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하남직]
김성근(69) SK 감독은 2011년 프로야구 이야기부터 꺼냈다. "삼성이 강하다. KIA는 다소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우리로서는 위기이자, 기회다." 3위 SK는 15일 현재 2위 KIA에 1.5게임차, 삼성에 4.5게임차로 뒤져있다. 김 감독은 "SK 부임(2007년) 후 가장 힘겨운 시기다"라면서도 "여전히 SK와 나의 꿈은, 한국시리즈 우승과 아시아 제패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2012년, 김 감독은 어떤 자리에서 프로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올 시즌은 그의 계약 마지막 해다. 잠시 침묵하던 그에게 "재계약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재계약?"이라고 되물은 뒤 한숨을 내쉬었다. "재계약 문제는 구단이 결정할 부분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경기장에 들어서면 승부만을 생각한다. 그런데 틈이 날 때면, 머리가 아파온다." 15일 오전 인천 송도에서 김 감독과 만났다. 그는 "선수들과 팬들을 위해서라도 내게 주어진 시간동안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재계약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6월6일 신영철 사장이 감독실을 찾아왔다. '그룹에서 감독과 재계약을 하기로 했다. 시즌 중 재계약 논의를 할 것'이라고 하더라. '알겠다'고 했다. 이후 두 차례 더 신 사장과 만났다. 재계약 시점을 점점 더 뒤로 미루더라. '올스타 브레이크 때 하자'고 하더니, '시즌 끝나고 나서 논의하자'고 했다. 차라리 이야기를 꺼내지 말던가…. 구단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말 SK에 김성근이 필요한지 의문이 생기더라. 그리고 정말 기분 나쁜 이야기를 들었다."
-혹시 후임자에 대한 이야기인가.
"한 야구 후배의 이름을 꺼내면서 '그 사람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감독 선임은 구단의 권한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택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러나 내게 그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실례 아닌가. 5년간 고생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구단이 나를 택할 수 있듯이, 나도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는데. 이 말이 재계약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SK 야구단에 김성근이 어떤 존재인지를 묻는 말이다. 정말 내가 필요하다면 정상적으로 재계약을 논의해야 하지 않나. 구단과 나 사이에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 아닐까. 내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구단이 감독 김성근을 필요로 하는가'이다. 신 사장과 세차례 만남 이후 구단에서는 별다른 말이 없다. 나로서는 '내가 필요하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상당수 팬들이 '김성근 감독 재계약 릴레이'를 펼쳤다.
"2008년에도 그랬다(김 감독은 2007년 2년 계약을 맺으며 SK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2008시즌 종료 뒤 3년 재계약을 했다). 나는 그 때 팬들을 말렸다. '신영철 사장과 민경삼 단장(당시에는 본부장)은 내게 은인과 같다'고도 말했다. 이번에도 팬들께 '재계약 문제는 거론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팬들이 만들어낸 여론에 의해 재계약하는 감독이 되고 싶지 않다. 구단과 김성근, 단 둘의 문제 아닌가."
-사실 SK는 '훈련비용을 아끼지 않는 구단'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에서는 감독에게 많은 지원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맞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구단에 고마움을 표했다. 실제로 고마워하고 있다. 하지만 구단도 고마워해야 할 부분이 있지 않겠나. 우리는 훈련을 많이 하는 구단이다. 그만큼 훈련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 과정을 통해 유망주들이 1군 선수가 됐다. 현재 팀 상태가 어떤가. (주전포수) 박경완이 수술로 인해 뛰지 못한다. 정상호도 최근 부상을 당했다. 지금 허웅이 없다면, 경기를 할 수 있겠나. 허웅을 키운 것이 훈련이다. 그리고 한문연(배터리 코치)이다. 고치 캠프에 허웅을 데리고 갔다. 훈련을 통해 허웅이 성장했다. SK에 코치가 많다고 하더라. 한 명 한 명 모두 필요한 코치다. 한 코치가 허웅을 만들어냈다.
선수 한 명을 데리고 오는데 몇 십억원이 필요한 시대다. 훈련비용, 코치 연봉에 대비해 보라. 훈련에 대한 부분은 내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지난 해 '3번 포수' 였던 이재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군입대했다. 감독은 '몰랐던 일'이라고 했다. 박경완이 수술을 받고, 정상호가 허리 부상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구단은 이재원의 군입대를 결정했다.)
-김 감독을 '모시기 까다로운 감독'으로 부르는 이유가 이런 것 아닐까.
"그런가(웃음). 나는 SK에 부임한 후 '완벽한 야구, 지지않는 야구'를 추구했다. 이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나는 '승자'가 되고 싶다. '비판받지 않는 패자'가 되려는 감독이 선수들을 이끌 수 있는가. 우승을 차지하는 그 하루를 위해 SK 선수단은 364일을 고생한다. 현장의 이런 노력을 '까다롭다'고 평가한다면, 어쩔 수 없다."
-'깨끗한 야구를 하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하던데.
"가끔 구단 고위층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시즌을 맞이하는 지 궁금하다. '존경받는 감독이 되어라', '깨끗한 야구를 하라'는 말을 참 자주 들었다. 외부에서 들었다면 서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구단 내부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 지난 해부터 올해까지 '우승해도 즐겁지 않다', '우승해달라', '이기는 데 집착하지 말고, 크게 봐달라'는 이야기를 한 사람에게 들었다. 오히려 그룹 사람은 '3년, 4년 우승해 달라'고 했다."
-지난 시즌 종료 뒤 실시한 '설문조사'도 논란을 부를 만한 일이다. 'SK 야구단은 성적이 좋은데, 이미지가 좋지 않은 이유'를 묻기도 했다는데.
"나도 들었다. 그리고 기분이 나빴다. 현장의 노력이 내부에서 그런 평가를 받는다는 게 서러웠다. 2010년 우승 뒤에 구단 고위층이 '우승해도 기쁘지가 않다'라고 하더라. 구단 이미지가 살지 않는다는 거다. 우리가 치열하게 싸워서, 이겼는데. 왜 평가가 이러한가. 2010년 우승 뒤, 팬과 함께하는 축승회, 우승여행 등이 모두 취소됐다. 우승여행 대신 선수들에게 200만원씩 줬다. SK는 홈 관중 100만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미지가 좋지 않은데 가능한 일인가.(2006년 SK의 홈관중은 33만 1143명이었다. 매년 구단 관중 동원 신기록을 세웠고, 2010년에는 98만3886명으로 늘었다.)"
-윤길현, 박재홍 사건을 'SK가 미움받는 야구단'의 예로 꼽는 사람도 있다.
"윤길현 사건 때, 내가 한 경기를 뛰지 않았다. 숙소에서 잠실 구장 쪽을 바라보면서 눈시울을 훔쳤다. 경기장에 나가지 않는 감독. 나 스스로 그 결정을 내렸고, 마음이 아팠다. 당시 윤길현은 야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그를 꼭 살려야 했다. 내 제자고, 내 밑에서 야구를 배운 선수다. 근데 구단은 쩔쩔매더라. 사건이 벌어진 뒤 3일이 지나는 동안 구단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내가 직접 사과를 하고, 하루 경기를 안 나가겠다'고 했다. 구단에서 '고맙다'고 하더라. 박재홍 사건도 있었다. 부산에서 선수단 신변을 위협받을 정도로, 힘겨웠다. 그때 구단에 따졌다. 'KBO에 보호 요청을 했는가. 롯데에 항의는 했는가'라고. 그러자 구단이 '떳떳하고 깨끗하게 야구하면 이런 일이 왜 생기느냐'고 했다."
-재계약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어쩌면 SK를 떠날 수도 있는데….
"5년간 SK에 몸담으면서 우승을 세 차례 했다. 올 시즌도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팀의 미래도 고려해야 한다. 구단에서 'SK의 미래'를 위해 다른 사람을 택한다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얽매이지 않겠다. 다만 확인하고 싶은 것은 있다. 정말 내가 SK에 필요한 사람인지. 나는 이 부분이 궁금하다."
인천=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
출처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241&article_id=0002053438&m_url=%2Flist.nhn%3Fgno%3Dnews241%2C0002053438
'긁어오기 > 하남직 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구 좋아하는 괴짜들 모인 고양 원더스 (0) | 2012.03.09 |
---|---|
김성근 감독 “가족들에게 알리지 못했는데 아내가 이해” (0) | 2011.08.19 |
SK 김성근 감독, 2군에 찾아가는 이유는? (0) | 2011.06.23 |
SK 김정준 코치 “아들·후배…어떤 시선으로 봐도 존경하는 감독님” (0) | 2011.05.30 |
김성근과 함께 본 SK훈련 ‘백네트 뒤부터 불펜까지’ (0) | 2011.05.30 |