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6.08
<2007년 말 마무리 훈련을 떠나기 직전 SK 김성근 감독이 오민철 투구폼을 지도해주고 있는 장면-직찍>
SK 김성근 감독은 선수 조련에 관해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투수면 투수, 타자면 타자 문제점을 콕 집어내 그 선수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도록 가르치죠. 투수 중에선 제자가 수도 없이 있고 타자의 경우는 현재 요미우리에 있는 이승엽이 그 대표군요. 오늘은 김성근 감독의 선수조련에는 시도 때도 없다... 라는 내용을 한번 써볼까 합니다...^^
지난 6일 SK는 박재홍과 최 정의 홈런에 힘입어 롯데를 격파했습니다. 특히 이날 최 정은 6회 투런포를 터뜨리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는데요, 최 정이 홈런을 친 직후 덕아웃에서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최 정은 덕아웃에 돌아온 뒤 방망이를 휘두르는 포즈를 취하며 동료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홈런이었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냥 밑으로 확 깍는 듯이 쳤는데 공이 넘어갔다는거죠. 그 장면이 재미있었는지 중계화면에도 많이 잡히더군요.
그 때 최 정이 왜 의아해했었는지 경기 후 감독님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대화내용을 그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앞선 두 타석에서 최 정의 타격타이밍이 약간 늦어 뒤쪽에서 맞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걸 고칠까.. 생각을 하다가 마침 이재원이 1루에 있어서 히트앤드런 사인을 냈다. 문제는 사인을 내는 타이밍이었다. 1구째를 볼을 보내고 나서 바로 사인을 냈다. 알다시피 이재원은 발이 느려서 상대도 그렇고 최 정 자신도 히트앤드런 사인이 나올줄은 몰랐을 거다. 사인이 나오자 이재원은 바로 뛰기 시작했고 최 정도 급히 배트를 휘둘렀다. 보통 때 늦게 맞던 타이밍이 주자 때문에 급하게 돌리니까 기가 막히게 타이밍이 맞았고 원래 파워가 있으니까 넘어가게 된거다."
이것이 바로 비밀이었습니다. 덧붙여 김감독은 "이렇게 세밀하게 움직이는게 야구다. 게다가 경기중에 선수들의 문제점을 바로 고칠 수 있는 것도 야구다. 경기중에 이런 플레이가 나오면 왜 그런 플레이가 나왔나를 파악할 수 있어야 진짜 야구를 즐길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최 정 얘기를 듣고는 전 정말 기가막혔었죠.
6일 경기의 비밀은 한가지 더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SK는 5월23일부터 25일까지 문학 롯데전에 내리 3연패를 했습니다. 그것도 팀방어율 1위인 SK가 9점, 7점, 7점을 헌납한 경기였죠. 김감독은 그 이후 큰 고심에 빠졌습니다. 도대체 이 공격력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문제였죠.
그리고 이틀 뒤 쾌재를 불렀습니다. 5월29일 한화전에서 롯데가 겨우 1점만을 뽑으며 한화에 패했는데 그 때 한화 선발이 정민철이었죠. 김감독은 당시 "역시 롯데가 이런 타입의 투수에게 약하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였던게 기억이 나네요. 그 후 김감독은 이영욱을 불러올렸습니다. 그리고 매일 경기전 200개 가까이 투구를 하게 하며 투구폼 교정에 들어 갔습니다. 이영욱을 고른 이유는 롯데에 좌타자가 적기 때문에 오른손 사이드암이 유리한데다 그동안 유난히 롯데에 강한 면모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매일 땀을 비오듯 흘리며 원포인트 레슨을 받은 이영욱은 6일 경기에 결국 선발 등판을 하게 됐습니다.
이날 이영욱의 주무기는 아래로 뚝 떨어지는 변화구. 그것도 상대 무릎 높이에서 바깥쪽과 안쪽을 철저히 노리는 투구였습니다. 정민철의 투구를 모델로 삼아 철저하게 연습한 내용 그대로였죠. 결국 이영욱은 이날 막강 롯데 타선을 상대로 6이닝 2안타 1실점 삼진5개를 기록하며 올시즌 첫승리의 기쁨을 맛봤습니다. 김감독은 이영욱의 변화에 크게 만족하며 "이영욱이 진작 이렇게 잘 던졌으면 새용병을 찾는데 더 여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기뻐했습니다.
이전에 쓴 글에서도 말했지만 최근 김감독은 '가능성 있는 선수들 키우기'에 가장 큰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시즌에 김광현, 조동화, 정근우, 올시즌엔 나주환, 박재상, 이영욱... 이제 남아있는 선수는 제춘모, 전병두, 그리고 새로 영입하는 투수(제가 오늘 기사에 썼습니다) 등이 있네요. 김감독표 '선수조련법'에 새로움을 느끼는 경기였습니다.
출처 : 스포츠조선 노경열 기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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