23연승, 일본 프로팀 2번 격파에 올시즌도 벌써 1위가 유력한 상황이다. 과거 왕조를 수립했던 해태, 삼성, 현대 등과 비교해보았을 때 특출 난 선수도 많지않은 SK가 이토록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글을 시작하기 전에 2가지 전제를 달고자 한다. 첫째 필자는 SK의 야구가 왜 강한지만을 설명하고자하며, SK 야구에 대한 도덕적 가치판단, 그리고 김성근 감독 개인에 대한 호불호는 완전히 배제한다. 둘째 이 글의 의도는 SK의 야구가 왜 강한지를 알고자함이지, SK의 야구를 찬양하고자 함이 아니다. 셋째 원활한 글의 진행을 위해 김성근 감독에 대한 경어를 생략한다)
<야구 이론과 분석의 천재 - 마에스트로 김성근>
SK의 야구는 김성근 감독의 야구다.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과거 6위였던 SK가 강팀으로 거듭난것은 김성근 감독이 영입된 시점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김성근 감독 한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는 야구 이론과 분석의 천재다. 선수 시절 초특급은 아니었으되(선동열 등에 비하면), 타고난 근성과 분석력으로 디테일한 야구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감독으로서는 투-타-작전 등 모든 분야의 야구에 통달을 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누구나 자신의 전공분야가 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전공분야가 없다. 모든 분야가 전공분야다. 이승엽의 타격을 1:1로 지도하고 박찬호에게 투구 판 밟는 법을 직언 한다. 내야수에게 직접 펑고를 쳐주며 수비를 교정하고, 타자에게 직접 특타를 하면서 스윙을 교정하는 유일한 감독이기도 하다. 결국 SK 야구의 투-타-수비-주루 등 모든 분야에서 김성근의 손때가 타지 않은 곳은 없다.
그의 해박한 ‘야구이론’과 ‘안목’ 은 승부로 직결된다. 때로는 말도 안 돼는 작전이 등장하기도 하고, 때론 말도 안 되는 라인업이 등장하기도 한다. 김성근 감독만큼 라인업이 자주 바꾸는 감독은 없다. 그러나 한 시즌 수십 개의 라인업을 가동하면서도 김성근 감독만큼 라인업의 적중률이 높은 감독 또한 없다. 이러한 안목은 선수를 키우는데도 적용된다. 과거에서부터 약팀에서 감독생활을 한 탓에 그는 별것 아닌 선수들의 장점을 끄집어내는 데에 천부적인 소질을 지니고 있다. SK와이번스의 야구가 왜 강한가를 논함에 있어서 김성근 감독을 빼고 논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SK의 야구는 지나친 감독 중심의 야구라고 볼 수 있다. 감독에게 너무 많은 권한과 너무 많은 짐이 부여된다. 그러나 감독 한사람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이런 야구가 빛을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새 김성근 감독을 보고 있노라면 저 사람이 인간인가 싶다.
<SK의 야구는 준비하는 야구>
그러나 불행히도 야구는 감독의 이론과 분석력만 뛰어나다고 경기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감독의 전술을 선수가 따라와 줘야 한다. 따라서 취임이후 감독이 가장 먼저 할일은 선수를 자신에 맞게 키워내는 일이다. 그는 감독으로 취임하자마자 SK의 모든 것을 갈아엎었고, 지금의 SK를 만들어냈다(역대로 전년도 6위 팀이 다음해에 2연패를 한 사례는 없었다) 과연 무엇이 이토록 SK를 강하게 바꿔놓았는가.
흔히들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데이터 야구’라고 한다. 또는 ‘일본식 야구’ 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들은 전부 잘못된 표현이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에 대한 정의는 ``준비하는 야구``가 정확하다. 준비에 준비에 또 준비...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라는 단어로 점철되어 있다. 데이터 분석은 이러한 준비의 한 과정에 불과하다.
SK와이번스는 스스로를 일컬어 자신 있게 세계에서 가장 많은 훈련을 하는 구단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훈련을 많이 한다는 것은 결국 준비를 많이 한다는 의미다.
<시즌 전의 싸움 - 세계에서 가장 많은 훈련량>
프로야구에서는 3단계의 싸움이 있다. ① 시즌 전의 싸움 ② 시즌에서의 싸움 ③ 가을의 싸움이다. 그리고 그 싸움을 이기기 위해서 ‘철저히 준비한자가 승리한다’ 는 것이 김성근 감독의 지론이다. 멤버가 약하다면 2배, 3배의 준비로 그것을 메우겠다는 것... 그것이 김성근 야구의 근저에 깔려있는 핵심이다.
그는 시즌 전에 예상 승수를 미리 예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작업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① 이는 우리의 전력을 매우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팀의 전력을 최하로 잡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년 1승 12패를 했던 배영수는 전력 외로 치부한다. 부상으로 반신반의한 선수는 모조리 전력 외로 친다. ② 내가 분석한 팀은 완벽하게 잡을 수 있다. 그 팀이 약점을 스스로 메꾸지 않는 한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플러스가 발생하면 그것은 곧바로 순위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는 2010년 SK의 승수를 82승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얼마나 맞을까?)
그러나 이러한 준비 작업은 이미 작년 시즌이 끝났을 때부터 시작된다. 우리 팀의 전력을 ‘최하’ 로 잡으니 모든 것이 부족해보일 것이다. 그러면 부족한 점을 메우는데 초점을 잡고 훈련을 진행한다. 부족한 부분을 메울려니 새로운 선수가 필요하다. 따라서 김성근 감독은 유독 ‘마무리 훈련’을 중요시한다. 마무리 훈련은 시즌 내내 혹사당한 주전들의 몸을 다스림과 동시에 다음시즌에 쓸 새로운 선수를 발견하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SK는 해외에서 마무리훈련을 하지 않던 관례를 깨고 처음으로 해외 마무리훈련을 실시한 구단이다) 마무리훈련에서 발견된 새로운 선수들은 일본 ‘고지’로 건너가서 딱 죽지 않을 만큼의 독한 훈련 과정을 거치게 된다 (SK의 고지캠프는 공포의 외인구단 수준이라고 한다. 훈련 때마다 토하는 선수들이 태반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다.
<고지시민구장에 붙어 있는 훈련스케줄은 오전 7시50분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이 시간에 숙소를 나서기 위해서는 적어도 7시전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이후 웜업 체조를 시작으로 조를 바꿔가며 타격과 수비 훈련이 끊임없이 돌아간다. 점심식사 후에도 팀 배팅과 수비훈련을 진행하고 자체 청백전. 미스플레이 점검. 보충훈련 등이 이어진다. 여기에 매일 밤마다 김성근 감독이 직접 선수들의 정신교육까지 곁들인다. 4일 훈련에 하루 휴식이 주어지지만 휴식을 한다고 해서 개인훈련을 거른다는 얘기는 아니다. 휴식일은 단지 팀에서 정해놓은 훈련이 없는 날일 뿐이다. 지금은 30분의 어엿한 점심시간이 주어지지만 예전에는 점심시간이 따로 없었다. 구장 한 편에 간단한 식사를 차려놓고. 훈련하다 잠시 짬을 내 후다닥 배만 채우고 또다시 훈련하러 나가야 했다 스포츠 서울 ‘SK 고지캠프에 가다’ 참조 >
사람들은 착각을 한다. SK의 전력이 좋다고 말이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정우람, 고효준, 박재상, 박정권, 송은범, 전병두, 나주환, 김강민, 최정, 정상호 등은 도대체 언제부터 선수였는지를 묻고 싶다(그나마 송은범은 고교시절 유명하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3류... 아니 잉여에 속했다. 고교시절 유명했던 김광현이나 신인 때 좋은 성적을 거뒀던 정근우를 제외하고서라도 위의 선수들은 전부 김성근 감독 휘하에서 큰 선수들이다.
이는 결국 김성근 감독이 비시즌동안 선수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의 선수육성은 시즌 중에도 이어진다.(현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과거 LG시절 그는 월요일을 2군 경기장을 방문하는 날로 삼았다고 한다)올해도 SK 깜짝 스타의 등장은 이어지고 있다. ‘박정환’ 과 ‘임훈’ 이 그 주인공이다. 박정환은 현재 4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임훈은 동점 투런포로 두산을 침몰시키며 화려하게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렸다.
<시즌 중의 싸움 - 상대에 대한 분석과 현장 적용>
두 번째는 시즌 중의 싸움이다. 그리고 여기서 ‘데이터 분석 작업’ 이 등장한다. 위에서 언급한바 대로 이는 준비하는 야구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그가 하는 데이터 작업은 경향성을 파악하는 작업이다. 데이터를 보면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데이터의 ‘표본’이 크면 클수록 경향성은 정확해진다. 그 다음에 왜 그런 경향이 나타나는 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그것을 현장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 본다. 특히 현장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볼 것은 선수의 ‘컨디션’과 ‘상대성’이다. 이 과정이 우리가 흔히 보는 ``특타``가 되는 셈이다.
그는 이러한 작업을 시즌 초부터 말까지 각 팀별로 준비 한다. 그들의 특타는 시즌 초부터 시작해서 시즌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매주 계속된다. 다른 팀들이 보면 거의 미친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타의 효과는 대단했다. 최근 SK 타자들의 현재 스윙을 보면 떠오르는 말은 딱 하나 ‘간결’이다. 대부분 다리를 들지 않고 노스텝으로 아주 간결하게 스윙이 나온다. 장타보다는 집중타를 위주로 타격을 하며 중심을 뒤에 놓고 치는 타격이 대부분이었다. 두산, 삼성과의 6연전에서 SK타자들은 시종일관 짧은 타격, 그리고 공을 고르는 타격으로 일관했다. 또한 몸쪽 공을 완벽에 가까우리만치 공략해냈다. 그 결과 장원삼, 배영수, 김선우 등 국내 내노라 하는 선수들의 초반 공략에 성공했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은 자기 타격에 어떤 문제가 있는 지 잘 모른다. 그것을 보는 것이 코치의 눈이다.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공사를 하면 선수가 무너진다. 원 포인트로 짚어내고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시즌 중에 하는 특타는 선수에 맞게 코치와 감독이 원포인트로 부족한 점을 잡아주는 작업의 연속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보완 작업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상대팀의 분석 작업도 데이터분석의 일환이다. 그는 경기 중에 계속 메모를 한다. 말 그대로 메모광이다. 그리고 훈련이 끝난 후 팀별로 기록지를 가져다놓고 자신이 메모한 것과 데이터를 비교대조하며 분석한다. 자신의 메모는 느낌을 적은 질적 분석 자료이고, 데이터는 양적 분석 자료이다. 어떤 선수가 어떤 팀에게 강한가. 어떤 투수에게 강한가.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라인업을 짜야 할 것인가. 이 선수는 어떤 순간에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느라 밤을 하얗게 새우는 일도 많다. SK가 다른 팀에 비해서 특출난 라인업이 아님에도 SK의 멤버가 강해보이는 것은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그들이 상대보다 우위에 설 수있게 적재적소에 기용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다른 팀에 비해서 SK가 라인업이 자주 바뀌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조 : 김성근 감독의 9회말 투아웃의 선택)
<포스트시즌에서의 싸움 - 상상을 초월한 분석>
큰 경기는 페넌트레이스에 비해서 훨씬 강도 높은 분석이 들어간다. 대표적인 사례가 SK와 두산이 맞붙었던 2007년 한국시리즈다. 당시 SK 전력분석팀은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을 분석하기위해 두산의 1년치 기록지를 모조리 분석했다. 단지 SK전 뿐만이 아니라 두산이 치른 모든 경기에서 주자의 도루 사항을 면밀히 분석했다. 이를 통해 볼 카운트 별, 투수 별, 점수 상황별로 세분해 두산의 발이 언제 어떻게 움직였는지 파악했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 속에서 SK는 몇 가지 경향성을 잡아내게 된다.
① 주자별로 견제구 숫자에 따라 뛰는 경향을 발견했다. 두 번 온 뒤에 뛰는 선수가 있는가하면 심지어 세 번까지는 기다리는 선수도 발견해낼 수 있었다. ② 두 번째는 피치드 아웃 효과다. 두산 타자들이 피치드 아웃을 하면 다음 공에는 맘 놓고 뛰는 경우들이 많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파격적인 두개 연속 피치드 아웃이 나왔던 배경이다. ③마지막으로 주자들의 버릇을 알게 됐다. 특히 민병헌의 경우 1루에서 뛸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팔의 위치가 달랐다. 뛸 때는 팔이 내려왔지만 반대의 경우 가슴 쪽으로 모아놓아 놓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시리즈 2차전서 7회 가득염이 민병헌을 견제구로 솎아낸 장면은 견제구 수에 따른 변화와 그의 버릇이 더해져 거둔 성과였다. SK의 분석은 상대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우선 SK 투수들의 버릇 찾아내기에 나섰다. 홈으로 던질 때와 견제할 때 차이가 나는 것은 없는지 숨은 그림 찾기에 들어갔다. 이 중 김성근 감독이 찾아낸 대표적인 예가 채병룡의 습관이었다. 턱의 위치에 따라 견제와 투구의 경우가 달라진다는 걸 발견하고는 즉시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참조 : 정철우 기자의 김성근 ‘장인 리더십’)
이를 보면 SK의 상대팀 대비가 얼마나 정교하게, 그리고 분석적으로 이뤄지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SK가 가을의 싸움에 이기기 위한 방법이고 노력이다.
<정신이 바뀌면 선수의 레벨이 바뀐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과정만 갖고 SK의 야구를 강하다고 말하기는 무언가 부족하다. 무엇이 다를까. 바로 ‘정신’이다. 김성근 감독은 유달리 정신교육을 강조하기로 유명하다. 과거 방황하던 정명원에게 가장 먼저 시킨 일이 ‘야구 일기’를 쓰게 시키는 것이었다. SK 와이번스에서는 하루에 몇 시간씩 정신교육을 시키기로 유명했고, 장미란 같은 선수들을 초청해 강연을 시키기도 했다. 그는 왜 이러한 번거로운 과정을 마다하지 않는 것일까. 그에게 야구에 있어서 기술이나 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꼽은 야구를 위한 정신은 2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가 ‘절박함’이다. 그의 야구 철학이 일구이무(一球二無)다. 공 하나하나에 두 번째는 없다는 의미다. 그는 야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절박한 정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자신의 공 하나에, 배팅 하나의 자신의 가족의 생계가 걸려있다면, 쉽게 허비해버릴 수 있겠느냐고 그는 역설한다. 따라서 SK의 야구는 늘 치열할 수 밖에 없다. 그는 늘 선수들에게 묻는다. 너에게 야구는 무엇이냐고. 만약 야구가 그에게 전부가 아니라면 그는 야구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독한 사람이다. 쌍방울 시절 ‘신장암’에 걸렸을 때도 피를 흘리며 펑고를 쳤던 사람이다. 내가 목숨을 걸고 펑고를 칠 테니 너희는 목숨 걸고 받아내라고 마음속으로 소리치며 말이다)
SK에서 퇴물 선수들이 화려하게 부활하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고효준의 자청 트레이드 사건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박정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또한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토록 멋진 활약을 내세울 수 있는 것 아닐까.
두 번째는 ‘만족’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SK야구의 모토이기도 하다. 일례로 SK 선수들은 못 치면 특 타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틀전 에이스 김광현이 상대팀 에이스를 맞아서 1실점 완투승을 했다. 그런데도 그는 “완봉승을 했으면 기운이 내일 선발 투수에게 이어졌을 텐데 미안한 마음이 든다” 라고 말한다. 이런 자세이다 보니 SK 선수들의 눈에는 독기가 가득하다. 나태함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기고 있는 순간에는 더 도망가기 위해 애쓰고, 지고 있어도 끝까지 따라붙는다. 몇 연승을 하고있던 그것은 과거의 일이고 내일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SK가 진짜 무서운 이유인 것이다.(때론 이것이 매너가 없다는 많은 오해를 사기도 한다)
김성근 감독이 자서전이나 언론을 통해서 늘 하는 말이 있다. “정신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 이는 그 무엇보다 SK야구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SK만의 끈끈한 가족 or 전우애 팀워크>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을 ‘아이들’ 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스스로를 ‘아비’라고 칭한다. 지난해 윤길현 욕설 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 스스로가 머리를 조아린 것 또한 그런 의미다. 자식을 잘못 가르쳤기에 아버지도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김성근 감독은 감독이라는 위치를 ‘Master’ 라는 개념보다는 ‘Father’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참조 : 꼴찌를 일등으로>
그는 늘 2가지의 가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핏줄로 이어진 안의 ‘가족’ 과 야구로 이어진 ‘밖의 가족’... 그런데 그는 삶의 대부분을 밖의 가족과 함께 했다. 그리고 그 스스로 아버지로서 혹독하게 훈련시켰다고 되 뇌인다. 그리고 야구를 열심히 하는 자기 자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모두가 잘 먹고 잘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조웅천, 가득염, 박경완 등이 그를 아버지라고 따르거나 과거 LG시절 함께했던 이병규, 양준혁, 이상훈이 김성근 감독을 매우 존경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유일한 방법이 ‘우승’이라는 것이다. 우승을 하면 자신이 신임하는 코칭스테프는 자연스럽게 유임이 될 테고, 선수들의 연봉 또한 자연스럽게 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두가 잘살기 위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서로가 희생하는 것... 그것이 바로 SK의 ‘All For One, One For All’ 의 개념이다.
SK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는 팀이다. 수많은 훈련량과 한 가족이라는 감독의 철학은 끈끈한 팀워크의 형성으로 이어진다. 박재홍은 이를 ``전우애``라고 표현한다. SK와이번스가 선수들이 빠져있는 상황에서도 기적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러한 팀워크가 바탕이 된 것이다. 단순히 실력이 있다고 해서 팀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야구는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SK는 다른 팀 모두에게 공공의 적으로 취급받지만, 다른 팀에게 공격받는 만큼 그들 내부의 팀워크는 더욱 탄탄해졌다.
<SK 야구를 이길 수 있는 야구는?>
결국 SK의 야구가 강한 이유는 ① 세계에서 가장 많은 훈련량과 상식을 뛰어넘는 철저한 분석 및 준비 ② 감독과 선수들의 야구에 대한 절박함과 ‘만족’을 모르는 정신 ③ 그들 사이의 끈끈한 팀워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성근이라는 야구 정신병자(본인이 스스로를 그렇게 부른다)가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이길 수 있는 야구는 무엇인가.
필자는 2가지로 본다. 첫 번째는 우수한 선수를 다수 보유해서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점하는 일이다. 아무리 감독이 훌륭해도 결국 야구를 하는 것은 선수다. 따라서 선수의 레벨차이가 너무 극심하게 나면 감독은 어쩔 수가 없다. 대표적으로 아무리 준비를 해도 막을 수 없는 것... 바로 ‘홈런’이다. 김성근 감독이 두 번씩이나 홈런에 의해서 무너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과 2009년이다. 아무리 분석을 해도 이승엽, 마해영, 양준혁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분석을 한다고 선동열의 공을 칠 수 있는가. 아무리 분석을 잘 한들 그것을 수행하는 것은 선수다. 따라서 힘의 차이가 확연하면, 즉 특급 선수를 여럿 보유하고 있으면 김성근 감독의 분석력의 적용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실제로 김응룡 감독은 해태와 삼성에서 확실한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3번이나 보란 듯이 꺾어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이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야구란 원래 불공평의 스포츠다. 공평하던 불공평하던, 결국 이기는 사람이 승자로 기록되는 것.. 그것이 프로야구의 진리다)
두 번째는 김성근 감독보다 더 정교한 야구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김성근 감독보다 더 철저한 준비를 해야한다 (그런데 솔직히 필자는 지금까지 야구를 보면서 한,미,일을 통틀어 김성근 감독보다 야구를 더 정교하게 하는 감독은 보지 못했다) 선동열 감독을 포함 다른 팀 감독들이 해낼 수 있을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적어도 2010년은 SK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 다른 팀의 우승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에필로그>
글이 무척이나 깁니다. 이런 글을 올려놓고 읽어달라고 말하는 것도 지나치게 뻔뻔한 것 같아 조용한 음악을 한곡 깔아봅니다. 제 성의라고 생각해주시길.... 긴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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